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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 아동인 수안은 정착비 500만원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배달기사(배달 플랫폼 라이더), 대형 이커머스(온라인 유통) 물류 센터 일일 노동자로 일한다.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장기적으로 전망하며 전공을 살릴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당장 생계가 급급하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뭔가를 바라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상처를 담보로 했다. 바라는 것을 버리는 것. 그건 나와 연에게는 습관처럼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수안은 배달기사 일을 열심히 하며 돈을 모으려 했지만 곧 그만두게 된다. 인공지능(AI)의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이뤄진다는 ‘콜 배치’에 따라 일할 수가 없어서다. 단 중고차매도 한 건만 거절해도 ‘콜’을 받지 못하거나 기름값도 안 나오는 먼 거리로 배치되는 듯 보였다. 여러 건을 무리하게 해결할수록 돈을 벌 수 있으니 오토바이 운전은 늘 위태로워지다가 결국 사고가 난다. 배달기사 다음으로 찾은 물류센터는 “환하고 밝고 깨끗하고 넓”었지만 노동자를 착취하는 노동 환경이기는 마찬가지다.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없고 실내 온도가 30℃가 교직원공제회 넘어도 냉방이 되지 않아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한다.
작품 속 수안이 경험하는 노동 환경은 현실 사회에서 줄곧 보도되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사회에서 처음 경험하는 노동 환경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즉 청소년 노동 문제로 본다면 마음이 더 쓰인다. 어른들이 만든 사회가 고작 이것밖에 되지 못한다는 미안함과 신협10등급 자책감 때문이다. 노동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착취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는 게 화가 나기도 한다. 여러 사정으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꿈꾸지 않고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소년들이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겪어야만 하는 현실이어서 더 그러하다.
작품이 말하는 또 다른 노동 현장은 콜센터다. 수안과 같은 인천직장인영어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던 연과 해원은 학교 성적이 가장 좋아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영화 ‘다음 소희’에서도 면밀히 볼 수 있었듯 회사는 ‘블랙컨슈머(악성 민원인)’의 괴롭힘을 방관하며 이를 상담원 개인에게 떠넘긴다. 보호받지 못한 상담원은 홀로 고통을 견디다가 기계 부품처럼 교체된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구에게 그 고통을 떠넘긴 기아자동차구매할부프로그램 죄책감에 결국 스스로 세상을 떠난 연의 죽음은 “작고 무력한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하게 만드는 어떤 존재”가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두 친구를 영원히 떠나버린 연은 그러나 일년 후 어느 날 수안을 찾아온다. 비 오는 날마다 빗방울을 타고 내려와 수안, 해원과 조우한다. 슬프고 애틋한 환상이다. 연이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신발 밖으로 왈칵왈칵 쏟아져 나오는 빗물이 마치 눈물인 듯 가슴 시리다. 이 세계의 무정함으로 쫓겨날 만큼 작고 무력했던 연은 그럼에도 돌아와 사랑과 우정을 다시 잇는다. 해외여행도 아니고 공항에서의 피크닉을 바랐던 연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수안이 연과 피크닉을 하러 떠나는 마지막 페이지의 환상은 둘에게도 그러한 내일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