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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랑다솔 작성일25-05-1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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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과 평택, 충북 진천에서 연속으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나중에는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2007년 7월24일 새벽 2시40분쯤 112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온다. 신고자인 진아무개씨(28)는 "중부고속도로 충북 진천 부근에서 한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하고 차량까지 빼앗겼다"고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가 버리고 간 쏘나타 승용차를 확인하고 진씨를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그에 따르면 동승자와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뒤에 있던 차가 갑자기 자신의 카렌스차량을 들이받았다. 진씨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동승자와 함께 부딪힌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쏘나타 수입자동차 에서 내린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오더니 다짜고짜 마구 폭행했다. 깜짝 놀란 진씨와 동승자가 가드레일을 넘어 도망가자 범인은 자신이 타고 온 차량 대신 진씨의 차량을 훔쳐 도주했다는 것이다. 



2007년 7월 이기영이 연쇄살인 혐의로 경찰에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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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퇴근 기다리던 아들까지 희생돼
경찰은 의아했다. 범행의 목적을 추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발적으로 추돌 사고를 냈다면 그냥 도주하면 되는데, 내려서 폭행까지 하고 차량을 탈취해 사건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또 금품을 노린 강도였다면 고급 승용차를 서울시 중랑구 노렸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차를 바꿔 타는 게 목적이었다고 해도 고속도로에서 위험천만하게 행동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범인이 버리고 간 차량의 소유주가 정아무개씨(32)라는 것을 파악했다. 정씨의 휴대전화로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다. 곧바로 정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들어갔더니 안성휴게소 인근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힌 카드모집인관리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씨를 만나기 위해 안성휴게소로 출동했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휴게소 뒤편 공터에 주차된 차량 밑에서 정씨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시신은 참혹했다. 야구방망이로 추정되는 둔기로 머리를 집중 가격당해 두개골이 골절되는 등 육안으로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했다. 유족에 따르면 정씨는 평 개인회생 사건번호 조회 소 휴게소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퇴근시간에 맞춰 데리러 왔는데 시신이 발견된 전날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어머니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고 생각하고 혼자 퇴근했는데, 다음 날 아들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경찰이 정씨 시신 위에 서 있던 차량의 소유주를 조사했더니 이아무개씨(여·39)로 확인됐다. 평택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씨는 7월23일 저녁에 차를 몰고 나간 이후 연락이 두절돼 가족이 실종신고를 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씨 차량 트렁크에서 혈흔을 발견하고 감정했더니 실종된 이씨의 것으로 나왔다. 그의 휴대전화 신호는 평택시 서정동 송탄여성회관 인근에서 끊긴 상태였다. 이씨는 평소 이곳에서 스포츠댄스 강습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이씨 역시 범죄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근 지역을 집중 수색했다. 그리고 7월25일 오전 8시쯤 인근 장안동의 한 농수로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 이씨의 시신을 발견한다. 이번에도 야구방망이로 추정되는 둔기로 머리를 집중 타격당해 두개골이 함몰돼 있었다. 
시신 주변에 피가 튄 자국인 비산흔이 없는 것으로 봐서 다른 곳에서 살해당한 후 이곳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숨진 이씨가 강습을 받았던 송탄여성회관 주차장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보니 흰색 승합차 한 대가 이씨에게 접근한 것이 포착됐다. 놀랍게도 이 승합차는 주차장에서 발견됐는데 조수석 쪽 유리창이 완전히 파손돼 있었다. 차량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검은색 천으로 임시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이 차량의 소유주는 마약 전과가 있는 이기영(47)이었다. 차 안에서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 형식의 메모도 발견됐다. 
경찰은 진천, 안성, 평택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인 데다 범행도구가 비슷한 둔기인 점, 차량을 옮겨타고 도주한 점 등을 볼 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세 사건이 하나로 연결된다고 보고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범행 현장에 이기영의 차량이 주차돼 있고, 그 안에서 메모가 발견됨에 따라 이기영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7월26일 경찰은 이기영에게 현상금 500만원을 걸고 전국에 공개 수배한다. 다음 날 오전 이기영은 가족을 만나러 집에 들렀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됐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이기영의 숨겨진 살인이 또 드러나면서 결론적으로 그는 3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것으로 밝혀진다. 도대체 이기영은 왜 이런 끔찍한 살인행각을 벌인 것일까.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당한 피해자 이씨의 차량(왼쪽)과 피해자 정씨가 살해당한 안성휴게소 뒤편 공터(오른쪽) ⓒMBC 방송화면 캡쳐


