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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재추진을 요구하는 언론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여야 모두 ‘대선 승리’ 이후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차기 정부 출범 이전에 이들 법안의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요구다.
내란 사태 이후 방송3법 개정안 12건 ‘쇄도’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12·3 내란 사태 이후 쏟아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방송3법 개정안은 모두 12건이다. 이들 12개 법안은 세부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방식과 사장 추천·임명 방식, 편성규약 및 편성위원회 등 제작 자율성 보장 방안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앞서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법 등 개정안은 공영방송 3사의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와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직능단체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 수는 한국방송(KBS)이 11명, 문화방송(MBC)·교육방송(EBS)이 각 9명으로 여야가 법적 근거도 없이 7 대 4, 혹은 6 대 3의 비율로 추천해왔다.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추천할 때 100명 규모의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여기서 추천하도록 하고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와 결선투표 등 절차를 거쳐 사장을 임명 또는 임명제청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내란 사태 이후 발의된 방송3법 개정안에서는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는 기존 개정안과 비교할 때 11명, 13명, 15명 등으로 줄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중 13명 안이 주류다. 기존 안에 따라 이사 수를 21명으로 갑자기 늘리면, 이사회 운영 등에 어려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추천 주체에도 변화가 많다. 국회 추천은 최소 3명에서 최대 13명까지인데, 평균적으로는 6명 정도다. 미디어 관련 학회 추천 몫은 방송통신위원회 선정 혹은 대통령령을 통해 학회를 특정하도록 했으며 그 수는 2~5명 수준이다. 여당에서 가장 문제 삼았던 현업인 몫, 곧 직능단체 추천은 크게 임직원 투표 및 추천(최민희, 황정아, 김현, 김우영 안), 노동조합 추천(이훈기, 박민규, 노종면, 서영교 안) 등으로 조정한 개정안이 많다. 특히 최민희 의원 안은 직능단체를 특정하지 않고 각 방송사 임직원이 보도와 제작, 기술 부문 대표성을 고려해 과반의 찬성으로 3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그 밖에도 12개의 개정안은 법안별로 100~200명 규모의 사장후보추천위원회(한민수, 노종면, 조인철 안 제외)를 두고, 사장 임면(제청)에 특별다수제를 도입(서영교 안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분은 기존 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법안(최민희, 황정아, 박민규, 김현, 이해민, 이정헌 안)은 결선투표제 도입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공정방송 실현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
언론 현업단체와 각 공영방송 구성원들은 이들 12건의 개정안이 모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국회의 이사 추천 권한 축소(한민수 안 제외) 등 정치적 후견주의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새로운 방송3법에서는 단순히 지배구조만이 아니라 제작 자율성 등 방송의 내적 자유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장치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법(4조4항)에서도 편성규약 제정 규정을 두고 있으나, 위반 시 이를 제재하는 조항은 별도로 없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방송편성 규약에 대한 규정은 마련됐지만 준수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내부에서 굉장히 힘든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배구조가 외형적으로 방송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내용적으로는 공정 방송이 실현될 수 있도록 편성 규약 위반 시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에서는 박민 전 사장 재임 기간에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역사저널 그날 파행’ 등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이 떠오른 상황에서 여야 모두가 방송3법을 슬그머니 뒷전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내란 사태를 통해 독재로 회귀하려는 권력의 1차 목표가 공영방송 장악을 통한 언론자유 통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나가는 데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으로 입증해준 것”이라며 “탄핵 심판에 따른 차기 정권의 향배 등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야 모두가 방송3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