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김유진 작가 개인전 '水_머무르다' 전경. /청주시 제공


[충청타임즈] 작가들의 사적인 관심사에 대한 깊은 사유와 탐구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펼쳐진다. 
충북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오는 19일까지 전관에서 19기 입주작가 릴레이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지난 7월31일부터 19기 입주작가 14명이 입주기간 내에 제작한 창작 성과물을 2주마다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다섯 번째 릴레이전에는 김유진 작가와 이학승 작가가 참여한다. 
김 작가는 개인전 '水_머무르다'를 통해 안온한 휴식과 내면의 성찰이 가능한 장소에 대한 심상을 구체적 풍경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수(水)' 시리즈를 통해 찻자리를 통한 물, 시간의 흐름, 순환을 다뤄왔다. 
찻잔에 담긴 찻물은 흐르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찻자리의 순간 을 기록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물과 시간은 흐른다는 공통점을 가지며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내·외면을 구성한다. 
작가가 그동안 찻자리에 대한 수집과 기록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차와 시간을 대하는 개인적인 심상을 구체화된 풍경으로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김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십여 년 가까이 떠나있던 고향인 청주에 다시 돌아와 작업을 시작했다"며 "이번 전시는 주변을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오래된 아지트에 돌아온 것처럼 안온한 휴식을 취하고 내면의 감정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를 머금는 순간들은 시간을 이어주기도 하고 끊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흔들리는 내면의 견고한 은신처가 되고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항상 우리의 곁에 머무른다. 
한 잔의 차는 끝없는 여정을 따라 흐르는 물이 잠시 머무는 자리이다. 
김 작가는 전통회화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차와 찻자리(티타임)를 통한 물의 순환으로 인간 내면 사유의 순환을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에서의 물의 역할과 순환을 주제로 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 충북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이학승 작가 개인전 '보내는 사람: 서나' 전경. /청주시 제공


이 작가는 개인전 '보내는 사람: 서나'에서 인간 청취능력의 가장 모호한 지점인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경험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청력 데시벨 74를 가진 여성 '서나'와 엽서를 주고받으며 그녀가 소리를 듣는 대신 사용하는 감각의 언어를 기록한다.
이 수치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청취 가능범주 중 가장 낮은 감도에 해당하는 수치로 어떤 이에게는 무음에 가깝고 어떤 이에게는 여전히 세상이 들리는 방식이다.
작품 속 '나'는 이 데시벨을 가진 여성 서나와 엽서를 주고받으며 그녀의 일상과 그녀가 사용하는 감각을 연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찾는다.
서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아주 구체적이고 낯선 시선을 갖는다. 
그 시선은 누구에게나 존중받고 이해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황과 역경을 통해 얻어낸 방식을 그대로 기록한다.
서나가 일상에서 소리 대신 감각하는 언어는 우리가 인식해온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수치와 그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김 작가는 소리를 공동체적 삶에 끌어들이는 방법에 관해 깊이 연구하고 있다.  
한국 사회 집단 속에서 개인이 부딪치며 살아가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관심사인 소리를 공동체 구성원들의 사회로 넓혀가고자 협업과 퍼포먼스,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원규 청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평소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들리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감각과 시간, 관계의 층위를 새롭게 마주하게 한다"며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 시도가 지역 시민들과 공유되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남연우기자 nyw109@cctimes.kr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