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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남 영화감독. 조영철 기자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열리는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의 북한 인권 섹션에 '열한 살의 아라리'가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이 영화는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강제 북송 위협에 시달리는 탈북민의 처절한 현실과 강제 북송 이후 맞닥뜨리게 되는 처참한 인권유린 상황을 생생하 방송통신대학교 등록금 게 고발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백'이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주인공 은주가 유서를 써야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북한 인권 문제가 정치적 논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문제임을 고발하기 위해 '열한 살의 아라리'를 제작했다는 이용남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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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동갑내기의 서로 다른 삶




‘열한 살의 아라리’ 영화 포스터. 이용남 감독



영화 '열한 살의 아라리'는 어떤 작품인가.

한국장학재단원리금균등상환 "생존을 위해 어린 나이에 유서를 쓰고, 9년에 걸쳐 북한을 탈출한 주인공 은주의 탈북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서울에 온 탈북민 은주가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9년간 탈북 여정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인터뷰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열한 살 소녀 예솔이 가족과 함께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빌라대환대출 숲속 책방에서 우연히 은주의 자서전을 발견한다. 예솔은 자신과 동갑인 은주가 살기 위해 갖은 역경을 딛고 탈북한 이야기를 읽고, 동년배이면서도 남과 북에서 태어났다는 차이만으로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야 했는지 연민을 느끼고 인권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함경북도 은덕에서 자유를 찾아 탈북해 9년 만에 서울에 온 김 한국주택공사홈페이지 은주 씨의 자전적 에세이 '열한 살의 유서'를 토대로 하고 있다. 김 씨의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언니는 김 씨를 두고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은덕 인근의 대도시 나진·선봉으로 떠났다. 홀로 남겨져 며칠째 쌀 한 톨 입에 넣지 못한 김 씨는 어머니와 언니를 애타게 기다리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유서를 쓴다. 
부모님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밥상과 농짝 하나만 남겨놓고 모조리 팔았다. 심지어 장판까지 뜯어서 파는 바람에 시멘트 바닥에 해진 요를 깔고 낡은 외투를 덮고 자야 했다. 그렇지만 벽에는 '영원한 수령' 김일성과 그 후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액자가 걸려 있다.  - '열한 살의 유서' 중에서-
이 작품에는 열한 살이던 김 씨의 눈에 비친 처참한 북한 실상은 물론 탈북 과정에 겪어야 했던 어머니의 매매혼, 그리고 9년에 걸쳐 이뤄진 고단했던 탈북 과정까지 상세히 담겨 있다. 이 감독은 "‘열한 살의 유서'는 프랑스 작가가 먼저 관심을 갖고 출간했다"며 "그 책 내용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열한 살의 아라리'가 북한 인권 3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이라고 했다. 첫 번째 작품은 2023년 북한의 인권침해 실상을 담은 영화 '유 돈 노우', 두 번째 작품은 2024년 제작한 '행복의 발견'이다. 









‘열한 살의 아라리’ 주요 장면. 이용남 감독



앞서 제작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어떤 내용인가.

