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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낭달웅동 작성일25-11-0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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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빠칭코 ♫ 골드몽먹튀 ♫∂ 0.rcu914.top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밤 11시12분. 나는 계산대 안쪽 의자에 앉아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시작될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편의점의 형광등 불빛이 곧 들어올 손님들을 기다리며 매장을 비추고 있다. 유리문의 종소리와 함께 오늘 밤의 막이 열렸다.
첫 번째 막이 시작됐다. 넥타이가 반쯤 풀어진 채 들어온 남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구두를 질질 끌며 냉장고로 향해 맥주 네 캔과 안주를 집었다. 와이셔츠는 땀에 젖었고, 눈 밑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봉투는 필요 없어요.”
아저씨의 삶이 내가 꿈꾸는 미래
그는 신용카드를 쌍용자동차 추석 긁고, 그 자리에서 맥주 한 캔을 땄다. 탄산을 꿀떡꿀떡 삼키더니, 그의 어깨가 살짝 내려앉았다. 그는 피로를 삼킨 대가를 다시 나에게 지급하며, 끈적한 피로감을 씻어냈다.
새벽 1시5분. 잠시 매장이 조용해지고, 두 번째 막이 펼쳐졌다. 술에 잔뜩 취한 대학생 무리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들은 웃고 소리 지르며 아이스크림 쪽으로 향했 (주)해드림 다. 나도 한때는 저들처럼 자유로웠다. 그것이 미래를 끌어다 쓴 자유였단 사실은 졸업장이라는 청구서를 받아본 뒤 알게 됐다. 시간을 팔아 학원비를 모으는 지금의 나에게, 그들이 누리는 소비는 닿을 수 없는 사치였다.
모두가 퇴장하고, 나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모아둔 상자로 향했다. 누군가는 이것을 폐기품이라 불렀지만, 나에겐 내일을 책임 부산신용보증 져줄 소중한 밥이었다. 식품 공장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 빚어낸 쓰레기가, 최저시급을 받는 취업준비생의 생명을 연장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이 짓도 올해로 그만해야 하는데.”
낮에 공부할 체력을 조금이라도 남겨두기 위해, 호프집 서빙 대신 택한 편의점 알바였다. 그런데 이곳이 나를 생각보다 괴롭게 했다. 이렇게 죽어 일용직 식대 라 일해서 번 돈으로 공부하고, 그렇게 공부해서 아까 그 아저씨처럼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럼에도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내 처지가 비관적이었다. 어디 산골로 도망쳐 자연인처럼 돈 걱정, 출세 걱정 없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 매장 전체에 빛이 사라졌다. 형광등이 꺼지고, 냉장고가 멈췄다. 포스기 전원은 완전히 나갔다. 밖에서 대구신용회복위원회 이따금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매미 소리가 이곳의 공기를 채웠다. 그때, 편의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구매 안 되나요?”
물건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손님이 떠났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됐다.
“맞다, 아이스크림!”
절대 녹으면 안 돼, 아이스크림도 나도
나는 쏜살같이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향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냉동식품이 전부 녹아버리면 어떡하지? 사장님이 이 책임을 전부 나에게 떠맡기는 건 아니겠지? 정전이 계속돼서 문을 닫아야 하면, 나는 오늘 밤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내일 먹을 폐기품은 온전히 내게 돌아올까? 일을 그만둬야 하면? 돈은 어디서 또 구해야 하지?
그 순간, 형광등이 강한 빛을 터뜨리며 다시 켜졌다. 나는 멍청하고 얼빠진 모습으로 조금 전까지 바라보던 무대 한가운데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냉장고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돌아갔다.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사장님이었다.
“어, 방금 정전됐지? 냉동식품 괜찮은지만 확인해줘.”
통화를 마치고,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바라봤다. 카메라가 나를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살짝 비트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향해 내부 상태를 살폈다. 아이스크림은 아직 단단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른 냉장고도 하나씩 열어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았다. 다 괜찮았다.
그리고 곧이어 구역질 나듯 자각이 올라왔다. 산골로 도망치고 싶다던 나는, 사력을 다해 냉동식품 상태를 살폈다. 사실 나는 이곳에 거머리처럼 붙어 있어야 했다. 폐기품으로 연명하고, 최저시급으로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가련한 주인공이었다.
나는 편의점을 좋아해야만 했다. 아직 녹지 않은 아이스크림처럼, 나도 이곳에서 단단히 버티고 서 있어야 했다. 불빛이 완전히 꺼지는 그날, 나도 함께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공포를 다시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연지 wl3034@naver.com
선정하며- 내가 편의점을 좋아하는(또는 싫어하는) 이유
엠제트(MZ) 세대에게 편의점만큼 친숙한 공간이 있을까. ‘가성비’와 ‘가심비’를 갖춘 물건이 가득하고, 재미와 경험까지 살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최저시급이긴 하지만 문턱 낮은 일자리까지 제공한다. 엠제트 세대 덕분에 편의점 매출이 대형마트 매출을 앞질러버렸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제 편의점은 슈퍼마켓에서 우체국, 은행, 파출소로 진화하고 있다.
미지의 소리 16회차 주제인 ‘내가 편의점을 좋아하는(또는 싫어하는) 이유’에 응모한 글 가운데는 편의점을 ‘친숙한 곳’을 넘어 ‘따뜻한 곳’으로 바라보는 글도 꽤 있었다. 이유경씨는 현실적이면서도 따스한 ‘대도시의 위로법’이 펼쳐지는 편의점을 세밀히 관찰했다. 신여진씨도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게 편의점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가족 같은 따뜻함과 위로를 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편의점이 추구하는 ‘편의’가 뜻하는 ‘불편한 진실’에 천착하는 글도 있었다. 임수미씨는 편의점이 많아질수록 과도한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우리는 영원히 해소되지 않는 불편함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미경씨는 시간을 팔고 동시에 시간을 뺏는 구조의 축소판으로서 편의점을 통찰했다. 서동민씨는 ‘편의점 1+1’ 상품과 어릴 적 시장에서 받던 ‘덤’의 의미를 비교하면서 인간관계까지 계산하는 세태를 드러냈다. 박동우씨는 시골에서 편의점을 발견하곤 뛸 듯이 기뻐하는 자신이 ‘도시 금단 현상’에 빠진 사실을 고백한다.
당선작을 쓴 김연지씨는 자신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을 생생히 녹여낸 글을 썼다. 계급 격차, 과로 사회, 과잉 소비의 현장을 담담히 그려냈고 넘쳐나는 제품과 버려지는 폐기품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고발했다. 그가 보기에 편의점은 365일 24시간 자본주의의 민낯을 비추는 무대이며, 사람들은 이 무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글의 주제도 ‘편의점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닌 ‘편의점을 좋아해야만 했던 이유’가 됐다.
‘미지의 소리’ 연재를 마치며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세대론이 부질없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수백만의 인간을 하나의 균질한 집단으로 범주화하는, 그 전제부터가 엉터리라는 걸 응모글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깨달았다. 인간은 결국 개별자이자 단독자라는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독자께 감사하다.
김창석 한겨레교육 미디어아카데미 강사
*2024년 2월 시작한 ‘미지의 소리’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김창석 한겨레교육 미디어아카데미 강사를 비롯한 필자들과 연재를 사랑해주신 독자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