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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지지했던 유튜버들 선거 끝나자 ‘공천 청구서’ 만지작 “지지 기반 없는 장동혁, 언더찐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보고, 힘이 세다고 보고 놀랍게도 벌써 공천 청탁이 막 들어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체류하고 있는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TV에서 한 말이다. 이어 전씨는 “사실은 오늘도 청탁 전화를 받았지만, 그런 역할 안 한다”며 “장 대표에게 부담드리고 싶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 뒤에 미국이 있다”며 허풍을 떨었던 전씨의 전적을 생각하면 이 같은 주장을 온전히 믿어야 할지 필요없다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일도 아니다. 고성국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고성국TV에서 공천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우파 4개 정당(자유통일당·자유민주당·우리공화당·자유와혁신당)이 전국에 후보를 내서 붙으면 국민의힘은 영남에선 이길지 몰라도 서울·충청권에서 못 이긴다. 우리는 이걸 무기로 국민의힘에 양보하라고 내집마련디딤돌대출 요구할 것이다. 시장·군수·구청장 등 단체장 자리가 230개 정도다. 그중 당선 가능한 지역 30개를 (국민의힘이) 양보하면 된다. 10% 양보하는 건데 그것도 못 하느냐. 그러다 다 죽으면 국민의힘 손해다.”
고씨는 장동혁 대표 당선에 일조했다.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토론회’에 출연시켜 구독자들의 전폭적인 신용불량대출 지지를 끌어낸 바 있다. 이 때문에 고씨와 전씨의 발언은 장 대표 당선에 대한 청구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8월 1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인 조경태 당대표 후보자가 발언하자 당원들이 손으로 X자를 표시하거나 ‘윤어게인’ 현수막을 들어 올리며 9월 자동차 할인 야유하고 있다. 신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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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네 번째 옵션, 한달 새 1등으로 급부상
장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출마를 예상한 이도 적었다. 6월 중순까지만 해 국세청자영업자 도 친윤계 내에서 장 대표는 김문수, 안철수, 나경원 등 굵직한 이력의 대권주자 뒤에 있는 네 번째 옵션 정도의 포지션이었다. 설령 장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더라도 실제 당선을 노리기보다는 이후 정치적 주춧돌을 놓는 몸값 올리기용 출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중론이었다.

장 대표가 전당대회 공식 출마를 선언한 건 지난 7월 23일, “내부 총질만 일삼았던 국민의힘에도 12·3 비상계엄의 책임이 있다”며 참전했다. 장 대표의 출마 선언은 선거판에 잔잔한 파장을 낳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정도의 파급력은 아니었다.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가 7월 27~28일 조사하고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의 후보별 지지율은 김문수 32.0%, 장동혁 15.2%, 조경태 11.2%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당대회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블스코어를 뒤집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김문수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패했지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8월 초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여의도 안팎에서 ‘언더찐윤(물밑에서 활동하는 친윤계 실세 그룹)’이 장동혁 후보를 낙점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익명을 원한 찬탄파 인사의 말 속에 당시의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영남과 강원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 쪽에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변호해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 장 후보에게 리더십과 당내 지지 기반이 없는 점이 그들 입장에서는 더욱 매력적으로 비친 것 같다. 이 때문에 나는 장 대표가 그들의 바지사장이라고 생각한다.”
8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당권 레이스 양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여론조사 등에서 김문수 대세론에 균열이 생긴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8월 16~18일 조사하고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후보별 지지율은 장동혁 35.3%, 김문수 33.3%로 집계됐다. 약 2주 동안 김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된 반면 장 후보 지지율은 20%p 넘게 급등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당 주최로 열린 ‘이재명 정부 100일 국정 파탄 실정 토론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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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면회 공약 지킬까?
전한길씨 등 극우 유튜버들이 장동혁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장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한 말 중 가장 휘발성이 강했던 “당대표로 당선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면회를 가겠다”는 공약도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토론회’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전씨와 고씨 등이 부정선거론을 옹호하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장 대표가 이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8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벌어진 일은 장동혁 바람을 태풍으로 바꾼 결정적 장면으로 꼽힌다. 당시 전씨는 특검의 압수수색에 반대하며 당사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던 김문수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장동혁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김문수와 장동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당심이 장동혁 쪽으로 기우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이에 조바심이 난 김문수 후보가 비주류인 친한계와 손잡는 악수(惡手)로 이어진다.