이성 상실하고 무차별 범행 이어가
이기영은 1980년대 초 강도와 절도 등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이후 20년 넘게 별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다가 연쇄살인을 일으키기 약 6개월 전 절도와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다. 그는 경찰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공범을 술술 불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절도 혐의는 불구속 입건돼 재판에 넘겨지고, 마약투약 혐의는 약식명령으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이기영은 자신을 체포한 경찰관에게 경찰서로 시루떡을 보내며 새 삶을 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벌금을 낼 돈이 없자 강도 범행을 계획하며 연쇄살인극의 서막이 올랐다. 그는 범행도구로 사용할 야구방망이를 자신의 승합차에 싣고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한때 산악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면서 전국의 유명한 산과 사찰을 많이 찾아다녔던 그는 산악 지리에 익숙했다. 이기영은 이때의 경험을 살려 주로 산기슭에 있는 외딴집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충북 진천군 진천읍의 한 외딴 주택을 발견하고 범행 대상으로 정한다. 
같은 해 7월16일 이기영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해당 주택의 담벼락을 넘어 집 안으로 침입했다. 집 안을 뒤지다 집주인 딸인 여대생 양아무개씨(22)와 마주치자 야구방망이로 위협해 이불로 덮어 꼼짝 못하게 했다. 이기영은 집 안에 있던 금품을 턴 후 양씨를 성폭행한 뒤 야구방망이로 살해한다. 이날 저녁 귀가한 양씨의 아버지는 안방에서 옷이 벗겨지고 머리가 온통 피범벅이 된 채 숨져 있는 딸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양씨의 몸에서는 범인의 타액이 검출되고, 손톱 사이에서는 피부조직도 나왔다. 경찰은 양씨가 살던 마을 인근 주민 100여 명의 DNA를 채취해 분석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을 탐문해 사건 당일 "흰색 차량을 봤다"는 주민의 증언을 확보했으나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다급해진 경찰은 한때 인근 괴산군에서 검거한 LPG충전소 전문털이범들의 소행으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으나 이기영이 검거되면서 그의 DNA와 대조해보니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기영은 경찰에 붙잡힌 후 양씨 살인 사건은 끝까지 함구했으나 DNA 대조 결과가 나오자 그제야 범행을 인정했다. 양씨를 살해한 이기영은 범행 이후 '사는 것이 힘들다. 내 전생의 업으로 인해 죄인이 됐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적어 차 안에 가지고 다녔다. 이기영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평택시 서정동 송탄여성회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머물렀다. 
양씨를 살해한 지 일주일째인 7월23일 오후 8시30분쯤 스포츠댄스 강습을 마치고 나오던 여성 피해자 이씨는 이중 주차돼 있던 이기영의 차를 보고 "주차를 똑바로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기영은 오히려 이씨에게 따져 물었고, 이씨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하자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에 격분한다. 



충북 진천에서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여대생의 시신을 경찰이 옮기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쳐


신출귀몰 도주행각 벌이다 집에서 붙잡혀
이기영은 야구방망이를 꺼내 마구 휘둘렀고, 이씨가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시신을 이씨의 차량 트렁크에 실은 후 자신의 차는 버려둔 채 이씨의 차를 타고 가다가 시신을 인근 장안동의 농수로에 유기했다. 이기영은 경찰이 왜 자신의 차량이 아닌 이씨의 차량을 몰고 갔냐고 묻자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겨우 구매한 새 차에 피가 묻는 게 싫어서"라고 진술했다.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이기영은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다. 훔친 이씨의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다 오후 9시50분쯤 안성휴게소 뒷길로 진입한다. 이때 휴게소에서 일을 마친 어머니를 기다리던 정씨의 차가 주차돼 있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정씨가 차에서 내리자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한다. 시신은 갓길에 눕혀두고 그 위로 자신이 훔쳐 타고 온 이씨의 차량을 올려놓았다. 이기영은 이번에는 정씨의 차를 타고 도주한다.
다음 날인 7월24일 이기영은 남쪽으로 도주하기 위해 중부고속도로에 올랐다. 충북 진천 부근 1차로에서 진아무개씨의 차량이 정속주행하자 고의로 들이받아 사고를 냈다. 진씨와 동승자가 밖으로 나오자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하고 진씨의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이기영은 경찰에서 진씨의 차량을 훔쳐 바꿔 탄 이유에 대해 "내가 타고 다니던 정씨의 차량 연료가 다 떨어져 가던 상황이었는데 진씨의 차량에는 연료가 충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기영은 도주하는 과정에서도 차량을 훔쳐 계속 바꿔 탔다. 그는 전라도 지역으로 이동한 후 한 사찰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 날 다시 북상해 안성으로 이동한 후 훔친 진씨의 차량을 불태웠다. 
그런 다음 인근에 있던 이스타나 벤을 훔쳐 타고 대전으로 이동한 후 보훈병원 주차장에 차량을 버리고 기차를 이용해 전남 구례로 향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순천과 남원을 경유해 전주로 이동한 다음 기차를 타고 천안까지 와서 전철로 갈아타고 평택의 집으로 들어갔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교통수단을 바꿔가며 도주하다가 결국 집에서 수갑을 차게 된 것이다.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기영에겐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현재 18년째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