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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 자진 사퇴 후 한 달 넘게 검찰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검찰총장 인선이 미뤄지면서 정치권 해석이 분분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취임했다. 하지만 3주째 총장 인선 첫 단계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출범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달 25일 대검 검사급 33명을 인사해 공석인 총장의 참모진을 전면 교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사실상 좌천됐던 간부들이 대검의 새 주축이다. 정작 이들의 인선을 함께 협의했어야 할 총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참모 진용부터 꾸린 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여권에 일산농협대학 선 “노만석 대검 차장의 검찰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총장 인선을 천천히 할 생각인 것 같다”며 “아직 아무런 지침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연말까지 대행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장 부재 장기화는 이재명 정부에서 진행될 은행 구조조정 검찰 개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장이 없어야 검찰 조직 개편 과정에서 검찰의 조직적 저항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 일부러 공석으로 두고 있다는 얘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취임 일성으로 “추석(10월 6일) 전까지 검찰 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며 검찰 해체 시간표를 제시했다. 검찰청을 폐지 후 ▶법무부 산하 공소청 설치 ▶행정안 목돈모으기 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등이 민주당 검찰 개편안 초안의 핵심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민형배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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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는 “조직 개편에 총장은 걸림돌인 존재”라며 “아무리 코드 인사를 하게 되더라도, 검찰 OB(Old Boy·퇴직자)가 물밑에서 집중 관여를 해오기에 총장은 조직을 대변하는 핵우산 역할을 자임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했다. 4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국가정보원장·국세청장 인선이 일찍이 이뤄진 것과 달리 검·경 총수 지명이 동반 지체되고 있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재명표 검찰 개혁은 검찰청에 집중됐던 권한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나누는 것이라 경찰 조직 개편도 연동된 문제다.
21년 전에도 검찰총장의 격렬한 저항으로 검찰 개편이 좌초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대검 중수부는 여야의 불법 대선 자금 사건을 수사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핵심 측근 상당수를 구속했다. 대선 자금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인 2004년 6월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대검 중수부 폐지론이 나오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내 목을 쳐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결국 개편은 좌초됐다.
2003년 4월 3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 노무현 사료관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검찰 인사의 전권을 쥐려는 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과 협의하지 않고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검찰 인선을 주도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첫 검찰 인선 이후 중간 간부 인사 등을 줄줄이 이어가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총장 공석 104일이 흐른 뒤인 2022년 8월에야 초대 이원석 총장을 지명했다. 그 사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해 “총장 패싱”, “허수아비 총장”이란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3기)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했다. 기수를 파괴한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백인 상태에서 이뤄졌다.
문 전 대통령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파격 기용 후폭풍이 지금까지 인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전임 문무일(18기) 총장보다 5기수나 낮아 당시 ‘기수 문화’ 파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한동훈(27기) 법무부 장관을 파격 발탁하는 바람에 이원석(27기) 초대 총장은 전임 김오수(20기) 총장보다 7기수나 내려오는 일이 벌어졌다. 후임으로 이 총장보다 한 기수 위인 심우정(26기) 총장을 발탁했던 건 연소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단 판단도 작용했다. 검찰에선 대개 기수 역전이 발생하면 선배 기수들이 줄줄이 옷을 벗어왔다.
‘검찰 조직 연소화’ 문제는 지난달 25일 검찰 인사에도 드러났다. 구자현(52세, 29기) 서울고검장은 이명박 정부 첫 검찰 인사가 있던 2008년 3월 유임된 박영수 당시 서울고검장(당시 56세, 10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기수도 낮은 편이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조직이 많이 연소화되면서 너무 많은 이들이 사표를 던지고 나가 총장감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연소화를 최소화할 인사를 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