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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신작 개봉에도 1위를 지켰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미키 17’은 누적관객수 268만 4802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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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기록을 전복시키는 감독

전시 제목은 ‘감독의 영감: 봉준호’이다. 주최 측은 “초기 단편영화부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괴물’,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단순한 범주화를 거부하며 매우 재미있고 예 간이사업자부가가치세 상치 못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속에 사회 비판을 녹여낸다”며 전시 개최 이유를 밝혔다. 전시에서는 봉 감독의 개인 소장품을 비롯하여, 영화 연출 시 사용했던 스토리보드와 콘티뉴어티(continuity, 촬영용 대본), 포스터, 현장 스틸 컷 등 100여 점의 원본을 선보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 격인 정보진흥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이미 한국영화계에 1차 쇼크가 가해졌다. 놀랍기 그지없는 소식이었으니까. 더 거대한 쇼크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수상이었다. 외국어 영화상 정도만 받았어도 기록일 판인데, 할리우드의 레전드 감독들이나 거머쥘 법했던 오스카 작품상을 한국이라는 영화 변방의 필름메이커 봉준호의 영화가 거머쥐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대출중개수수료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면 극장 흥행은 따둔 당상이고, ‘주말의 명화’에 편성되면 시청률이 보장되는, 그런 거대한 결과였다. 이것만으로도 봉준호라는 한 사람은 훗날 한국영화 역사를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될 상징적 인물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이전까지 칸 국제영화제의 업적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에게 상당 부분 수여되어 있 청약통장 점수 었다. 그래서 많은 미디어는 박찬욱 감독을 ‘깐느 박’이라 칭송했었다. 하지만 최초는 전복되기 마련이다. 박 감독은 그곳에서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다음으로 등장하는 ‘감독상’을 수상했었다. 그런데 봉준호는 처음부터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또한 곧장 오스카 작품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모든 역사가 일순간 다시 쓰여지는 ‘최초’의 순간이었다. 최초는 다시 전복되어 다시 최초가 되었다.



‘미키 17’ 프로덕션 비하인드 컷



100%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만든 ‘미키 17’




‘미키 17’ 스페셜 일러스트 포스터



2021년에 봉준호 감독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밝힐 때만 해도 ‘미키 17’은 제목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단지 미출간 SF 소설의 영화화라는 것만 알려져 있었다. 당시 그는 “곤경에 처한 인간 이야기죠. 그 인간이 좀 지질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해요. 그런데 유니크한 상황에 처해요. ‘기생충’과는 표면적으로 분명 다른데, 나중에 보고 생각해보면 묘한 연결 고리가 있을 거예요”라고 했었다. 그것이 바로 에드워드 애슈턴이 쓴 『미키 7』이었다. 그때는 원작 소설이 국내는 물론 해외 출간도 안되어 있었다. 일단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으니 책을 먼저 읽었다.

소설은 인류를 위해 죽고 또 재생되는 7번째 미키와 8번째 미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약 4년 전의 그에게 원작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 물었었다. “’설국열차’ 원작 만화 봤죠? 영화랑 전혀 다르잖아요. 달리는 기차 안에 생존자가 있고, 밖은 빙하기, 이거 외에는 원작과 완전히 다르거든. 신작도 핵심 콘셉트는 원작에서 따오지만, ‘설국열차’만큼 달라질 것 같아요. 크게 봐선 원작과 유사한 장르가 될 텐데, 내가 약간씩 흙탕물을 끼얹겠죠?” 봉 감독의 답이었다.




4년 전 그의 말대로 ‘미키 17’은 원작 소설과 많이 달랐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도 창조되어 있었다. 영화에서는 소설 속 죽음들이 더 간결하게 압축적으로 나열되지만, 봉준호는 좀 더 ‘인간적’이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 영화가 봉준호에게 또 다른 ‘최초’ 수식어를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나는 이 영화가 봉준호 감독 ‘최초 할리우드 영화’라고 본다.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토종 한국 영화와 그렇지 않은 것들로 구분된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마더’, ‘기생충’은 전자의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설국열차’, ‘옥자’는 후자다.


