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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이라는 말도 이제는 식상하다.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인프라 대부분이 초밀집된 서울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진공 흡입기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역은 빈곤해졌다. 아니, 지역은 ‘소멸’ ‘낙후’ 라는 프레임에 갇혀 빈곤하게 인식되어졌다. 지역은 서서히 멸칭이 되었다.


하지만 텅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지역이라는 ‘문제’에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던 ‘해답’을 써 내려 가는 선구자들이 있다.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햇빛과 바람, 자연과 공동체를 증권가소식
연결하며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사회 실험을 하고 있다. 소비로 점철된 도시에 부재한 것들을 지역의 자원에서 찾아내 지속 가능한 삶의 모형을 만들고 있다. 〈시사IN〉은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후정책을 발굴 중인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지역의 활달한 기후 대응 발자취를 좇았다. 무한하게 쏟아지는 태양과 바람은 공동체를 위한 복지 자원이 되고, 탄소를 저CMA
감하는 삶의 방식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기반이 되고 있었다. 어떤 곳은 씨앗이고, 어떤 곳은 열매다.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꽃과 향이 무르익고 있는 현장을 기록한다.

■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 

전기는 힘이 세다. 한 사람을 바꾸기에도, 한 마을의 운명을 바꾸기에도 충분하다. 전기주식공부하는방법
를 쓰는 것과 달리 전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될 때 변화는 더 크다.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과 태양열 온수기가 달려 있고 주민들이 자기 집에서 발전되는 재생에너지 양과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을. 고령의 주민들이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망)’ ‘RE100’ ‘제로 웨이스트’ 같은 단어들을 자실시간차트주식방송
연스럽게 말하며 그런 삶을 실천하는 녹색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에너지 자립’이라고, 혹은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이라고 말한다.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은 10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로 금강과 대청호로 둘러싸인 수자원 보호구역이다. 금강이 마을을 휘감고 있다 보니 과거에신성델타테크 주식
는 배를 두 번 갈아타야 읍내로 갈 수 있는 육지 안의 섬 같은 곳이었다. 대청댐이 생기고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만들어지면서 도로와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발이 제한된 외곽 지역인 만큼 마을은 고령화와 공동화를 동시에 겪고 있었다. 이런 마을이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나고 전국에서 선진지 견학을 올 만큼 알려지게 된 데는 ‘젊은 외지 것들’의 등장이 있었다.


미호동 에너지 자립마을 프로젝트는 2021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주민주도형 마을 단위 RE50+ 달성을 위한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으로 시작됐다. 이름이 복잡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력량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갖춘다는 의미다. 화석연료에 기대지 않고 얼마나, 어떻게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에 사람들의 삶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미호동은 이런 질문에 답하는 사회 실험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사업이 진행되는 3년 동안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마을 주민의 힘만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호동에는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해유)이 있었다.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에서 양흥모 ’해유’ 이사장이 견학 온 다른 지역의 협동조합 관계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해유는 2020년, 미호동 마을 구판장을 ‘넷제로 공판장’으로 바꾸면서 마을과 인연을 맺게 됐다. 양흥모 해유 이사장은 당시 마을 주민들이 ‘외지 것들이 우리 구판장을 차지했다’며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말도 걸지 못하게 할 만큼 차가웠다고 회상했다. 양흥모 이사장은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4대강 반대 운동을 오랫동안 했던 환경운동가다.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 대안을 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결심으로 에너지 전환에 발을 디디게 됐다.


넷제로 공판장이 주민들에게 달리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96세 김완득 할머니가 자신의 농작물을 공판장에 내놓기 시작한 이후였다.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좋게 하려고 뭐라도 해보겠다는데 나라도 도와줘야 될 것 같아서” 집에 있는 고추장이며 채소며 내놓을 게 있으면 뭐라도 갖다주기 시작했다. 농작물은 매번 하나도 남김없이 다 팔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어느 날부터 하나둘씩 자신이 키운 것을 가져왔다.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에 위치한 넷제로 공판장. ⓒ시사IN 신선영



넷제로 공판장은 일회용품 없는 매장을 넘어서서 마을 소농들의 유기농 농산물을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는 장터가 됐다. 공판장 마당에 심어놓은 무환자 나무에는 천연 세제(소프넛 열매)가 열리고 재생에너지만으로 만든 RE100 막걸리와 들기름을 판매하는 신기한 가게이기도 했다. 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고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곳이기도 했다. 호기심이 무관심을 이겼다. 주민들은 마음을 열고 제철 과일과 야채, 직접 담근 청을 맛보라고 가져다주며 넷제로 공판장을 사랑방 삼아 모여들었다.


농한기가 되면서 넷제로 공판장 2층에 있는 넷제로 도서관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에너지마을학교도 열렸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수업을 듣고 나서 채식 메뉴를 개발하거나 지붕·텃밭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도 했다. 2024년 5월 기준,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한 미호동 가구는 66가구로, 총 가구의 71%에 이른다. 그해 미호동은 RE75(전력 7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를 달성하며 ‘100% 에너지 자립 마을’이라는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갔다.


