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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커피 파도를 대학을 이 주었다. 아니지난 24일 내성천제비연구소 회원들이 경북 순흥면을 찾아 제비 배설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는 ‘둥지 받침대’를 설치하는 활동을 벌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예쁘고 반갑지. 그런데 똥이 감당이 안 돼.”
지난 24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봉화상설시장’ 미용실·옷집·식자재 상가 입구에는 진흙으로 빚은 작은 항아리들이 곳곳에 매달려있었다. 주로 천장 귀퉁이에 붙어 있는 ‘진흙 항아리’ 안에는 조그맣고 앙증맞은 새끼 제비 네댓 마리가 다글다글 앉아있었다. 어미가 휙 날아들자, 새끼들은 꽃봉오리가 한꺼번에 잎을 터뜨리듯 앙다물었던 입을 벌리며 먹이를 반겼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아 ‘처마에 복을 짓 별내푸르지오 는다’고 여겨지는 길조지만, 이곳에서 제비는 그리 환영받는 손님은 아니었다. 제비들이 처마에 집을 짓게 되자 상가 출입구나 진열대에 배설물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강아무개(65)씨는 시장 상인들에게 종종 “제비 좀 키우지 말라”고 핀잔을 듣는다고 했다. 그의 상점 처마에는 제비가 두 곳이나 집을 지어놓고 있었다. “몇 년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발표 있잖아. (새끼를)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이렇게 키워 나가. 근데 우째 집을 떼버리겠노.”



지난 24일 내성천제비연구소 회원들이 경북 순흥면을 찾아 제비 배설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는 ‘둥지 받침대’를 설치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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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여름철새인 제비는 태국·베트남·필리핀에서 겨울을 보내고 4월 중순 번식을 위해 우리나라 찾는다. 4000여㎞를 날아와 둥지를 튼 뒤 4~7마리의 새끼를 낳아 9~10월에 있던 곳으로 함께 돌아간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였지만, 서식지 감소·살충제 사용 증가 중고차캐피탈할부 ·먹이 감소 등으로 인해 최근 수십년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최창용 서울대 교수(산림자원학부)가 공개한 연구에서는 10㏊당 개체 수가 1987년 2289마리에서 2005년 22마리로, 18년 사이 10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4 새마을금고 인터넷뱅킹 시간 일 경북 봉화군 봉화버스터미널 처마에 제비들이 둥지를 짓은 모습. 내성천제비연구소는 봉화시장과 봉화버스터미널등 읍내를 찾는 제비가 3000여 마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지난 24일 경북 봉화군 ‘봉화상설시장’ 안 상가 처마에는 제비 둥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상가에서는 제비의 둥지짓기를 방해하기 위해 비닐봉지 등을 매달아 놓았다. 내성천제비연구소 제공


다만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 예천, 문경을 지나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내성천은 지난 2018년부터 제비 수만 마리가 찾는 ‘집단 도래지’가 되고 있다. 최태규 ‘내성천제비연구소’ 소장은 그 이유를 “영주댐 담수가 늦어지고 농경지였던 곳이 방치되면서 강 주변이 제비가 살기 좋도록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내성천 보호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내성천 지킴이’ 지율스님과 내성천제비연구소는 봉화시장과 봉화 버스터미널 등 봉화읍내를 찾는 제비가 3000여 마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경북 산불의 영향 탓인지 지난해와 비교하면 번식을 시작한 둥지의 수가 현격히 적다”는 것이 이들 관찰이다.
상인들 말을 들어보면, 봉화시장에 제비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최근 3~4년 사이의 일이다. 내성천제비연구소의 모니터링 결과도 비슷하다. 2019년 처음 4개의 둥지가 발견됐고, 이후 7개로 늘어났지만 시장 상인들의 민원으로 둥지가 한차례 모두 철거됐으나 2022년부터는 제비가 지은 집은 100여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비록 올해 봉화시장을 찾은 제비가 예년보다 적다고는 하나, 상인들은 일찌감치 ‘제비 맞이’를 마친 듯 보였다. 제비들이 집 짓기 좋아하는 출입문 처마 부근에 비닐봉지, 컵라면 용기, 신발 깔창 등을 되는대로 매달아 둥지짓기를 막고 있는 것이다. 식육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제비집을 떼긴 찝찝하니 애초에 집 짓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지어놓은 집을 뗄 순 없고, 배설물은 계속 떨어지니 ‘공생’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내성천제비연구소는 이날 상인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조사하고, 시장 내 번식 중인 제비들의 생태를 기록했다. 늦은 오후부터는 봉화·영주 지역에서 가장 많은 제비들이 모이는 영주시 순흥면 면 소재지를 찾아 직접 제작한 ‘둥지 받침대’ 십여 개를 각 상점 처마에 붙였다. 제비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그려진 직사각형 받침대를 둥지 아래 붙여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걸 방지하고, 제비 보호 필요성도 알리는 것이다.



지난 24일 경북 봉화군 봉화버스터미널에서 관찰된 어미 제비. 내성천제비연구소는 봉화시장과 봉화버스터미널등 읍내를 찾는 제비가 3000여 마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옛 가옥의 서까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 만물상 주인 김옥수(89)씨는 “터 좋은 곳에 제비가 새끼를 낳는다”며 “제비 똥 치우느라 매일 물청소를 했는데, 이제 수고로움을 덜게 됐다”며 반겼다. 김씨 집 처마에 받침대가 부착되는 걸 보자 마을의 건강원, 양품점, 식당에서도 흔쾌히 받침대 부착을 허락했다.
최태규 소장은 “제비가 둥지를 짓는 4~5월 주민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 배설물 문제”라며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 주민들이 제비의 둥지짓기를 방해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다 받침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내성천제비연구소는 둥지 받침대가 제비의 행동이나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받침대 제작·나눔 등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모니터링 결과, 새에게 별다른 악영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봉화군과 영주시에 공식적으로 받침대 설치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제비와 사람과의 갈등 요소를 줄여 점점 귀해지는 제비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글·사진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