“영화 전문기자로 업을 시작한 나는 후배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한다. “머리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많다. 하지만 봉준호는 ‘가슴’으로 영화를 만든다”라고. 가슴으로 만든 영화. 나는 이게 우리네 감정선을 후려친다고 믿는다. 동시에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의 마음을 파고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둘은 또 다르다. ‘설국열차’는 해외 만화 판권을 박찬욱 감독의 영화사가 구매해서, CJ ENM의 자본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물론 해외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되고,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외국 영화처럼 보이기는 했다. ‘옥자’는 또 다른 유형이다. ‘옥자’는 넷플릭스 OTT로부터 투자를 받고 제작되었다. 물론 감독의 유명세가 있으니 순수 OTT 플랫폼 공개보다는 극장에서 먼저 개봉을 하는 계약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지만, ‘옥자’는 한국에서 촬영되었다. 아무튼 ‘옥자’를 완전한 할리우드 영화로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런 점에서 ‘미키 17’은 봉준호의 첫 번째 ‘완전한’ 할리우드 영화가 될 것 같다. 워너브러더스라는 전통적 스튜디오가 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봉준호가 할리우드로 진출한 최초의 한국 감독은 아니다. 더 먼저는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라스트 스탠드’를 찍은 김지운 감독이 있었고, 박찬욱도 완전한 해외 자본으로 영화와 시리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키 17’은 봉준호의 최초 할리우드 연출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봉준호의 영화들은 마음으로 대화하게 만든다
작년 늦여름께 봉준호 감독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슬며시 물어봤다. 영화 편집권이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이었다. 봉 감독은 편집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전했다. 영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 있어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 아니면, 특히 신인 감독 등의 영화에서는 편집권이 스튜디오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인즉, 감독이 만들고 있는 영화가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그들이 편집권을 발동해 영화를 이렇게 저렇게 ‘짜집기’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편집권을 완전히 가지지 않으면 감독의 색을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행인 건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편집권을 가지고, 자신의 색채를 오롯하게 낸 작품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이번 봉준호의 영화는 여타 다른 한국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만들었을 때보다 좀 더 대대적인 프로모션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를 하고, 런던과 파리 등에서도 홍보를 진행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물론이고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등 출연 배우들이 내한해 한국 극장 무대인사를 치렀다. 이건 박찬욱, 김지운의 해외 진출작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벤트였다.

나에게 ‘미키 17’에 대해 묻는다면 해외 자본 혹은 배우들이 투입된 봉준호의 영화들 중 가장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답할 것이다. ‘미키 17’을 보러 가기 직전 해외 프로모션에 참석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 잘 보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우주 찐따 생존기 같은 거니 편안하게 보시오”라는 답이 왔다. 이 말의 의미를 극장 문을 나서며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봉 감독의 그 전언은 ‘미키 17’의 모든 걸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내재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아레나 옴므 플러스와 인터뷰를 가진 그는 “나는 처음부터 미키가 ‘워킹 클래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산업재해 전담 노동자로서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고, 지적인 배경보다는 뒷골목 출신이거나 밑바닥 출신으로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차기작의 제목도 공개됐다. 인터뷰에서 그는 감독 인생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심해 소재 애니메이션의 가제가 ‘더 밸리(The Valley)’라고 밝혔다. ‘더 밸리’는 2026년 완성, 2027년 월드 와이드 개봉 예정이다.

아무튼 봉준호는 이래저래 한국 영화의 아이콘임에 틀림없다. K-팝의 선봉에 BTS가 있고, K-시리즈의 전면에 ‘오징어 게임’이 있듯, K-무비에는 봉준호가 있다. 영화 전문기자로 업을 시작한 나는 후배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한다. “머리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많다. 하지만 봉준호는 ‘가슴’으로 영화를 만든다”라고. 가슴으로 만든 영화. 나는 이게 우리네 감정선을 후려친다고 믿는다. 동시에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의 마음을 파고든다고 생각한다. 봉준호의 영화들은 마음으로 대화하게 만든다. 그 마음 속 이야기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그의 견해가 담겨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영화를 만들 것이다. 차기작이자 현재 진행 중인 심해 소재의 애니메이션 ‘더 밸리’도 분명 그럴 거라 믿는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2호(25.03.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