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86.yadongkorea.icu ハ 소라넷 주소찾기プ 소라넷 접속モ

384


‘집, 다음 집’(상현 글·그림, 고래인 펴냄)은 ‘집다운 집’으로 읽힌다. 저자는 건축가로 집을 설계하고 그리는 일을 직업 삼고 있다. 아파트 설계도를 그리는 일도 한다는 저자의 이 책에는 부동산으로서의 집이 등장하지 않는다. 형태로서의 집, 빛과 그림자의 집, 꾸며나가는 집, 집이 아닌 곳에서 상상하는 집이 등장한다.
저자는 어렸을 적 아버지의 잦은 이직으로, 커서는 서울에서 독립한 전형적 청년으로 여러 종류의 집에 살았다. 다 ‘남의 집’이었다. 소유하는 것과 무관하게 ‘집’의 물성이 주는 감각은 공기처럼 그것을 느끼는 자의 것이다. 그가 집에 대해 갖는 빛과 그림자에 대한 감성 역시 남의 집 계단에서 놀면서 시작됐다. 신용정보제공
책은 만화와 에세이가 번갈아 흐르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철제기물을 만드는 회사에 다녔던 아버지를 닮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의 도전 경험은 거창하지 않고, 집을 나를 위한 공간으로 꾸미도록 독려한다. 그는 공간 분리용으로 필요해서 양쪽으로 책이 꽂히는 책장을 직접 만들었다. 동쪽 창에다 새까만 시트지를 붙였다. 시트지에 기포가 생겨 칼 대출금리전망 로 찔러 공기를 빼고 보니 창문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같이 됐다. 창문 에피소드는 만화로, 아버지 이야기는 에세이로 쓰였다.
집 전문가다운 조언도 들을 수 있다. 그는 집을 가장 쉽게 바꾸는 방법이 전등을 바꾸는 것이란다. 한국의 집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 대낮처럼 환하다. 조도가 낮은 전구로 바꾸고 나면 ‘속해 있는 마음’도 바뀐다. 촉감 웰컴론 무직자 이 달라지게 하는 일도 쉽게 집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다. 손잡이와 스위치, 난간, 창틀 등의 손이 자주 가는 부분을 바꿔본다. 그는 싱크대의 손잡이와 문손잡이를 바꾼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좋아하는 건축 스튜디오의 사훈이다. 집이라는 공간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흠이 좋고, 빛과 그림 취득세 면제 자를 관찰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든다.
그러나 집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집은 어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 방법이란 예를 들면, 잠, 물, 소리, 음식, 혹은 사람.” 그러나 “내가 믿는 집이 지닌 가장 큰 치유의 힘은 바깥에 존재한다. 자연이 만드는 가장 강한 빛, 그리고 그 기운이 담긴 ‘볕’”.
차량담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집을 둘러보고, 집에 놓인 액자를 들여다보고, 집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320쪽, 2만원.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나는 멜버른의 케어러
루아나 지음, 메멘토 펴냄, 1만9800원
한국에서 교사였던 저자는 신경다양인 아들을 키우며 절망에 빠진다. 누구도 위로가 안 됐기에, 스스로 해결하기로 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다. 아들은 학교생활에 점차 자신감을 얻어갔고, 저자는 장애인 지원사로 일하면서 돌봄은 한 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총동원하는 직업임을 알게 됐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사회에서 ‘비정규직 이주민 케어러’로 살면서 다양한 삶의 무늬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전다현 지음, 김영사 펴냄, 1만7800원
케이팝이 한국의 대표산업이 된 시대, 아이돌의 노동환경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기에 노동법을 준수할 필요가 없고, 미성년 연습생들은 ‘아동·청소년’으로서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저자는 아이돌·연습생·프로듀서·기획사 대표 등 다양한 이들을 인터뷰해 업계를 취재했다.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는데, 현실은 저를 성 상품화하는 일”이었다고 말하는 아이돌 당사자의 증언이 생생하다.



장애학의 시선
김도현 지음, 오월의봄 펴냄, 1만8천원
‘위험은 위험일 뿐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위험은 재난·참사가 된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해 장애인이 겪는 문제는 위험 그 자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위험에 대처할 수 없게 하는 관계 혹은 조건, 그것이 진짜 문제다. 그래서 이것은 정치적 문제다. 어떤 존재가 무력화되는 관계를 문제 삼는 장애인운동이 보편적 정치성을 갖는 이유다.



콜디츠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3만2천원
연합군 백인 남성 장교의 탈출 신화로 굳어진 나치 포로수용소 콜디츠의 ‘신화’를 벗겨냈다. 콜디츠 역시 전쟁 전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공산주의자, 과학자, 동성애자, 여자, 탐미주의자, 속물, 귀족, 스파이, 노동자, 시인, 배신자가 계급, 정치, 성, 민족 등의 문제로 밀접하게 연결된 한편 강렬하게 분열돼 있었다. 콜디츠의 알맹이를 읽을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