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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베트남 하노이 국방부 청사 앞.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 장관이 기다리고 있던 판반장 장관에게 대형 화환을 받았다. 두 장관은 의장대를 사열하며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헤그세스는 “베트남이 주권과 지역 안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미국은 이미 베트남 해안경비대에 소형 쾌속정 3척과 T-6 훈련기 12대 중 3대를 인도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이날 회담에서 미국이 C-130 수송기, S-92 헬기와 치누크 헬기를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는 이날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또럼 공산당 서기장과 2위인 르엉끄엉 국가주석과 잇따라 만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해 사실상 새마을금고 합격스펙 정상 외교를 펼쳤다. 이번 미국·베트남 국교 정상화 30주년을 기념하는 외교 일정이었지만, 실제로는 냉각된 베트남과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긴급 작전’의 성격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권력 서열 1 한국장학재단 대학원 장학금 위인 또럼 공산당 서기장이 지난 2일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 장관을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그가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앞서 베트남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폭탄 바로바로론 모델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에 대한 강력한 불신을 드러내며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으로 대응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입수한 러시아 군수 업체 문서들을 인용해 “베트남이 올해 러시아산 수호이(Su)-35 전투기용 전자전 시스템 9대를 인도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가 최측근인 헤그세스를 급파해 베트남 달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번 헤 카드비교 그세스의 방문은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대나무 외교는 줄기는 단단하지만 가지는 부드러운 대나무에 빗대 공산당 독재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방과 폭넓게 교류하는 베트남 외교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베트남이 최상위급 외교 관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만 봐도 자유 진영( 은행원 직무 미국·일본·프랑스·호주)과 권위주의(중국·러시아), 비동맹(인도) 등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베트남은 베트남전쟁을 치르며 단절한 미국과의 관계를 1995년 전격 정상화했다. 미국은 2016년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하며 베트남을 전략적으로 우대했고, 2023년에는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년 2월 발발)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2023년 10월 발발)을 계기로 국제사회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잇따라 베트남을 찾았다. 올해에는 옛 식민 통치 국가였던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부부 동반 국빈 방문 형식으로 베트남을 찾아 원전·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또럼 서기장은 지난 8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외국 정상 국빈 방문으로 서울을 찾아 극진한 환대를 받았고, 다음 달에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맞아 평양을 방문했다.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통해 긴밀해진 한국뿐 아니라 공산당 통치 체제 정체성을 공유한 북한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진영을 넘나드는 외교는 자칫하면 ‘양다리’ ‘박쥐’ 소리를 들으며 양쪽에서 모두 배척당하기 쉽다. 호주국립대가 발간하는 이스트아시아포럼은 “베트남의 ‘이중 줄 서기(dual alignment)’는 두 강대국 모두의 불신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제정치에서 드물게 베트남 ‘대나무 외교’가 통하고 있는 배경에는 베트남의 지정학적 가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은 북쪽으로는 중국과 접하고 있는데 자국 영토에 면한 남중국해 해역을 ‘동해’라고 부르며 중국에 맞서고 있다. 역시 중국과 강력하게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의 핵심 군사 동맹 필리핀과도 가깝다. 미·중 모두에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미국은 베트남을 미국 주도의 안보 네트워크로 유인,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베트남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를 잇는 거점이자 공급망의 요충지로서 베트남이 갖는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베트남은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희토류 매장량 역시 세계 5위권이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센터장은 “미·중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베트남의 지정학적·지경학적 효용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나무 외교에 대해) 속으로는 못마땅하더라도 넘어간다”며 “베트남도 자신들이 가진 전략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나무 외교
신념은 유지하되 경제나 안보 등 실리를 위해서는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이자는 베트남의 외교 전략을 상징하는 표현. 응우옌푸쫑 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2016년 “국가 주권을 수호하려면 세계 지도자들의 관계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강한 뿌리, 튼튼한 줄기, 유연한 가지를 가진 대나무와 같은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이 용어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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