마을에서 만들어진 태양광발전 용량은 329㎾였지만 미호동 밖, 신탄진 지역의 임대주택 8개동 옥상에 설치한 공유 햇빛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미호동 마을에 연결하는 ‘햇빛 공유’ 시스템을 활용했다. 발전소 부지를 제공한 임대주택 주민들은 에너지 바우처를 받아 관리비를 절약하고, 미호동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도 받았다. 양흥모 이사장은 “에너지 전환을 윤리나 도덕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주민 일자리, RE100 상품 판매 등 경제·생활 분야와 연계시켜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만 넷제로 공동체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동참할 이들이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6월24일 오후 사회적협동조합 ‘해유’의 여성 에너지 활동가 ‘솔라시스터즈’ 송정희씨가 방문객들에게 미호동 에너지 전환 마을을 소개하며 ‘위너지 앱’을 보여주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마을 주민 송정희씨도 에너지마을학교 졸업생이다. 마을에서 가장 늦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그는 기후위기에도, 탄소중립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마이크로그리드의 약자인 MG를 보고 ‘새마을금고에서 하는 사업인가’ 하고 말았다. 은퇴 후 마을 통장을 하게 된 그는 에너지마을학교 수업을 듣고 나서 지금은 ‘솔라시스터즈’로 활동하고 있다. 솔라시스터즈는 70대 여성 주민 4명으로 이루어진 여성 에너지 활동가들이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가정을 방문해 인버터를 점검하고, 마을을 견학하러 온 방문객에게 미호동의 에너지 자립 실천을 설명하며 마을 투어도 안내한다. 주민들에게 ‘위너지 앱’ 사용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위너지 앱은 자신의 집에서 생산되는 태양광발전과 전기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웃의 에너지 생산·소비량도 알 수 있는 에너지 정보 서비스 앱이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미호동 주민들은 모두 이 앱을 이용해서 포인트도 적립하고 전기 사용량을 체크하며 절전을 실천한다.


6월18일 오후 2시. 한낮 기온이 30℃까지 올랐다. 송정희씨는 위너지 앱을 꺼내 집에서 생산된 발전량(9.5㎾)과 오늘 사용한 전력량(3.5㎾)을 확인했다. “오늘도 발전량에 비해 소비량이 훨씬 적잖아요. 이런 걸 눈으로 직접 하면 너무 재미있고 신기해요. 에너지 자립률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 달 우리 집은 191%예요. 미호동의 평균 자립률이 171%니까 내가 전기를 많이 아끼고 잘 쓴 거지.” 햇빛 자수가 새겨진 녹색 유니폼을 입고 지나가는 그를 보고 이웃이 다가와 위너지 앱의 에너지 절약 이벤트를 묻기도 했다. 솔라시스터즈는 마을의 에너지 상담사이자 투어 가이드로 미호동 주민들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얼굴이다.




6월24일 꿀벌에게 안전한 서식처와 먹이원을 제공하기 위해 주민들이 만든 ‘윙윙꿀벌식당’ 매니저 5명이 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석씨, 양옥희씨, 오인세 반장, 하종대씨, 강경규 매니저. ⓒ시사IN 신선영



솔라시스터즈 외에도 마을에 만들어진 녹색 일자리는 또 있다. 윙윙꿀벌식당의 매니저다. 넷제로 공판장 뒤, 약 1980㎡(600평) 규모로 조성된 윙윙꿀벌식당은 기후위기와 밀원 감소로 사라져가는 꿀벌들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꿀벌은 주요 작물들의 수분을 매개해 식량 생산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쉬나무·헛개나무·칠자화나무·호박·유채 등 꿀벌이 좋아하는 식물을 꿀벌식당에 심어두었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는 들깨다. 들깨 꽃은 가을에 피는데, 봄여름과 달리 밀원 수가 풍부하지 않은 계절이라 꿀벌에게 귀한 먹거리다. 이 시기에 밥을 든든히 먹어놔야 꿀벌이 겨울을 난다.


꿀벌식당의 오인세 반장은 밀원 식물을 관리하고 들깨 농사를 지으며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무농약 들깨 농사는 그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들깨 잎을 벌레들이 먹어서 방충망처럼 구멍이 뻥뻥 뚫렸어요. 이게 되나? 했는데 꽃속은 먹을 게 가득한 거야. 9월 중순이 되면 들깨 꽃이 피는데 벌들이 드글드글해. 웅웅 하는 꿀벌 소리가 이 밭에 진동을 해요.” 윙윙꿀벌식당은 식당 매니저를 고용해 녹색 일자리를 만들고, 무농약으로 들깨 농사를 짓는 할머니들에게 시중보다 높은 가격으로 작물을 구입한다. 또 ‘윙윙꿀벌방앗간’이라는 이름으로 생들깨 기름을 만들어 판매한다. 들기름은 미호동 13가구의 태양광발전 REC(재생에너지 인증서)를 농업회사법인 내포가 구매해 생산했다. 해유의 대표적인 1석4조 탄소중립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에 위치한 넷제로 공판장.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미호동을 상징하는 탄소중립 플랫폼이다. ⓒ시사IN 신선영



미호동 주민들의 에너지 자립 실험은 어떤 결과로 끝을 맺을까. 혹자는 오래 환경운동을 한 ‘리더’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추진한 RE50+ 실증사업에 참가했기 때문에 미호동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게 아니냐고 묻는다. 전국의 다양한 마을 자치기구와 협동조합이 미호동을 방문했고, 그들을 직접 만난 양흥모 이사장은 “어느 마을에나 나 같은 사람은 있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고, 마을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중간 지원조직 활동가들은 교육과 상담을 통해 얼마든지 저마다 새로운 탄소중립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양흥모 이사장은 에너지 전환부문 사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기술 기업을 상대로만 사업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주민과 소통 능력이 있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중간 지원조직도 컨소시엄 구성에 포함시켜 이들에게 전문성과 노하우를 강화할 기회를 줘야 한다. 지역을 변화시킬 토대를 스스로 만들어갈 예산과 시스템이 있어야 더 큰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지난해 미호동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기후에너지위원회가 만들어졌다. 3년간 넷제로 장터와 솔라시스터즈, 윙윙꿀벌식당 프로젝트 등을 경험한 주민들은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실천을 기획하고 제안하며 이미 몸으로 체득해버린 넷제로의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호동 주민들은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일까, 아니면 정부 사업의 수동적 참가자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로 보이지 않는다.

대전·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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