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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방비가 '10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월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제시한 '안보 청구서'의 요구 수준이 구체적이고 강경해지면서 한국 정치권과 관가 등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경우 당장 내년 국방예산이 90조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 현대화'를 앞세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결합한 패키지 요구를 연이어 꺼내들고 있다. 끝 모를 트럼프식 '안보 청구서'가 코앞까지 다가온 형국이다.
미국의 요구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국방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에서 3.8%로 대학생저소득층지원 늘리고,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SMA)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국 정부가 공식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문 발표도 포함됐다. 요컨대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확 늘리고, 미군 주둔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명시적 지지를 표명하라"는 것이다.
새마을금고 자소서 항목 숫자로 확인하면 압박의 무게가 더욱 분명해진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 비율은 약 2.6%(약 66조원 안팎)로 추산된다. 이를 3.8%로 끌어올리면 100조원에 육박하는 수치(약 97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연간 30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한다. WP가 전한 내용이 '정책 초안' 성격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토 땅담보대출 대로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안보·통상 패키지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024년 3월20일 대한민국 육군 5공병여단과 한미연합사단 11공병대대가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일대에서 진행된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교각이 붕괴된 상황을 가정해 부교를 설치 보험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중국 억제에 대한 한국 공개·공식 지지 요구
미국이 원하는 키워드는 '동맹 현대화(modernization of the alliance)'다. 핵심은 중국 견제를 축으로 한미동맹의 임무·역할·자원 배분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실제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 학원강사취업 두고 미국의 요구사항이 구체화하며 끝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은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도, 미국도 75년 전과 다르다"면서 "동맹 현대화는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진화하는 안보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숫자보다 능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주한미군 규모·역할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국방·국무 수뇌부가 강조해온 '유연성'과 '대중(對中) 억지'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참모진은 역할 재정의,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증액에 방점을 찍는 이중 트랙이 병행되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정치적 맥락이 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초기부터 이른바 '부자 동맹 무임승차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일본·나토 동맹국은 훨씬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2024년 4월, 공화당 경선 유세), "한국은 부자 나라지만 미국의 군사 보호에 거의 지불하지 않는다"(2024년 6월, TV 인터뷰),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전부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력을 감축하겠다"(2024년 9월, 대선 유세) 등 반복된 발언으로 메시지의 일관성을 쌓아왔다. 
취임 후에도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올해 6월 나토 정상회의 직후에는 "한국은 강한 경제를 가진 만큼 방위비 목표를 나토 기준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고 했고, 7월에는 "한국은 주한미군을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못 박았다. 수치를 곁들인 공개 압박으로 협상 테이블의 레버리지를 키우는 전형적 전술이다.
문제는 '효율과 신뢰'의 교차점이다. 미국 내에서는 이런 접근법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는 방위비 증액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동맹의 책임 분담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쪽은 무역·안보 결합이 동맹의 신뢰와 제도적 일관성을 훼손하고, 향후 협상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거래 조건'으로만 인식하게 할 위험을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무역 합의에서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정상회담에서 추가 분쟁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과 국방비 증액까지 다루며 한국에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 그룹의 시각도 '동맹 현대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구현 방식에서는 갈린다. 일부는 관세·투자 등 무역 레버리지와 안보 의제를 연동하는 '거래형 동맹'이 협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동맹을 상호 이익의 토대이자 글로벌 안정에 기여하는 장치로 다뤄야 한다"며 룰·절차·예측 가능성의 재확인을 주문한다. 즉 단기 효율을 위해 동맹을 과도하게 거래화할 경우 다음 협상에서 더 큰 정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원하는 美
한국이 풀어야 할 방정식은 국방·외교·예산 이슈를 동시에 건드린다. 국방비를 3%대 중후반으로 올리면 미사일 방어, 장거리 정밀타격, 해·공군력, 우주·사이버 등 핵심 전력 고도화와 인건비·유지비 보강, R&D·방산 생태계 투자 확대가 가능해진다. 반면 재정 여력은 제약되고 복지·교육·과학기술 등 타 부문과의 우선순위 갈등도 커진다. 방위비 분담금 역시 총액 단순 인상으로 갈지, 물가·GDP·환율 연동이나 미사일방어·정찰정보 등 특정 역량 지정 분담으로 갈지에 따라 재정 예측 가능성과 동맹 운용의 투명성이 달라진다.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둘 경우 한미동맹은 '확장억제 강화'와 '경제 협력 심화'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합의 실패나 절충 폭이 좁을 경우 관세 재상향이나 추가 압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숫자만 키우는 증액 논쟁을 넘어 능력 중심으로 설계한 전력·운용·협력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담보될 때 비로소 안보 투자는 정치적 고비를 넘어설 수 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양국 모두에 동맹의 미래 방향과 거래 방식을 재설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