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최종욱 센터장.


도시 확장과 기후변화로 야생동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빠진 야생동물 구조에 구슬땀을 흘리는 이가 있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근무하는 최종욱 센터장이다. 15년 넘게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해온 그는 "남은 삶을 야생동물을 알리고 보호하는 데 쓰고 싶다"는 생각 아래 '구조'라는 새 소명을 이어가고 있다.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역할은 아프거나, 미아가 된 동물을 구조해 건강한 모습으로 자연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 곳에서 그는 구조부터 진료, 돌봄, 재활, 자연 복귀까지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야생동물 구조 지원을 요청하는 전화는 하루종일 끊이지 않는다. 동물은 비둘기부터 너구리, 고라니, 족제비, 구렁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 센터장은 "광주는 산과 하천이 많아 팔색조나 수달, 하늘다람쥐 등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이 종종 들 어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 후 가장 신경써야 할 점은 전염병 유무 여부다. 정도가 심각하거나 전염 우려가 있는 경우 안락사를 결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멧비둘기에서 조류두창(폭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늘어나 집중 관리와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겨울철 너구리에게 흔한 개선충증은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는 "야생동물 구조 현장은 늘 예측할 수 없는 위험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이 꼽는 기억에 남는 야생동물 구조는 '새끼 백로 집단 구조' 사례다. 지난 2023년 백로 번식기에 늦은 가지치기를 하던 중 새끼 백로 50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돼 센터에 의해 구조됐다. 재활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본 끝에 두 달 뒤 모두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 갔다.
또 시력이 없어 교통사고 위험에 놓였던 삵을 구조해 5년간 돌보다가 최근 전문치료기관으로 이송한 일도 있다. 대부분 이름 없이 떠나는 동물들과 달리 이 삵에게는 '청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날개 하나가 없는 황조롱이 '유유'는 지금도 센터에서 돌보고 있다.
최 센터장에게 동물들의 죽음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그 는 "안락사를 해야 하거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없어 야생동물들이 죽음에 이를 때 혼자 속으로 삭히기가 힘이 든다"며 씁쓸해 했다.
최 센터장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비가 공장 천장에 집을 지어도 잠시 지켜봐 주는 것이 공존의 시작"이라며 "하지만 작은 공사부터 큰 공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생태계를 고려하는 노력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 센터장은 "평생 몸 담은 업이고 무척 좋아하는 일이니 퇴직 후에도 몸이 허락하는 한 활동을 계속하려 한다"면서 "동물보호활동은 노아의 방주가 아니라 노아의 함대가 돼야 한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대해 함께 길을 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