"‘유 돈 노우'는 영화로 읽는 북한 인권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영주 작가가 강제 북송을 당해 보위부 집결소와 단련대, 교화소 등 구금시설을 거치며 겪은 고문과 학대의 침상을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영화 '유 돈 노우'에는 이 작가 외에도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이응길 새터민라운지 대표,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 시즌2'에 출연했던 한예진 씨, 그리고 연세대 박사(다큐멘터리 촬영 당시에는 박사과정)인 탈북민 김명희 씨가 함께 출연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유 돈 노우'에 출연한 이들이 북한과 중국에서 경험하거나 목격한 인신매매와 매매혼, 사이버 성매매와 성폭력, 노동착취, 강제 북송, 고문과 구타, 강제 낙태 등 인권유린의 실상을 생생하게 들려준다"며 "이들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탈북민 삶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큐멘터리"라고 덧붙였다. 
‘행복의 발견'은 어떤 내용인가.
"영화 '유 돈 노우'가 탈북 과정에 겪어야 했던 탈북민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다뤘다면, 두 번째 다큐멘터리 '행복의 발견'은 탈북민이 한국 정착 과정에 겪는 여러 어려움을 다뤘다. 한국에 온 탈북민이 겪는 정착의 어려움을 널리 알리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작했다."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코로나19로 한동안 탈북이 여의치 않았던 점도 있고, 강제 북송 우려도 있어 과거에 비해 한국에 오는 탈북민이 줄었다. 하지만 평양에서 병원장까지 지내고 2007년 탈북한 이태경 씨 증언에 따르면 탈북 시도는 여전히 많다고 한다. 다만 탈북 성공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탈북 시도 많지만, 성공률 낮아져이 감독은 여러 탈북민에게 전해 들은 '탈북 실태'와 '낮아진 탈북 성공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대부분은 매매혼을 하거나 일부는 인신매매 대상이 되기도 한다. 탈북 남성도 업주가 공안에 신고할까 봐 고된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더군다나 강제 북송 문제로 과거에 비해 탈북 루트가 많이 막힌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대부분이 '한국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잘 못한다. 한국행을 추진하다 적발돼 강제 북송당하면 다시 북한을 탈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선족 출신 특수 경찰이 탈북민을 잡아 북송하면 북측에서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중국에 머문 탈북민 가운데 무리하게 한국행을 추진하기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이 감독은 중국 내몽골을 지나 몽골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민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에 머문 탈북자 가운데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의 경우, 특정 장소에서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다 내몽골을 거쳐 몽골을 통해 한국으로 오게 되는데, 내몽골에서는 공안에 붙잡히면 곧바로 북송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단속'을 피해야 한다. 몽골 국경을 넘는 순간 몽골 군인들에게 하루빨리 '발각'돼야 살 수 있고,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
몽골은 탈북민을 북송하지 않나.
"몽골은 조사를 마치면 울란바토르 수용소에 머물도록 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한국으로 보내준다. 그런데 한국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수용소에 머무는 기간이 다르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내막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그때 탈북민들이 무한정 대기한 일이 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뀐 이후 들어온 이가 늘었는데, 당시 한국에 들어온 사람이 '열한 살의 유서'를 쓴 김은주 씨다."
다양한 장르 중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할아버지가 실향민으로 나는 실향민 3세다. 할아버지 고향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가까운 곳이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비록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와 나는 언젠가 할아버지께서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이산가족 상봉을 시도하지 않으셨나.
"끝까지 신청하셨으나 한 번도 (선정이) 안 되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북녘이 잘 보이는 강화도에 모셨다."
‘북한 인권 문제'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
"서울기독대학교에서 강의하며 탈북민을 만났다. 당시 기독대 학생 전체가 대부분 탈북민이었다. 하나원에서 나와 대학 공부를 하는 분들이었다. 거기서 그때까지 TV 뉴스에서나 봤던 탈북민들의 생생한 인권유린 실태를 알게 됐다. 그게 인연이 돼 10년 뒤에 나온 작품이 '유 돈 노우'다. 거기서 만난 학생 중 하나가 '김정은이 모르는 북한의 속살'이란 책을 쓴 이영주 작가다."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북한 인권 섹션 초청작청주대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이 감독은 한양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는 영화사 '무명' 대표와 시민영화패 '무명'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 방송통신심의위 권익보호특별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등 각종 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감독이 제작한 '열한 살의 아라리'는 올해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북한 인권 섹션에 초청됐다.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자유, 정의, 인권'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영화제로 다양한 인권 이슈를 예술 언어인 영화로 조명하는 시민참여형 영화제를 표방하고 있다. 2021년 '서울락스퍼인권영화제'로 시작한 영화제는 2022년 국제영화제로 승격돼 올해 5회차를 맞는다.
‘열한 살의 아라리' 이후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나.
"일본에서 태어나 북송됐다가 다시 한국으로 탈북한 재일교포 2세 얘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북에는 '째포'로, 한국에서는 '탈북민'으로 불리며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탈북 의사이자 재일교포 2세 이태경 씨 얘기다. 모두가 검다고 얘기하지만, 스스로는 희다고 생각하는 '하얀 까마귀' 같은 북송 재일교포 탈북민의 얘기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