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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권이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도 미국 워싱턴 소재 로비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쿠데타 이후 악화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 고립을 완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10일 미얀마 독립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 정보부는 지난달 31일 미국 공화당 계열 로비업체 ‘DCI그룹’과 연간 300만 달러(약 41억7,000만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사실은 미국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제출된 문서에서 확인됐다. DCI그룹은 무 행복가득희망적금 역, 천연자원, 인도적 지원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계약일(지난달 31일)은 미얀마 군부가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로 집권한 뒤 4년 반 만에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한 날이기도 하다. 쿠데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군부와 연루된 기업·개인에게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해 왔지만, 이번 계약이 제재 삼성카드연체기록 대상에 해당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외국대리인 등록법 제출 서류. 미얀마 군정 정보부가 DCI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얀마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군정은 그간 국제 제재를 비난하며 중국·러시 지방자치단체장 아와 밀착해 왔지만, 최근 들어 대미 관계 개선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얀마에 40%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서한을 보냈을 때,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미국이 자신들을 미얀마 집권 세력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진정한 애국심으로 나라를 번영으로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인정한다” 비상장 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답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4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부과된 미얀마 기업 3곳과 군부 측근 인사 4명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해제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군정의 ‘트럼프 찬양’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같은 달 29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얀마의 산업은행 대출 풍부한 희토류 자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양국 사이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셈이다.
이번 계약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얀마 시민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인권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아무리 변명해도 군부 손에서 피를 씻을 순 없다”며 “군부의 잔혹 행위를 방조하는 DCI그룹의 결정을 비난한다”고 꼬집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