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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트리거 60' ⑳ 수능 30년, 그리고 사교육
첫 수능시험은 1993년 8월(1차, 2차는 11월) 치러졌다. 수험생들이 영어 듣기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3년 8월 2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첫선을 보였다. 여론에 촉각을 세우던 교육부 수능 준비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능 문제를 본 교육부 출입 기자들도 내심 놀랐다. 단편적 지식을 다루고 암기력을 테스트하기보다 창의력과 고차원 사고력을 묻는 TIGER금은선물(H) 주식
문제였다. 언론은 ‘탈 교과 통합출제로 산교육 기대’ ‘암기식 탈피’ ‘탐구 교육의 전기로’ 같은 긍정적 기사를 냈다.
대대적 교육개혁을 준비하던 청와대팀도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수능 성공을 교육개혁의 출발로 여겼던 김영삼 대통령은 여론 반응에 만족했다. 출제위원들에게 청와대 칼국수를 대접하겠다는 김 대통령을 비서진시세분출
이 만류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30년 동안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수능이 치러졌다.
수능 도입은 필연이었다. 80년 전두환 신군부는 민심 회복을 위해 여러 조치를 단행했다. 교육 분야에선 ‘7·30 교육개혁 조치’가 나왔다. 본고사 폐지와 과외 금지가 핵심이었다. 교과서 범위에서만 출제하는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도입황금성다운로드
됐다.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이 목표였다. 현실은 달랐다. 학생들은 한 번 시험에 모든 걸 걸어야 했고, 암기 위주의 입시교육이 전국 학교로 확산했다.
해결책으로 등장한 게 수능이다. 학력고사가 단편적 지식을 묻는 ‘학업 성취도 평가’였다면, 수능은 교과 지식을 종합해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적성시험’이었다.금융천재
통합교과적, 탈교과서적 소재로 만든 고차 사고력 평가를 지향했다. 사회 현상을 담은 국어 지문이 나왔고, 생물 지식, 그래프 해석력, 환경 보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됐다.
정책 당국은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길 바랐다. 당시 대학학무과장으로 수능 실무를 총괄한 서남수 전 장관은 “수능이 처음 나왔을 때 교실 수업을오리엔트정공 주식
자극했고, 가르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회고한다. 97학년도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배출한 제주 대기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리 시간에 신문자료를 스크랩해서 발표하고, 수학 문제 풀이 과정을 서로 비교하며 토론하는 혁신이 이뤄졌다. 교과서 단순 암기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의 탐구 학습이 진행됐다. 정부는 자연스레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일타강사 내세운 학원가의 마케팅
수능 D-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부산시 한 고교의 고3 교실 전경. [중앙포토]
하지만 학교 수업이 한꺼번에 바뀌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김성열 명예교수는 “현실적으로 모든 학교의 수업이 통합적·탐구적 출제를 감당하기에 벅찼고, 교과별 전통 수업 방식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만으로 통합교과적, 탈교과적 문항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수능 과목에 포함돼야 살아남는다는 ‘교과 이기주의’까지 고개를 들었다. 당초 교육 당국은 언어·수리·외국어로 시험 과목을 발표했다. 당장 과학 단체가 반발했다. 과학입국을 강조하면서 과학 기초 능력 측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학 탐구’가 들어가자 이번엔 ‘사회 탐구’도 넣어야 한다는 불만이 터졌다. 이후에도 각 교과 영역의 반발은 계속됐다.
2014학년도부터 과목명이 언어·수리·탐구에서 국어·수학·영어로 바뀌었고 탈교과, 통합교과를 지향한 수능의 초기 정신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수능 개발에 참여한 박도순 명예교수는 “적성시험을 표방한 수능이 어정쩡한 교과별 학력고사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한편 수능이 도입되자 학교보다 빠르게 대응한 건 학원이었다. 수능형 ‘일타 강사’를 고용하고 학생 요구에 맞춰 문제 풀이 요령을 가르쳤다. ‘불안 마케팅’도 시작됐다. 연간 사교육비는 1994년 5조8000억원에서 2024년엔 29조원으로 늘어났다. 수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30년 새 5배가 됐다. 물가 상승을 고려해도 큰 폭의 증가다.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은 민감한 이슈다. 역대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수능 문항의 EBS 교재 연계, 선택형 수능 도입 등 정책을 내놨지만, 학원은 대책을 만들었다. 학습 부담을 줄이려고 ‘쉬운 수능’을 표방했지만, 변별력 논란으로 ‘킬러문항’과 ‘불수능’이 생겨났다. 수업 시간에 수능 문제집을 푸는 학생이 늘면서 공교육 위기론은 더욱 높아졌다. 교육 주도권이 사교육으로 넘어갔다는 비판도 거세졌다.
