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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효]





일별종합주가지수




▲  한 중학교 급식실


ⓒ 연합뉴스




친환경 무상급식, 돌봄교실, 방과후수업매집챠트
, 학교 예술교육, 그리고 최근의 늘봄학교까지.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서 단지 교과 수업만 듣고 돌아오지 않는다. 국가의 재정 여건이 개선되고,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지난 십수 년간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됐다. 그 결과, 학교는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종합적인 교육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공간으로 변화해왔다.십자형도지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 세대가 경험한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자연스럽게, 그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노동자들의 수도 함께 늘어났다. 우리가 흔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가는 학교의 풍경 이면에는 눈물로 버티고 있는 노동의 현증권가격
실이 자리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고강도 노동, 산업재해, 저임금 구조 속에서 이들이 감당해온 '보이지 않는 노동'의 한계는 이제 교육복지 시스템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
"밥은 나와야 하니까"… 고강도 노동이 일상이 된 급식실
2025년 상반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학교급동양증권어플
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사·조리실무사 6849명 중 94.5%가 자신의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응답했고, 92.1%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조리노동자 한 명이 평균 100~150명 이상의 식수인원을 감당하고 있으며, 상당수 학교에서는 인당 급식 대상 인원이 200명을 넘기도 한다.
결원이 있어도 식사는 제대로 나와야 한다. 메뉴나 반찬 가짓수는 인원 상황에 따라 조정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대체 인력이 필요해도 구하기가 어려울뿐더러 노동자들이 직접 구해야 하는 처지다. 방학 동안은 무급에, 휴가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가나 연차 등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0.8%에 달했으며, 그 이유로는 '동료에게 미안해서'(66.5%), '대체인력이 없어서'(59.2%)가 가장 많았다.

산업재해 위험 또한 심각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급식실 노동자의 66.4%는 산재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끄러짐, 화상, 근골격계 질환 등 물리적 위험 요소가 상존하며, 대체 인력 부재로 인한 과중한 업무가 사고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 급식실에 결원이 생겨도 메뉴는 조정되지 않는다. 2025 신학기 학교 급식실 노동실태 설문조사 결과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신규 채용마저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조리실무사 채용 미달률은 전국 평균 29.1%에 달하며, 서울은 84.5%, 울산 56.8%, 제주 55.3%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인력 충원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신규 채용자 중 절반 이상이 6개월 이내 퇴사하고 있으며, 주된 이유는 고강도 노동과 낮은 임금, 방학 중 무급으로 꼽혔다.

늘봄 도입 이후, 밀려나는 방과후강사들

"수업 시수는 줄고, 무상 수업은 겹치고, 강사료는 턱없이 낮습니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까지 병행하면서, 교육에 집중하긴 어렵습니다."
- OO초 방과후강사


기존의 교육과정과 교사들이 다 담보하지 못하는 영역의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사교육비를 억제하기 위해 방과후수업, 학교예술교육 등의 서비스가 도입되었다. 어찌 보면 수업의 외주화, 하청화라 부를 수 있는 이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학교 안에서도 가장 취약한 수준에 속한다.


'늘봄학교' 도입 이후 방과후 강사들의 노동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분과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방과후강사분과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4월 15일~21일 방과후학교·늘봄학교 강사 1681명 대상)에 의하면 응답자의 87.3%가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했고, 69.7%는 늘봄학교 무상 맞춤형 수업과 기존 방과후수업(수익자부담) 간 시간 충돌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이 수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현장 강사들의 현실과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방과후강사 빠진 늘봄학교 규탄한다! 지난 4월 28일 방과후학교강사들은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체 강사의 34.4%는 생계를 위해 학교 밖 부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시간당 강사료가 3만5000원 미만이라는 응답은 77.2%에 달했다. 교재·재료비는 '지급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33.9%,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이 24.4%에 달했고, 평균 월수입이 15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38.2%를 차지했다.

강사들은 늘봄 도입이 교육복지 확대가 아니라 기존 방과후 수업의 구조적 축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위탁업체와 학교별 계약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안정적인 교육이 가능하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국고예산 72% 삭감으로 고용절벽에 몰린 예술강사

"커리큘럼은 다 짜인 후에 강사를 부르니, 일정 맞추기가 너무 어렵고 그 손해는 강사 몫입니다. 수업 시작 후 한 달 만에 끝내라는 조건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 성석주 분과장


예술강사는 국악, 무용, 연극, 영화, 디자인, 만화·애니메이션, 사진, 공예 등 8개 분야에서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예술강사 역시 고용불안과 생계 불안을 반복해서 겪는 직종이다.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 예산은 윤석역 정부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대폭 삭감되었다.


2023년 평균 연봉은 1100만 원이었으나, 국고 예산이 52% 삭감된 2024년에는 930만 원, 2025년에는 72% 삭감되어 평균 연봉이 310만 원까지 떨어졌다. 예산은 10개월 수업 기준으로 편성됐던 것이 2025년에는 5개월 사업으로 축소되었고, 4월 21일에 개강하여 9월 30일에 종료되는 구조로 인해 학교 현장에선 혼란이 커졌다.










▲ 내란세력이 망친 문화예술교육 되살리자! 예술강사들이 학교예술교육 예산 삭감을 규탄하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학교는 이미 2월에 일 년의 커리큘럼을 완성하고 3월에 학기를 시작하는데, 4월에 강사가 들어가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일정은 학교와 강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 학교를 출강해야 하는 강사의 경우, 서로 다른 학교 스케줄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결국 편성된 예산조차 절반가량 불용 처리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예술강사들은 예산 회복과 불안정한 신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복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구조 개편 필요

교육당국은 지금까지 노동자들의 눈물 위에 쌓아올린 교육복지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대로 고착화된 학교비정규직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방치한다면, 교육복지 자체의 지속 가능성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급식실 결원은 급식 품질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고, 방과후·예술수업의 단절은 교육격차로 이어진다.










▲ 학교에서 시작되는 사회대개혁 지난 4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진행하던 정부종합청사 앞에 한 시민이 그린 그림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1일까지 학교비정규직의 저임금, 고강도 노동, 학교급식 위기 해결 등을 요구하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표단 단식농성을 벌였다.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노숙단식농성을 진행한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은 "45kg의 여성급식노동자가 온 몸을 다 던져서 200kg 제육볶음을 볶고 있다. 2025년인데 1970년대 여공처럼 일하고 있다"고 절규하며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에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전문가들과 현장 노동자들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구조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 학교급식법 개정 및 급식종합대책 수립을 통한 정원 기준 마련 ▲ 교육공무직 법제화를 통한 고용 안정 및 노동권 보장 ▲ 저임금 구조 개선과 공정한 인사·복무 체계 마련 등이 시급한 과제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복지의 외곽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기반을 실질적으로 지탱해온 주체들이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눈물로 빚은 복지' 위에 우리는 얼마나 더 오래, 무엇을 더 얹을 수 있는가. 지속 가능한 교육복지를 말하기 전에, 그 복지를 가능하게 한 노동의 기반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