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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전 17패, 처참한 내 공모전 성적이다. 오랫동안 소설가를 꿈꿨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백일장이며 신춘문예, 문학상, 장르 소설 출판사 문까지 편식 않고 골고루 두들겼다. 근데 열어주는 곳이 없더라. 책으로 묶으면 다섯 권쯤 나올 문자 더미를 송고하는 동안 장려상 한 번 못 타봤다. 문학을 하기엔 문장이 거칠었고 오락 글을 쓰기엔 상상력이 빈곤했다. 실패 경험이 쌓일수록 도전 의지가 점차 꺾여갔다. 2020년 마지막 공모전에 도전했고 또 떨어지며 타인과 글로 경쟁하기를 포기했다. 무재능. 스스로 나의 20대를 규정했던 단어였다.
기회는 오히려 아예 생각 못 한 장소에서 찾아왔다. 한 번도 안 써본 칼럼으로 지면실리콘웍스 주식
에 데뷔했고 출판까지 했다. 첫 책이 지방 청년 남성의 삶을 다룬 에세이고, 열악한 지방 노동 현장의 르포이며, 온갖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수필인 탓에, 온갖 매체에서 다양한 청탁이 왔다. 3년 동안 별별 글을 다 쓰다 끝끝내 문예지에 소설까지 발표했다. 마침내 정식 지면 등단 소설가가 되었다.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들뜨기보단 후련했모바일 바다이야기
다. 목표를 이뤘을 때 차오르는 고양감은 없었고, 그저 얼마 안 하는 묵은 빚 하나를 갚은 기분. 꿈을 이뤘음에도 생각보다 덤덤했던 이유는, 막상 글 써서 돈 버는 동안 글쓰기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 탓이리라. 글 써서 돈 버는 방법은 소설뿐만이 아니었고, 글쓰기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먹고사는 분야에 한정하면 글 재능은 생각보마크로젠 주식
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재능. 창작자들을 머리 아프게 하는 단어다. 순수하게 창작에만 매진하는 시기엔 재능이 화려한 무언가로 보인다. 기교가 뛰어난 창작물일수록 고평가하고, 재주 잘 부리는 창작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소설로 치면 멋들어진 문장이나 독특한 감성, 파격적인 스토리를 드러내는 소설가가 주로 재능 있단 소릴 듣오리지널바다이야기
는다. 나 또한 이들의 창작물을 보면 경외감이 들고 동시에 질투심이 일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양산품조차 제대로 못 만드는데 명품을 척척 빚어내는 작가가 왜 안 부러웠겠는가.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품었던 열등감은 여러 창작자와 직접 만나고 교류하게 되면서 점차 사라져갔다. 내가 부러워한 창작자들은 예외없이 남들과 다른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알라딘다운로드
. 예리한 감각으로 남들이 쉽사리 지나쳐버렸던 디테일을 곧잘 포착하고 소재로 활용할 줄 알았다. 빼어난 상상력을 동원해 아무도 생각 못 한 가설을 세우고 창작물로 만들어냈다. 보통 사람에겐 없는 이 재능은 창작 활동엔 득이었지만 일상 활동에선 독이었다. 뛰어난 만큼이나 커다란 자의식을 감추느라 힘들어했다. 생각이 너무 많고 예민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조차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별난 사람 취급 받기에 교류하는 관계의 폭 또한 협소했다. 빛나는 재능을 대가로 평범한 삶을 버거워하는 이들 모습이 내 눈엔 그저 불행하게만 보였다.
그들 작품 또한 마찬가지. 어릴 적엔 마냥 대단하게만 보였던 작품이 2쇄조차 못 찍거나, 연재 중단을 당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창작물은 필수재가 아니며, 금전 가치는 재능이 아니라 유행과 업황에 달린 것. 순수한 예술 역량만으론 밥벌이란 과제를 풀기 쉽지 않다. 권위 있는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대형 문예지의 문학상을 거머쥔 작가들이 청탁이 안 와서 펜을 꺾은 사례는 너무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젠 어린 시절처럼 재능을 동경하고 부러워할 시간이 없었다. 내 깜냥은 눈앞에 닥친 일조차 간신히 수습하는 정도였고, 매일 발버둥 쳐야 생업이나마 이어나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예술가가 아니라 산업의 일원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내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야 했다. 짧고 쉽게 쓰기. 마감을 잘 지키기. 글로 잘난 척하지 않기. 글에 감정을 싣지도 않기. 비판에 너무 상처받지 않기. 유행에만 편승하려 하지 않기. 나만 쓸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쓰기. 늘 평범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재능과 하등 관련 없는 이 원칙들이야말로 내가 아직 작가로서 쓰이는 원동력이었다. 재능은 수퍼카나 명품 시계와 같다. 같은 계열의 대다수 상품보다 멋지고 품질이 뛰어나다. 더군다나 대다수는 갖지 못하기에 더 가치 있게 보인다. 하지만 꼭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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