이재명 새 정부가 출범했다. 30년 수능 역사가 주는 교훈을 살필 때다. 적어도 두 가지는 분명하다. 첫째,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와 글로벌 경쟁이라는 도전을 맞고 있다. 적은 인구로 지금까지 누려온 경제적 풍요와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 해법은 국민 각자를 일당백 역량의 창의 인재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수능은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공부한 만큼 점수를 얻는다는 능력주의의 상징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의 경제력(사교육)이 자녀 성적을 결정하는 변수라는 점이다. 두 번째 역할이 커질수록 교육적 정의를 위협한다. 정부는 다양한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사교육 시장은 부모의 욕망을 발판 삼아 이를 무력화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성적 따라 줄 세우기 시험 언제까지…
킬러문항 등에 대비한다는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간판. [중앙포토]
사교육은 논술과 예체능 실기 사교육, 수시 전형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과 학교생활기록부 스펙 쌓기 컨설팅까지 전방위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의대 열풍이 불면서 고교 내신에 대비해 초등학생이 미적분을 배우는 선행학습마저 성행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는 저서 『20대 80의 사회』에서 상위 20% 계층은 ‘좋은 부모 역할’이라는 명분으로 사교육을 당연시하지만, 사실은 다른 자녀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며 사회 통합을 해치는 길이라고 경고한다. 명문대 진학을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 상승 수단으로 여기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입시 정책의 ‘기술적 조정’만으로 사교육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경쟁 압력이 낮아져 사교육 열풍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 모든 걸 바치려는 부모들이 있는 한, 사교육 문제는 입시 제도의 땜질 처방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대입 제도 개혁은 어려운 과제다. 모두가 교육 전문가를 자처하고 이해 당사자이다 보니 대안 찾기가 어렵다. 결국엔 교육적 원칙이 중요하다. 학생들을 하나의 시험으로 줄 세우는 ‘선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학생 성장과 발전을 돕는 맞춤형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수능도 단순 지식을 묻기보다 사고력·문제 해결력·창의성을 평가하는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학교의 준비와 국민적 신뢰 없이 이상적 제도만 내세우면 개혁은 헛된 꿈에 그칠 수 있다. 일본도 ‘대학입학센터’ 시험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려다 채점 인프라 부족으로 중단했다.
그동안 수능 개편은 고차원의 사고력과 창의력 평가보다 학습 부담·사교육을 줄이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수능의 역사적 교훈은 평가를 잘 활용하면 교육 혁신의 불을 댕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입 제도의 교육적 역할에 초점을 두고 미래형 평가 체제를 설계할 때다.
■ 수능일엔 일상도 ‘잠시 멈춤’…비행기 착륙도 늦춰
「 매년 11월 둘째 주 수능일, 대한민국의 일상은 잠시 멈춘다. 출근 시간이 늦춰진다. 증권시장과 은행 개장을 1시간 늦춘다. 수능 시험날은 12년 공부의 마무리이자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1993년 8월 20일 수능일을 앞두고 서남수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고심에 빠졌다. 처음 도입한 ‘영어 듣기평가’ 때문이었다. 소음 관련 불만이 계속됐다. 자동차 소음은 경찰과 모범운전자들 덕분에 해결됐다. 철도청은 기차 경적을, 해운 항만청은 뱃고동 소리를 자제하거나 줄이도록 했다. 문제는 비행기 소음이었다. 서 과장과 함께 고민하던 김화진 사무관이 관계기관의 협조를 끌어냈다.
“교통부가 비행기 이착륙을 중단시킨답니다. 비행기 속도를 조절해 조금 빠르거나 늦게 도착하도록 조치한답니다. 공항 근처 비행기는 인근 바다 위를 몇 바퀴 돌게 하고요.”
