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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속 단비였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5)의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소식이다. 지난달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전해졌다. 1·2차 경연을 거쳐 최종 결선에서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 헬싱키 필하모닉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비슷한 시기 브뤼셀에서 열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참가자 전원이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돋보인 수상이었다. 박수예의 쾌거는 ‘콩쿠르 역주행’으로 불린다. 연주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위해 콩쿠르에 도전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반대여서다. 박수예는 스웨덴 오디오파일(고음질 애호가) 레이블로 유명한 비스(BIS)에서 아반떼md 다섯 장의 앨범을 발매한 ‘고참’ 아티스트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콩쿠르 역주행의 주인공이다. 음반과 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뒤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두 번째 한국인 우승자로 기록 됐다. [사진 마티아스 아호넨]


삼성물산 세 번째 음반 ‘세기의 여정’은 영국 그라모폰지의 ‘이달의 음반’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됐다. 시마노프스키 ‘신화’는 매혹적인 연주가 잔상을 남겼다.
박수예는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2022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빼어난 연주에도 1차 예선에서 탈락해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콩쿠르가 그렇듯 변수도 많고 여비교통비 운도 많이 작용한다. 이번에 얻은 값진 타이틀이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에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꾼 콩쿠르도 화제가 됐다. 지난 4월 2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폐막한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다. 이 대회는 일단 나이제한이 없다. 17세부터 48세까지 참가자들이 연주 실력을 겨뤘다. 1등 상금이 20만 유로(3 현대캐피탈자영업자 억 2000만원)에 달한다. 나머지 결선 진출자들에게는 1만 유로와 다양한 특별상이 있다. 결선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외에도 오케스트라 악장 연주와 베토벤 삼중협주곡 1악장 연주, 각자 준비한 앙코르 연주, 연주 후 즉석 질의응답도 채점에 들어간다. 아르메니아 출신 하이크 카자지안(42)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2007년 윤이상콩쿠르 우승자로 국내 파산채권자 팬들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2011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우리나라의 윤소영도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했다. 중국 오케스트라(선전 심포니 혹은 우시 심포니) 협연 기회와 펜데레츠키 페스티벌 연주, 하겐 콘서트홀 독주회, 아르메니아 심포니 협연 기회 등을 수상 특전으로 얻었다. 두바이에 기반을 둔 공연기획사인 CMDI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콩쿠르에 부는 변화와 혁신의 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년에는 두바이에서 ‘클래식 피아노’로 개최됐고, 내년에는 런던에서 ‘클래식 첼로’로 열린다. 만 40세 미만으로 연령 제한이 있지만 다수의 콩쿠르에 비해 여전히 연령의 벽이 낮아 매력적이다. 평생 동안 원숙해지는 연주자들의 기량을 제대로 겨룰 수 있는 시대가 개막한 걸까. 선입견을 깬 대회들의 출현을 기대한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