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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울혁신파크 인근 은광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피아노공원에서 행사를 하고 있다. 은광지역아동센터 제공


한때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백만원주식투자
240여 개 기업과 단체에서 1300여 명이 활동하던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가 높은 울타리가 둘러쳐진 공사판으로 변했다. 남은 건물엔 ‘폐쇄’ ‘출입금지’라는 큼지막한 빨간색 글씨들이 나붙었다. 시민들이 발길을 들일 수 없는 상태가 기약 없이 1년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2022년 12월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혁신파크를 매수종목
없애고 그 자리에 ‘서울 서북권 경제 중심’ 60층 랜드마크와 주상복합단지를 세우는 공공재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였다. 이 발표 뒤 10개월 정도 지난 2023년 10월 말, 입주 기업들이 대부분 퇴거당했다. 2013년부터 10년 동안 붙었던 ‘혁신파크’라는 이름도 공중분해됐다.
시민이 만들어간 시민의 공간 ‘위기’
그러나유망한주식
오 시장의 계획은 2024년 7월 타당성조사 단계(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사업성 부족’으로 퇴짜를 맞았다. 서울시는 굽히지 않고 혁신파크 부지 매각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건물 10여 동을 철거했다. 하지만 2025년 2~4월 공개매각 기간은 응찰자 없이 끝났다. 시민들이 모여 ‘혁신파크 공공성을 지키는 서울네트워크’를 꾸렸다. 이들은 71일 동안 혁신파증권명장트레이딩
크 매각반대 천막농성(2024년 8~11월)을 벌인 데 이어 금요집회와 시민행진, 스티커 붙이기, 독서모임, 피아노숲 피크닉 등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냥 편안하게 누워서 쉬거나 잠깐 눈 붙일 공간이었는데 저렇게 막아놓았네요.” 2025년 6월17일 오후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1층을 함께 찾은 나영 은평민들레당 대표가 임시로 막아놓은 장외주식매매
한쪽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래청 1층도 처음엔 막아놓았다가 저희가 항의하니까 이렇게 열어는 놓았어요. 주변에 찾아보면 만만하게 갈 곳이 잘 없잖아요. 혁신파크 1~2층은 전부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었어요. 마음대로 책을 보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었죠.”
가운데 책장을 따라 둥글게 놓인 테이블들은 그대로였다. ‘모든 차별을 반대한다’(We welcome all)는 무지개색 구호를 내걸고, 비건(채식)·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를 실천하던 ‘카페 별꼴’ 자리는 널빤지를 덧대어 가려놓았다. 한쪽 벽에 ‘④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기다리며, 쉽게 단정 짓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입주 기업들의 자치 규약이 담긴 안내판이 남아 있었다. 조도까지 낮춰놓아 적막함이 감돌았다.
정윤영 르포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혁신파크에서는 기존 규칙을 벗어난 다양한 시도가 있었어요. 자본의 입장에서 규모를 키우고 사람이 모이는 걸 돈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공존해보고 동물·나무 등 그동안 우리 공동체 안에 들어오지 못했던 존재들이랑 어울리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뜻이 선뜻 모인 곳이었어요. 오랫동안 혁신파크에서 열렸던 비건 페스티벌만 해도 참가자들이 당연하다는 듯 다회용기를 가져와 수돗가에서 씻어가며 축제를 즐겼어요. ‘이렇게 하면 제로웨이스트가 되는구나’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요. 쉽게 부수고 높은 건물을 새로 짓는 바깥과 달리, 혁신파크에서는 낡은 건물과 시설을 재활용한다는 것도 오히려 좋고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혁신파크를 ‘박원순 시장 사람들’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집단’의 것이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물론 한계가 있는 기업도 있었죠. 그래도 혁신파크의 저렴한 임대료 정책 때문에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 했던 사람과 기업이 많이 모였어요.” 인동준 공동체아이티(IT)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말했다.
2021년부터 3년여 동안 혁신파크에 입주했던 국내 유일 중증장애인 전용 치과인 ‘더스마일치과의원’이 대표적이다. 2023년 한 해에만, 비용 혹은 접근성 때문에 치과를 찾지 못하던 장애인 3014명이 치료받았다. 더스마일치과 담당자는 “혁신파크에는 주차시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며 “피아노공원이 바로 앞에 있어 집중력 부족한 환자들도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스마일치과는 서울시의 계약 갱신 거부로 2024년 4월 더 비싸지만 덜 적합한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 치과가 있던 참여동은 헐린 채 비어 있다.