군용기도 문제였다. 북한 비행기가 내려오는 등 비상시 긴급 발진하는 전투기 소음을 해결해야 했다. 듣기평가 시간에 비행기를 띄우지 말라고 북한에 부탁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국방부는 듣기평가 전에 미리 전투기 몇 대를 이륙해 놓겠다며 협조했다. 국방부와 합참의 요청으로 미군 헬기 소음도 해결됐다. 」
창간 60주년 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은 아래 링크를 통해 전체 시리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issue/11765
※다음은 ‘서울 올림픽, 2002 월드컵’ 편입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대한민국 트리거 60' ⑳ 수능 30년, 그리고 사교육
첫 수능시험은 1993년 8월(1차, 2차는 11월) 치러졌다. 수험생들이 영어 듣기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3년 8월 2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첫선을 보였다. 여론에 촉각을 세우던 교육부 수능 준비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호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능 문제를 본 교육부 출입 기자들도 내심 놀랐다. 단편적 지식을 다루고 암기력을 테스트하기보다 창의력과 고차원 사고력을 묻는 TIGER금은선물(H) 주식
문제였다. 언론은 ‘탈 교과 통합출제로 산교육 기대’ ‘암기식 탈피’ ‘탐구 교육의 전기로’ 같은 긍정적 기사를 냈다.
대대적 교육개혁을 준비하던 청와대팀도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수능 성공을 교육개혁의 출발로 여겼던 김영삼 대통령은 여론 반응에 만족했다. 출제위원들에게 청와대 칼국수를 대접하겠다는 김 대통령을 비서진시세분출
이 만류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30년 동안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수능이 치러졌다.
수능 도입은 필연이었다. 80년 전두환 신군부는 민심 회복을 위해 여러 조치를 단행했다. 교육 분야에선 ‘7·30 교육개혁 조치’가 나왔다. 본고사 폐지와 과외 금지가 핵심이었다. 교과서 범위에서만 출제하는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도입황금성다운로드
됐다.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이 목표였다. 현실은 달랐다. 학생들은 한 번 시험에 모든 걸 걸어야 했고, 암기 위주의 입시교육이 전국 학교로 확산했다.
해결책으로 등장한 게 수능이다. 학력고사가 단편적 지식을 묻는 ‘학업 성취도 평가’였다면, 수능은 교과 지식을 종합해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적성시험’이었다.금융천재
통합교과적, 탈교과서적 소재로 만든 고차 사고력 평가를 지향했다. 사회 현상을 담은 국어 지문이 나왔고, 생물 지식, 그래프 해석력, 환경 보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됐다.
정책 당국은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길 바랐다. 당시 대학학무과장으로 수능 실무를 총괄한 서남수 전 장관은 “수능이 처음 나왔을 때 교실 수업을오리엔트정공 주식
자극했고, 가르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회고한다. 97학년도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배출한 제주 대기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리 시간에 신문자료를 스크랩해서 발표하고, 수학 문제 풀이 과정을 서로 비교하며 토론하는 혁신이 이뤄졌다. 교과서 단순 암기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의 탐구 학습이 진행됐다. 정부는 자연스레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일타강사 내세운 학원가의 마케팅
수능 D-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부산시 한 고교의 고3 교실 전경. [중앙포토]
하지만 학교 수업이 한꺼번에 바뀌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김성열 명예교수는 “현실적으로 모든 학교의 수업이 통합적·탐구적 출제를 감당하기에 벅찼고, 교과별 전통 수업 방식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만으로 통합교과적, 탈교과적 문항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수능 과목에 포함돼야 살아남는다는 ‘교과 이기주의’까지 고개를 들었다. 당초 교육 당국은 언어·수리·외국어로 시험 과목을 발표했다. 당장 과학 단체가 반발했다. 과학입국을 강조하면서 과학 기초 능력 측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학 탐구’가 들어가자 이번엔 ‘사회 탐구’도 넣어야 한다는 불만이 터졌다. 이후에도 각 교과 영역의 반발은 계속됐다.
2014학년도부터 과목명이 언어·수리·탐구에서 국어·수학·영어로 바뀌었고 탈교과, 통합교과를 지향한 수능의 초기 정신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수능 개발에 참여한 박도순 명예교수는 “적성시험을 표방한 수능이 어정쩡한 교과별 학력고사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한편 수능이 도입되자 학교보다 빠르게 대응한 건 학원이었다. 수능형 ‘일타 강사’를 고용하고 학생 요구에 맞춰 문제 풀이 요령을 가르쳤다. ‘불안 마케팅’도 시작됐다. 연간 사교육비는 1994년 5조8000억원에서 2024년엔 29조원으로 늘어났다. 수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30년 새 5배가 됐다. 물가 상승을 고려해도 큰 폭의 증가다.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은 민감한 이슈다. 역대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수능 문항의 EBS 교재 연계, 선택형 수능 도입 등 정책을 내놨지만, 학원은 대책을 만들었다. 학습 부담을 줄이려고 ‘쉬운 수능’을 표방했지만, 변별력 논란으로 ‘킬러문항’과 ‘불수능’이 생겨났다. 수업 시간에 수능 문제집을 푸는 학생이 늘면서 공교육 위기론은 더욱 높아졌다. 교육 주도권이 사교육으로 넘어갔다는 비판도 거세졌다.