장 대표는 당선 후 전씨 등과 다소 거리를 두는 스탠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장 대표는 전씨에 대해 “당 외곽에서 의병으로 열심히 싸웠다”라며 “그게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고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씨에게 주요 당직을 맡기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의병’ 발언을 두고 자기정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사권은 당대표인 자신에게 있으니 전씨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라는 등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장 대표는 의병 발언 이틀 뒤인 9월 1일 신임 정책위의장에 계파색이 옅고, 이준석 대표 시절 이미 한 차례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김도읍 의원을 임명했다. 장 대표가 김 의원을 직접 삼고 초려해 모셔왔을 정도로 장 대표 의중이 많이 반영된 인사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인사는 반발을 불러왔다. 계파색이 선명한 사람이 당직을 맡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수많은 당원들이 국민의힘 게시판에 몰려가 “김도읍 지명을 철회해달라”, “중도 확장은 의미 없다”, “장동혁, 초심을 잃지 말라” 등의 항의 글을 쏟아냈다. 고성국TV에서도 “많은 분들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라고 비판하는 댓글들을 올리신 걸 봤다. 김도읍이 그런 비판 받을 만하다”라는 평가를 내놨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역설적이게도 장 대표의 권한은 점차 줄어들 공산이 크다. 장 대표의 자기정치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언더찐윤이 이를 막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강성 당원들 역시 이전과는 달리 공천 등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를 측면 지원했던 한 인사는 장 대표의 미래를 이렇게 내다봤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전날 특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농성 중인 김문수 당대표 후보와 인사 후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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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당원 화력에 현역도 화들짝 놀라
“이른바 언더찐윤 중 김문수 후보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 한덕수 총리에게 후보 자리를 물려줄 것처럼 해놓고 막판에 틀었고, 이로 인해 몇몇 친윤계 인사가 당무감사 대상에 올라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영남 정치인들은 자기정치의 싹이 보이면 ‘배신’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장 대표에게 싹이 보인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언더찐윤, 그리고 전씨 등은 정치역학적으로 장 대표보다 우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장 대표는 언더찐윤의 말을 거스를 수 없고, 전씨 등 극우 유튜버는 장동혁 체제 공신으로서 그에게 지분을 요구할 수 있으며 수십만 명의 화력을 동원해 언더찐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16일 기준 고성국TV 구독자 수 131만 명, 전한길TV 57만 명).
전씨는 앞서 자신과 뜻이 같은 전한길TV 시청자 10만 명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동반가입했다고 주장했다. 전씨와 그의 지지자들은 지난 8월 8일 대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자신들이 선거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씨는 당시 기자석에 앉아 찬탄파 후보 연설이 시작되면 “배신자”라고 외치며 비난했다. 연설 중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당원석으로 달려가 지지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유도했다. 이날 이후 전씨는 출입이 금지됐지만, 다른 전당대회장 분위기도 이와 마찬가지로 흘러갔다. 조경태 등 찬탄파 후보가 나오면 강성 당원들은 여지없이 ‘윤어게인’을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부산 첫 방문 일정으로 최근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손 목사는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를이끌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8월 12일 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 후보를 수행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당원들의 반응을 보고 나는 ‘이번 선거 절대 못 이긴다’라고 생각했다. 몇몇은 우리 후보님을 응원했지만, 금세 윤어게인의 목소리에 묻힐 정도로 작아졌다. 그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권력지형을 두고 기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유튜버 김어준씨의 선전·선동과 이른바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로 불리는 강성 팬덤들의 목소리에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두 당 사이에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지방 토호세력이 당을 좌지우지하느냐, 그리고 강성 유튜버가 공천 등의 요구를 하느냐 여부다. 불행하게도 국민의힘에는 지방 토호세력인 언더찐윤과 청구서를 들이미는 극우 유튜버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양당의 격차는 이 두 개의 차이에서 시작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