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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염원휘리 작성일25-01-0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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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되고 다음날인 4일 시민들은 알록달록한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대통령 관저 주변에 모였다. 법원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마저 무시하는 윤 대통령에 분노한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철야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저녁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 20만명(주최 쪽 추산)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 도로 전 차선을 가득 메 리드코프 채용 웠다. 전날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집회가 끊임없이 이어진 데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서울 광화문에서 ‘5차 범시민대행진’을 마친 뒤 한남동으로 넘어와 합류하면서 구름 같은 인파가 모인 것이다.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저녁 7시 서울 한강진역 앞에서 재집결한 시민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관저 쪽으로 행진했다. ‘안보 식사제공 리(안주보장이사회)’ ‘얼어 죽어도 코트 입는 사람들 연합’ 등 재치 있는 깃발도 함께였다. “윤석열을 체포하라!” “경호처는 비켜라!” 쩌렁쩌렁 울리는 구호에 상가 식당에서 식사하던 시민들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도, 잠시 멈춰 박수를 보내거나 구호에 목소리를 보탰다. 저녁 8시께 행진 대열이 도착하자 집회 현장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은 환호성으로 우리은행 생애최초 맞이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행진한 대열은 집회 현장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내란 세력에 대한 분노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이호림 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저는 공수처가 이곳에 와서 체포영장을 집행한다고 했을 때 그날 윤 대통령이 구속될 거라 생각했다. 바로 이곳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3명을 연행한 공권력은 윤 대통령 관저 동부화재 전세자금대출 앞에서 멈췄다”며 “윤석열이 체포·구속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끝내 파면될 때까지 여기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비상행동과 민주노총은 이날도 집회현장에서 1박2일 철야농성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5차 범시민대행진을 마친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과 민주노총 노조원 등이 잠실 아파트 전세 4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 집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언제나처럼 축제 같은 집회였지만 ‘체포 실패’라는 황당한 상황에 격앙된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30대 여성 박아무개씨는 “공수처가 체포 실패하는걸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제 손으로 잡으러 가고 싶었다”며 “주말에는 진짜 좀 놀고 싶다. 윤석열 빨리 체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에서 온 최은진(31)씨도 “경찰이 국민을 위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같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시민들 집회는 강경진압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을 보호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체포 실패로 이미 혼란스러운 시국에 불안이 가중될까 우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온 자영업자 김의열(54)씨는 “공수처가 명분을 쌓으려고 체포를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쇠뿔도 단숨에 뽑으라고 한 번에 해야 했다. 여론만 갈라지고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닌지 염려된다”며 “윤석열 쪽에서 사회 혼란을 극대화해 반전을 노리는 것 같은데 거기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이틀 연속’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흔히 만나볼 수 있었다. ‘국경 없는 반갸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나온 하지연(26)씨는 “어제저녁 7시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한강진에서 밤새고, 한숨 자고 다시 나왔다”며 “이렇게 많은 시민이 합류한 걸 보고 엄청 기쁘다. 예전에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귀족노조다, 폭력집회다, 하는 게 너무 속상했는데 노동자와 함께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들어 한남동 일대에는 진보·보수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며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서울 지하철 6호선은 오후 한때 한강진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민주노총·비상행동 집회와 극우 집회가 약 400m 거리를 두고 동시에 열리면서 군데군데에서 시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