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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게 직업이고,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진드기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숱하게 접했지만 카드사전화번호 , 놈을 대면한 적도 놈한테 물려본 기억도 없었다. 진드기는 그저 책이나 경고문에서나 만나는 상상의 벌레였다. 하지만 귀촌 이후 놈은 내 삶에 붙어 있다.
진드기는 이름 그대로 진득한 녀석이다. 다리 끝에 한 쌍의 갈고리가 달려 있어 풀숲을 지나가는 먹잇감의 살이나 털에 쉽게 달라붙는다. 갈고리 덕에 개미가 오르지 못하는 미끌미끌한 표면마 재무계산기고장 저 잘도 기어오른다. 도사견이나 자라처럼 한번 물면 살점이 떨어져 나갈지언정 먹이를 놓지 않는다. 모기처럼 잠깐 빨고 달아나는 게 아니라 길게는 열흘이나 피를 빤다. 전자현미경으로 진드기의 주둥이를 보면 작살처럼 역방향으로 수많은 돌기가 나 있어 한번 찔러 넣으면 좀처럼 뺄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수컷의 정액에는 폭식 유발 물질이 있어 암컷이 흡혈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실컷 피를 빨고, 몸을 10배로 불린 뒤에야 암컷은 알을 낳으려 먹잇감에서 떨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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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가 아주까리 흉보듯”이란 속담이 있는데, 보잘것없는 주제에 남 흉보는 걸 빗댄 말이다. 속담을 알기 전부터 단박에 아주까리를 떠올린 걸 보면 둘은 절묘하게 닮았다. 청산가리 수천 배에 이르는 독성의 아주까리, 비할 데 없는 가려움의 참진드기. 그 치명적인 독기마저도.
사진·글 노순택 사진사
*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