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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까지 못 가는 우리는 이제 어디서 자료를 받나."
11일 오전, 텔레그램 사담방 '유빈톡'에는 이런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총 33만 명이 오갔던 대형 불법 자료 공유방 '유빈 아카이브'에 '즉시 이 방을 탈퇴하라'는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수사대의 경고문이 올라오며 채널이 폐쇄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1일 2024 '유빈 아카이브' 백업방에 올라온 '불법복제 학습 저작물 유포행위 중지 및 경고문'. 텔레그램 캡처
서브프라임모기지등급

'유빈 아카이브'는 수능·내신 대비용 유료 학습 교재 1만 6천여 건을 무단 유통해온 거대 텔레그램 채널이다. 특히, 서울 대치동 등 유명 학원 강사들의 자료를 발품팔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CBS노컷뉴스 취재기자가 폐쇄 직전 직접 들어가보니 별다른 인증이나 신용회복기금 초대 코드 없이 누구나 손쉽게 접속할 수 있었고, 방 안에서는 여전히 자료와 대화가 쏟아지고 있었다.
운영 방식 역시 단순했다. 별도로 마련해둔 '제보방'에 자료 제공자가 파일을 넘기면 운영자가 이를 전체 방에 대신 올려주는 구조였다. 동시에 제공자는 "OOO강사  XX교재 있는 사람 나눠주라"며 '자료 맞교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수백 손상차손 명의 수험생들은 '좋아요' 이모티콘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해당 채널의 참여 인원은 11일 기준 약 12만 명. 폐쇄가 임박해지면 일부 이용자들은 미리 만들어둔 소규모 방으로 흩어졌고, 사라진 자료들은 '2024·2025 백업방'에 새로 올라왔다.



따로 이율계산 만들어둔 '유빈 아카이브' 소규모 방에서 자료가 오가던 모습. 김다연 인턴기자


수사가 진행된다는 이야기가 돌자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어차피 다시 부활한다"며 애써 안심하는 반응도 있는 반면 "우리나라 학벌이 균등분할 사라지지 않는 이상 유빈방은 계속된다"며 불만과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유빈 아카이브'는 사실상 '필수템'이 돼 있었다. SNS에서는 "유빈 아카이브 없이 대학 갈 자신 있나", "돈 없어서 사교육 못 받아서 대학 못 간다는 게 제일 어이없다"는 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유빈아카이브 핵심 운영자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 유튜브 하이니티 채널 캡처


검거된 유빈아카이브 핵심 운영자 역시 자신의 행위가 위법함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익명 처리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오직 학습 교재 불법 공유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의로운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일 수사 결과 별도로 유료 공유방을 만들어 수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불법 학습자료방 검거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도 대형 입시 학원 시대인재와 메가스터디 강의 영상을 해킹·유포한 텔레그램 채널 '누누티비'의 대체 채널 '누누스터디' 운영자가 검거됐다. 채널이 사라져도 형태만 바꿔 되살아나는 불법 공유 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한양대학교 교육학과 박주호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 교육계의 병리 현상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불법 학습자료방은 교육 격차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사교육의 부작용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이런 불법 행위가 없어도 충분히 학력 개발과 진로 설계가 가능하도록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정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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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다연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