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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이런 지구에 아이를 낳는 것은 학대가 아닐까?


대학생 때부터 2세 출산을 희망했던 김 모 씨(20대·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름이 올 때마다 "이런 지구에 아이를 낳는 것은 학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기후 위기로 인한 변칙성이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에는 이미 한참 지나온 것 같아 우울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때 일었던 분노는 이내동부라이텍 주식
무력감으로 변한 지 오래다.

두 살 난 아들을 키우는 전 모 씨(30대)는 최근 남편과 2060년의 한국 상황을 예측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이가 우리 둘을 돌봐야 하니 일찍 죽자"고 말했다. 각종 학술지와 연구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제작된 해당 프로그램에는 기상이변으로 산불 등 재난 재오늘의종목
해가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겨 있었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내에서 40도를 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구온난화로 급변하는 날씨와 기후에 불안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류의 생존과 재생산에 대한 회의·죄책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이같은 '기후 우울'(Climate Depression·Eco-A무료야마토게임
nxiety)은 이미 전 세계적 심리 현상이다.
미국심리학회(APA)는 2017년 기후 우울에 대해 지구 온난화·기후 변화·환경 파괴 등으로 인해 느끼는 극심한 불안, 무력감, 분노 등의 감정이라고 진단하고 우울 장애와 유사한 정서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기후 변화가 △개인적 직업적 정체성 상실 △사회적 지지 체계 상실 △통제력바다이야기 꽁머니
과 자율성 상실 등 정신 건강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에 "기후 위기로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할 것이며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청년층·고령층·기저질환자 사이에서 특히 증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를 대비해 미국을 비롯해 호주, 유럽 알라딘온라인릴게임
등에서는 기후 우울 경험자들의 정서 회복을 지원하는 민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기후 우울'을 주제로한 정켈 작가의 SNS 만화 갈무리. (정켈 Jeoung KELL 제공)


최근에는 한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기후 우울을 주제로 한 창작물이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만화 형태로 기후 우울을 공론화한 작가 정켈(30대)은 "기후 위기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초라하게 느껴지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마이삭 등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 2020년 처음 기후 우울을 느꼈다. 정켈 작가는 "지구가 전하는 메시지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게 됐다"며 "무섭다는 감정은 막막함으로 번졌다"고 토로했다.
그가 느끼는 막막함 뒤에는 혼자서는 답을 내릴 수 없는 여러 과제가 있다. 뜨거워지는 지구에 인간의 몸이 적응할 수 있을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식량 문제 등 연쇄작용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혼자가 아닌 공동체가 머리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정켈 작가는 "이 무섭고 두려운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싶었다"며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 모이면 두려움이 걷히고 희망이 생긴다. 실제로 만화를 보고 행동에 변화가 있었다는 독자 반응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후 우울이 변화를 끌어낼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의학 전문지 '란셋' 2020년 7월호에는 "비록 불편하기는 하지만 생태학적 불안과 슬픔이 인류가 지금 필요한 생명을 구하는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와 확신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할 시련일 수 있다"는 분석이 실린 바 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기후 우울이 개인의 감정이나 정신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와 관련된 문제는 결국 개인들이 움직여야 하지만 전체의 문제"라며 "기후 위기는 빠르게 대응하고 적응해야 하는데 최근까지도 음모론 등이 제기되는 등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짚었다.
그는 "2018년부터는 폭염이 중대한 자연 재난으로 지정됐다"며 "사람들이 더위에 죽고 있고 수치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후 우울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반응은 이 위기를 부정하고 싶은 속성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