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전세 사기를 당해 1년 반 동안 차량에서 생활하던 20대 남성이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당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영이네 행복주택 캡처


전세 사기를 당해 1년 반 동안 집 없이 차량에서 생활하던 20대 남성이 최근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알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이버 카페 '아영이네 행복주택'에는 지난 20일 '차에서 1년 살고, 12일 입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6년 전 경기 수원시에서 전세 사기를 당했고 최근 1년 반가량은 자가용을 숙소 삼아 생활해온 글쓴이 A씨가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당첨돼 이사했다는 내용이다. 입주 후에도 일주일간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느라 스터디카페에서 지냈다는 그는 "시험이 모두 끝난 뒤에야 집 안에 가구를 들이고 20시간 넘게 편한 잠을 취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함께 지냈던 할머니의 별세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던 A씨는 23세 때 전세 사기를 당했고 지난해에는 자영업 실패까지 겪 었다.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며 빚을 갚는 생활을 하다가 급기야 차에서 잠자는 '차박'을 택한 이유다. 그가 전한 차박 생활. "짐은 미련 없이 버렸고 봉지에 옷을 몇 벌 담아 최대한 압축했어요. 보통 (오전) 5시에 헬스장 가서 휴대폰과 이어폰을 충전하고 샤워 후 출근했고요. 식당에서 저녁까지 먹고 다시 운동 갔다가 샤워 후 퇴근하는 반복된 일상이었죠. 물 과 커피는 스터디카페에서 해결했고요. 다행히 회사에서 근무복이 여러 벌 보급돼 빨래는 주말에 세탁방에서 처리했습니다."



A씨와 함께 1년 반 동안 차에서 생활해 온 반려 고양이의 모습. 아영이네 행복주택 캡처


1년 넘는 차박 생활의 반려자는 고양이었다. A씨는 "수의사 말로는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라 차에서 생활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며 "버텨준 고양이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은 정부나 지자체가 리모델링 주택을 주거 취약계층에 싸게 빌려주는 정책으로, 청년 매임임대주택은 19~39세 독신자를 대상으로 한다. 상당수 물량이 도심 교통 요지에 공급돼 인기가 많은데 물량은 한정적이라 당첨 경쟁률이 매우 높다.
안정된 보금자리를 갖게 된 A씨는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체감한다. 배부르고 등도 따뜻하니 이전보다 느슨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사이트를 탈퇴했다.



안정된 보금자리를 찾아 새 출발을 하게 된 A씨는 카페를 탈퇴하며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 모두들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아영이네 행복주택 캡처


A씨는 앞서 지난달 카페 게시글에서 "자영업 실패와 전세 사기를 당하고 차에서 지내고 있지만, 청년 매입임대주택 예비번호를 받고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고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입주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날이 추워지기 전에 입주해서 다행이다", "힘든 상황에도 열심히 버텨준 게 대견하다", "앞으로 꽃길만 걷길" 등 A씨의 앞날을 응원했다.
황은서 인턴 기자 hes0803@hanyang.ac.kr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