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종료가 가시화하며, 글로벌 증시가 단기적으로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셧다운 해제와 함께 이연됐던 재정지출이 재개되고, 경기사이클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여서다. 다만 미뤄졌던 핵심 경제지표 발표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사진=AFP)


美상원 임시예산안 가결…셧다운 막 내리나
미 상원은 10일(현지 시간) 본회의를 열고 연방정부 임시예산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가결했다. 이로써 41일째 이어진 셧다운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전까지 상원에서는 임시예산안 표결이 무려 14차례 진행됐다.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문제와 관련,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번 부결된 탓이다. 전체 의석 100석 중 공화당 의석은 53석으로 가결 정족수(60석)에 못 미친다.
하지만 중도 성향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12월 둘째 주까지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문제를 별도 표결에 부치겠다는 공화당측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탈표가 생겼고, 이날 결국 상원 문턱을 넘었다. 합의안엔 셧다운 기간 동안 해고됐던 연방 공무원 약 4000명에 대한 복직과 내년 1월 30일까지 추가 해고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밀렸던 임금 지급도 보장됐다. 아울러 초당적 합의가 이뤄진 농무부, 재향군인부, 입법부 3개 부처엔 내년 9월 말까지 1년치 예산을 지원하고, 나머지 정부 기관들은 내년 1월 30일까지 임시 예산안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해온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은 포함되지 않아 거센 반발이 일었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했다”는 비난과 함께 민주당 내부에선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예산안은 하원으로 송부됐으며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하원에선 가결에 단순 과반이 필요하며, 공화당은 전체 435석 중 219석을 확보한 다수 당이다. 표결은 오는 12일 이뤄질 전망이다. 늦어도 15일까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관련 사안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안에 대해 “매우 좋다. 아주 빠르게 나라(정부)를 열게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시장도 환호했다. 상원에서 예산안이 가결되기 전, 초기 합의 소식만으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5% 반등했다.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8%, 2.3% 상승했다.



(사진=AFP)


“쌓였던 美정부자금 풀린다”…단기 유동성 랠리 기대
셧다운이 완전히 해소되면 미국, 한국 등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랠리를 펼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미 정부 재정자금이 풀리면서 단기 자금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6주 동안 셧다운이 계속되면 재정지출 지연 규모가 약 540억달러(약 7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내년 1월까지의 ‘임시’ 예산안이라는 점, 즉 2개월 반 후에 정부가 재차 폐쇄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미국 수석 정책전략가인 그렉 발리에르는 “1월 또 다른 셧다운 위기가 다가온다. 몇 달마다 문제 미루기를 반복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미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잠재 변수로 꼽힌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기관들은 역대 최장기 셧다운이 올해 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2%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매주 70억~160억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셧다운으로 연기됐던 핵심 경제지표가 줄줄이 발표돼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 투자기관들은 지표 공백 해소 후 발표될 ‘누적 데이터’가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예측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셧다운 장기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지표의 경우 일시적 왜곡현상이 예상되며, 유동성 공급에 따른 시장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글로벌 주식·실물자산 대표 사미르 사마나는 “경제적 충격은 분명 있지만, 시장의 긍정적 흐름 자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마켓워치는 오히려 S&P500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과대평가 논란이나, 기업들의 대량 해고 조짐을 더 경계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