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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나, 제도를 약화시키려는 산업계의 지속적인 개입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금융계의 영향을 분석하는 영국의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은 29일 ‘한국형 배출권거래제(K-ETS)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한국 철강 산업계와 관련 협회가 제도(한국의 배출권거래제) 약화에 주도적으로 관여해왔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한국 25개 기업과 11개 산업협회 등 전체 36곳을 대상으로 삼아 이들이 공식 테마추천
회의·정책 세미나·언론 등에서 드러낸 입장 가운데 기록이나 자료로 문서화된 데이터 237건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인플루언스맵은 유엔(UN)이 제시하는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기업의 ‘정책 관여 활동’을 따져보고 평가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시설)에 일정량의 온실가스 배세력주저격수매매
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덜 배출한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판매해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으로,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도입했다.
인플루언스맵이 지난 15년 동안 기업들의 배출권거래제에 관여한 활동을 모은 237건아이폰주식거래
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철강 산업과 경제단체 등의 정책 관여가 두드러졌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 등 ‘범산업’ 부문은 전체 활동의 36%, 포스코 등 ‘철강’ 부문은 20%, 롯데케미칼·엘지화학 등 ‘화학’ 부문은 11%, ‘에너지’ 부문은 9%를 차지했다. 반면 자동차제조, 정보통신 등 다른 부문의 활키움증권FX
동은 미미했다. 개별 단체로는 대한상공회의소(17%), 포스코(10%), 한국경제인협회(9%), 한국철강협회(8%), 롯데케미칼(5%) 등이 배출권거래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관여’는 대체로 배출권거래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인플루언스맵은 “배출권거래제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 활동을 하는 산업 부문일릴게임환수율
수록, 정책 강도를 낮추는 방향(무상 할당 확대, 간접배출 제외 등)으로 부정적 관여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전체 237건 가운데 절반 이상(116건)이 배출권거래제를 ‘부정’하는 입장이었고, 21건만이 ‘긍정’ 입장이었다. 기후변화 정책을 지지하는 순서(A~F)대로 입장을 분류해보면, 대한상의(C-), 포스코(D+), 한국경제인협회(E+), 한국철강협회(D+), 롯데케미칼(D+) 등 ‘관여’가 많은 기업·단체일수록 기후변화 정책을 지지하는 정도가 높지 않게 나타났다.



인플루언스맵은 지난 15년간 범산업 협회와 철강 산업 등 주요 기업들이 한국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약화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인플루언스맵





국내 철강 등 범산업계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입장은 이플러스(E+)에서 시(C)사이로 높지 않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스맵


이들은 “무상할당 확대”, “이월 제한 폐지”, “간접배출 제외” 등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예컨대 대한상의는 지난해 9월 개최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에 대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규제 중심의 접근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를 옹호하며 현행 배출권거래제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인플루언스맵은 지적했다. 포스코 역시 언론 보도나 정부 공청회 등에서 여러 차례 “배출권 이월 제한 폐지”를 촉구했다. 정부가 기업에 공짜로 나눠주는 배출권을 늘리는 것과 그해 다 쓰지 않은 배출권을 이듬해에도 쓸 수 있게 하는 것 등은 기업들이 별 노력 없이도 값싼 배출권을 사들여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땜질’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대한상의는 2023년 ‘탄소중립 100대 과제 선정’을 발표하고 포스코는 2021년 ‘2050 탄소중립 기본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이들은 공개적으론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밝혀왔다.
우리나라는 기업 부담을 줄여 제도를 원활하게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배출권거래제에 무상할당을 도입했으나, 10년이 지났는데도 총 배출 허용량과 무상할당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가격은 톤당 6~7달러(약 8300원) 수준밖에 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2020년 기준 40~80달러, 2030년 기준 50~100달러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기준 유럽의 탄소 가격은 한화로 약 10만원 이상으로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높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제4차 기본계획(2026~2035년)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번 분석 결과는 산업계의 구조적인 영향력이 배출권거래제 정착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세진 인플루언스맵 한국 프로그램 매니저는 “지난 10여년간 한국 배출권거래제가 ‘고배출’ 철강 산업과 대한상의와 같은 강력한 범산업 협회의 영향으로 약화된 것으로 보이는 분명한 흐름이 있다”며 “지속적인 기업의 영향은 정책의 목표와 실효성을 저하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의 ‘녹색 전환’ 속도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