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은 한국 방산업계에 뜻밖의 기회였다. 비싼 서구산 무기 대신 빠르고 ‘가성비’ 좋은 한국산 무기를 찾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이 연이어 체결됐다. 자주포·전차·로켓 발사기 등 K-방산의 주요 제품은 신속한 납기와 현장 적응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한국 방산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나란히 치솟았다. 이제 방산은 자동차·조선·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수출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에서 거둔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 훨씬 가까운 동남아시아 게임몰 에서는 K-방산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지난 10월 15일,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중국산 J-10CE 전투기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 그 상징적 장면이다. 샤프리 샴수딘(Sjafrie Sjamsoeddin) 국방장관이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계약 수량이나 인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최대 42 골드몽릴게임릴게임 대 규모, 약 90억 달러 수준의 계약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KF-21 공동개발국으로서 전체 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약 1조6천억 원의 분담금조차 부담스러워하던 인도네시아가 중국 전투기 구매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K-방산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번 결정은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 바다이야기#릴게임 ianto) 대통령이 추진하는 군 현대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2019년 이후 인도네시아는 중국·프랑스·터키·미국·러시아 등 여러 나라와 협상을 병행하며, 단일 무기 체계에 의존하지 않는 전력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특히 J-10CE 선택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선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중국은 이미 파키스탄에 같은 기종을 수출해 실전 운용 경험을 축적했고, 릴게임손오공 인도 공군의 프랑스산 라팔(Rafale)에 대응하는 성공 사례를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이번 선택은 ‘파키스탄 모델’을 아세안으로 확장하려는 중국의 시도로 해석되며, KF-21 공동개발국으로서 한국산 전투기와의 협력 관계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이미 계약한 프랑스 라팔 42대(2022년 81억 달러 규모),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협상 중인 튀르키예의 차세대 전투기 칸(Kaan) 48대, 그리고 중국의 J-10CE 등 세 기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라팔은 2026년 초 인도 예정이며, 칸은 아직 양해각서 단계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제 스콜펜급 잠수함 2척과 탈레스 방공 레이더 13대 도입도 확정됐다. 미국·유럽·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의 다변화 전략은 명확하지만, 서로 다른 체계의 무기를 동시에 운용하는 데 따른 관리 복잡성은 불가피하다. 결국 이런 복합 구조 속에서 K-방산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은 동남아의 새로운 방위 파트너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2025년 9월 10일, 일본 정부는 필리핀에 퇴역 아부쿠마급 호위함과 방공 레이더를 수출하기 위한 협상에 공식 돌입했다. 이는 자위대 장비의 실질적 해외 이전이자, 일본이 평화헌법의 제약을 넘어선 방산 외교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 대신과 길베르토 테오도로(Gilberto Teodoro) 필리핀 국방장관의 회담을 계기로, 일본은 필리핀의 해군력 강화와 남중국해 견제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파키스탄 공군이 운용하는 J-10CE (출처: 2024 주하이 에어쇼, Wikimedia Commons)


미쓰비시 전기는 이미 고정형 3대와 이동형 1대의 레이더를 필리핀에 납품했으며, 추가 5대의 계약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 시스템은 일본·미국·호주·필리핀을 잇는 다국적 조기경보 네트워크 구축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필리핀이 일본의 인도-태평양 해양 구상에 공식 지지를 표명하고 퇴역 자위대 전투기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일본은 경제·안보·기술을 결합한 ‘복합 방산 외교’를 현실화하고 있다.
한때 한국의 방산 외교도 동남아에서 주목받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에 훈련기를 수출하며 시장을 개척했고, 2000년대 T-50과 2010년대 FA-50이 잇따라 동남아 상공에 등장했다. 2014년 필리핀은 FA-50PH 12대를 5억 달러에 구입해 지금도 공군 주력기로 운용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에 호위함을, 한화는 대공포와 포병 시스템을 공급했다.
인도네시아와의 잠수함 협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1년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소 PAL과 함께 장보고-II급 잠수함 3척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2척은 한국에서 건조됐고, 마지막 1척은 수라바야 조선소에서 현지 기술진이 직접 조립해 진수했다. 이는 한국의 첫 아세안 대상 잠수함 수출이자,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결합한 공동 성장형 모델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후속 프로젝트는 지연됐고, 그 사이 경쟁국들은 금융·훈련·외교를 포괄한 ‘패키지형’ 제안을 내세워 인도네시아의 협상력을 확대했다. 한국은 제품 수출에는 강점이 있지만, 정부·외교·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는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 방산기업의 기술력과 신뢰도는 세계 최상급이지만, 단기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인프라와 인력을 함께 구축하는 장기 협력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한-인니 항공기 정비·훈련센터를, 필리핀에는 해군 장비 정비소를, 베트남에는 사이버안보 훈련원을 설립하는 식이다. 또한 공적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연계한 ‘개발형 방산 패키지’ 구상도 필요하다. ODA가 인프라를, EDCF가 금융을, K-방산이 기술을 맡는 삼중 연계 체계를 구축해 수출 대상국을 초기부터 공동 기획자로 참여시켜야 한다. 그래야 일본·프랑스·중국의 패키지 전략에 대응할 수 있다.
아세안은 겉보기에 평화로워 보이지만, 남중국해 갈등과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만 문제 등으로 언제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프랑스·터키·중국과, 필리핀이 일본과 손잡는 사이 한국의 입지는 다소 좁아졌지만, 유럽과 중동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기회를 만들 여지는 충분하다. 동남아 방산 시장은 단기간에 ‘잭팟’을 터뜨릴 수 없다는 점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딜레마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신뢰를 쌓아간다면, K-방산은 다시 동남아 하늘로 날아오를 진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이성득 인도네시아 UNAS경영대학원 초빙교수"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