이재명 새 정부가 출범했다. 30년 수능 역사가 주는 교훈을 살필 때다. 적어도 두 가지는 분명하다. 첫째,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와 글로벌 경쟁이라는 도전을 맞고 있다. 적은 인구로 지금까지 누려온 경제적 풍요와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 해법은 국민 각자를 일당백 역량의 창의 인재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수능은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공부한 만큼 점수를 얻는다는 능력주의의 상징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의 경제력(사교육)이 자녀 성적을 결정하는 변수라는 점이다. 두 번째 역할이 커질수록 교육적 정의를 위협한다. 정부는 다양한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사교육 시장은 부모의 욕망을 발판 삼아 이를 무력화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성적 따라 줄 세우기 시험 언제까지…
킬러문항 등에 대비한다는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간판. [중앙포토]
사교육은 논술과 예체능 실기 사교육, 수시 전형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과 학교생활기록부 스펙 쌓기 컨설팅까지 전방위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의대 열풍이 불면서 고교 내신에 대비해 초등학생이 미적분을 배우는 선행학습마저 성행한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는 저서 『20대 80의 사회』에서 상위 20% 계층은 ‘좋은 부모 역할’이라는 명분으로 사교육을 당연시하지만, 사실은 다른 자녀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며 사회 통합을 해치는 길이라고 경고한다. 명문대 진학을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 상승 수단으로 여기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입시 정책의 ‘기술적 조정’만으로 사교육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경쟁 압력이 낮아져 사교육 열풍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 모든 걸 바치려는 부모들이 있는 한, 사교육 문제는 입시 제도의 땜질 처방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대입 제도 개혁은 어려운 과제다. 모두가 교육 전문가를 자처하고 이해 당사자이다 보니 대안 찾기가 어렵다. 결국엔 교육적 원칙이 중요하다. 학생들을 하나의 시험으로 줄 세우는 ‘선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학생 성장과 발전을 돕는 맞춤형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수능도 단순 지식을 묻기보다 사고력·문제 해결력·창의성을 평가하는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학교의 준비와 국민적 신뢰 없이 이상적 제도만 내세우면 개혁은 헛된 꿈에 그칠 수 있다. 일본도 ‘대학입학센터’ 시험에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려다 채점 인프라 부족으로 중단했다.
그동안 수능 개편은 고차원의 사고력과 창의력 평가보다 학습 부담·사교육을 줄이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수능의 역사적 교훈은 평가를 잘 활용하면 교육 혁신의 불을 댕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입 제도의 교육적 역할에 초점을 두고 미래형 평가 체제를 설계할 때다.
■ 수능일엔 일상도 ‘잠시 멈춤’…비행기 착륙도 늦춰
「 매년 11월 둘째 주 수능일, 대한민국의 일상은 잠시 멈춘다. 출근 시간이 늦춰진다. 증권시장과 은행 개장을 1시간 늦춘다. 수능 시험날은 12년 공부의 마무리이자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1993년 8월 20일 수능일을 앞두고 서남수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고심에 빠졌다. 처음 도입한 ‘영어 듣기평가’ 때문이었다. 소음 관련 불만이 계속됐다. 자동차 소음은 경찰과 모범운전자들 덕분에 해결됐다. 철도청은 기차 경적을, 해운 항만청은 뱃고동 소리를 자제하거나 줄이도록 했다. 문제는 비행기 소음이었다. 서 과장과 함께 고민하던 김화진 사무관이 관계기관의 협조를 끌어냈다.
“교통부가 비행기 이착륙을 중단시킨답니다. 비행기 속도를 조절해 조금 빠르거나 늦게 도착하도록 조치한답니다. 공항 근처 비행기는 인근 바다 위를 몇 바퀴 돌게 하고요.”
군용기도 문제였다. 북한 비행기가 내려오는 등 비상시 긴급 발진하는 전투기 소음을 해결해야 했다. 듣기평가 시간에 비행기를 띄우지 말라고 북한에 부탁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국방부는 듣기평가 전에 미리 전투기 몇 대를 이륙해 놓겠다며 협조했다. 국방부와 합참의 요청으로 미군 헬기 소음도 해결됐다. 」
창간 60주년 기획 '대한민국 트리거 60'은 아래 링크를 통해 전체 시리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issue/11765
※다음은 ‘서울 올림픽, 2002 월드컵’ 편입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