2025년 6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내 철거지. 2013~2023년 극장동·예술동·재생동이 있었다. 재개발(공공재개발→매각)을 위해 2023년 10월 입주 기업·단체들이 퇴거해 여전히 비어 있고, 높은 철제 울타리를 둘러쳐 사람의 접근을 막아놓았다. 김양진 기자


국내 유일 중증장애인 전용 치과도 내몰리고
혁신파크에 입주했던 에이유디(AUD)사회적협동조합은 농난청인에게 문자통역 플랫폼을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키링(열쇠고리) 등 새 제품을 만드는 ‘노플라스틱선데이’는 상업적인 독립에 성공한 기업이다.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은 2012년 작업일지 작성이 의무화된 요양보호사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한 것을 시작으로, 고령자·노동자에게 야간 컴퓨터 교실을 제공하는 등 공익사업을 벌이는 사회적기업이다. 모두 혁신파크 출신이다. 인은숙 사회혁신연구소 부소장은 “(혁신파크 출신 기업) 상당수가 퇴거 이후 폐업한 상태”라며 “기업들이 그대로 있었을 때의 임대수익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만들었던 사회적 가치 등을 면밀하게 계산해서 (혁신파크 폐지에 의한) 경제적 손실을 서울시에 청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주민에게 초중고 검정고시 교육 등을 제공하는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의 양민자 대표가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사실 국가나 서울시에서 해야 할 것이에요. 2023년 10월31일 계약 만료 때, 학력 인증 프로그램이니 한두 달만 더 공간을 쓰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어요. 어쩔 수 없이 불법 점거해야 했고, 과태료까지 내야 했어요. 혁신파크에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수익을 내지 않아도 일하는 기관들이 모여 일상적으로 협력하고 연계됐어요. 그런 특별한 공간이 사라진다는 거죠.”
‘(혁신파크 부지는) 서울시가 소유한 최대 규모(녹지 포함 11만㎡)의 가용지이지만 지난 10년간 폐쇄적으로 이용되며 활용도가 떨어졌다.’ 2022년 12월19일 서울시가 낸 보도자료 첫 문장이다. 경제성과 효율성은 서울시가 ‘매각’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불사하는 명분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재산 매각은 시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혁신파크 사업의 목적이 절대 아니다”라며 “2003년 서울시가 부지 매입 계약을 할 때부터 일관되게 서부권 거점, 특히 경제에 포커스를 맞춰왔고 지역 주민의 일관된 의지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공재개발에서 매각으로 방침을 바꾼 뒤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혁신파크 주변 은평구민 60.9%가 ‘민간 매각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2024년 12월16~17일 주민 1천 명 대상,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 의뢰, 조원씨앤아이 진행)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의 시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67.1%였다. “민간 매각에 따른 특혜 의혹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55.2%에 달했다.
이승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말했다. “시민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유재를 매각하는 건, 특정 대기업이나 토건 세력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요. 서울시 계획대로 또 다른 거대 상권이 생기면 기존 상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우리도 강남처럼 되겠구나’ 하는 욕망 구조를 건드리면서 지지를 받아요. 이걸 반대하면 오히려 운동권 세력이 경제를 망친다고 매도당하고, 님비로 묘사되기도 해요. 그런데 은평구를 뜯어보세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평지 공간은 혁신파크가 거의 유일해요. 아이들이 자전거 하나 편안하게 배울 공간이 없어요. 이렇게 단기간에 특정 목적을 들이밀면서 개발할 이유가 전혀 없죠.” 김상철 시시한연구소 공동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공공용지를 상업용지로 사용하는 건 토론의 여지는 있지만 매각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서울시 정책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입니다. 유찰됐다는 것도 시장조사 등이 되지 않은 졸속적인 추진으로 보여요. 중앙 부처 이전으로 나온 이례적으로 생긴 공유지로,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 땅이 필요해졌을 때 다시 사려고 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장래 행정 수요 등의 목적으로 남겨둘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



2025년 6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철거지 철제 울타리에 붙은 스티커. ‘오세훈(서울시장)=김미경(은평구청장), 당신들의 시대는 끝났다. 혁신파크는 시민의 땅. 기업매각 폐기하라’라고 쓰여 있다. 김양진 기자


“시장조사도 하지 않은 졸속 매각 추진”
12년간 인근 혁신파크 공간·시설을 이용해온 김명자 은광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놀이터도 부족하고 골목은 차에 뺏긴 이 지역에서 혁신파크는 넓은 나무 그늘이 있고 막 소리 지르고 뛰어놀아도 돼서 아이들이 ‘혁파’라고 부르며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었어요. 이렇게 혁신파크를 공사판으로 만들어놓은 건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숨 쉬는 공간을 뺏은 것과 같아요. 아이들에게 학교나 센터에 좋은 시설은 줄 수 있지만, 학교와 학교 밖을 이어주고 자연과 친구와 관계를 맺는 이런 공원 하나마저 허락 못한다는 게, 우리 사회가 너무 야박한 게 아닐까요.”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2025년 6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내 안내판에 ‘Seoul Innovation’(서울혁신) 글귀를 청테이프로 가려놓았다. 이렇게 ‘혁신’ 글귀에 청테이프로 가려놓은 모습을 수백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6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의 상징 ‘피아노 광장’의 피아노방. 서울시 쪽은 누구나 칠 수 있던 피아노가 놓인 유리방을 굵은 자물쇠로 걸어 잠가 시민의 접근을 막았다. 김양진 기자





2025년 6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피아노광장. 큰 나무들이 그늘을 이뤄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김양진 기자





2019년 서울혁신파크 인근 은광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혁신광장에서 행사를 하고 있다. 은광지역아동센터 제공





2022년 서울혁신파크 인근 은광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혁신광장에서 행사를 하고 있다. 은광지역아동센터 제공





2019년 서울혁신파크 인근 은광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피아노공원에서 행사를 하고 있다. 은광지역아동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