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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지 11일 만에 치러진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 미국 보수 정치 세력이 총출동했다. 미 전역에서 모여든 추모객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커크의 부인이 ‘남편 살해범을 용서한다’고 해 장내가 숙연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곧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용서할 수 없다’며 좌파 정치의 책임을 묻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하는 등 추모식은 ‘커크의 순교를 통한 보수 정치의 부흥’을 선언하는 메시지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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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시작 10시간 전인 21일 새벽 1시(현지시각)부터 줄이 생겼다. ‘자유’, ‘내가 찰리 커크다’, ‘지금이 전환점이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와 빨간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성조기를 든 이들이 많았다. 날이 밝아오자 인파는 경기장 2㎞ 주변 도로까지 가득 메울 정도로 불어났다. 아침 7시께 이미 섭씨 30도에실적개선주
육박한 기온 탓에 곳곳에서 사람들이 쓰러졌다. 추모객들은 “찰리, 찰리”,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 등을 외치며 미국프로풋볼리그(NFL) 팀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홈구장으로 밀려들어 갔다.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코프라 주식
추모식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추모객들. 글렌데일/김원철 특파원


최대 7만 2200명을 채울 수 있는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은 입장 시작 3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께 플로어부터 3층까지 가득찼다. 빨간 옷과 빨간 모자가 물결을 이뤄 객석에서 출렁였다. 생전 커크의 사진과 그가 남긴 말로 만대우차판매 주식
든 플래카드들도 함께 일렁였다. 경기장이 만석이 돼 주최 쪽은 1만9000석 규모의 인근 경기장을 개방해야 했다.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애리조나 글렌데일이지만, 미 전역에서 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미네소타·위스콘신·캘리포니아·메인 주 등 추모객들은 서로의 다양한 출발지를 확인하며 반가워했다. 위스콘신 오클레어 카운티에서 왔다는아이투자
사라는 한겨레에 “기독교 가치에 기반한 그의 메시지를 오래전부터 지지해왔다. 정말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추모식은 부흥회를 방불케했다. 특히 정치인 연사들은 커크의 죽음을 ‘순교’에 비유하며, 이를 밀알 삼아 보수 정치 운동이 더 번성할 것이라는 서사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커크는 자신이 믿는 신념을 위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용감한 이들에 합류했다”며 “그는 순교당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당신들은 커크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이제 수백만명이 그의 유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총출돌하는 바람에 백악관은 정부 전용기를 두 대나 현장에 보내야했다.
‘용서와 화해’ 메시지는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의 발언이 사실상 유일했다. “신이시여, 저들은 그가 하는 일을 모릅니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그는 “그 젊은이(남편 살해범)를 용서한다”며 “예수님이 그러셨듯, 찰리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은 기립박수와 눈물로 응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글렌데일/AFP 연합뉴스


하지만 곧이어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미안하지만, 나는 내 적을 미워하고 그들이 잘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늘이 시작”이라며 ‘좌파 척결’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가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의 네트워크를 조사 중이다. 커크 살해에 대한 대응의 시작일 뿐”이라며 “커크가 높이 들었던 자유의 횃불을 절대 꺼뜨리지 않고 불꽃을 더 높이 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은 커크의 죽음 이후 미국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열렸다. 추모식에서 커크를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려다 순교한 영웅’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한 트럼프 행정부는 커크 사망과 관련해 마가 세력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내보낸 방송사를 향해 ‘면허 박탈’ 위협을 가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해당 발언을 한 진행자의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현역 군인 신분의 한 추모객은 “표현의 자유가 양쪽 모두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시위에 참여할 사람들을 위해 추모식장 근처에 경찰이 마련한 ‘자유 발언 구역’은 한산했다. 시위를 예정했던 ‘인디비저블’은 추모식장 근처에서 시위를 하지 말라고 회원들에게 요청했다. ‘장례식장에서 시위하는 건 무례한 일’이며 심지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지지, 성소수자 인권 옹호 등을 주장하는 소규모의 1인 시위대가 있었고 추모객들과 가벼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