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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트랩'에서 주연 트랍스 역을 맡은 배우 박건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살다 보면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됐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 빠져나오기 어려울 때가 있지 않나요. 저는 그게 하나의 트랩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카고'와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굵직한 뮤지컬의 주연을 맡으며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는 25년 차 배우 박건형이 이번에는 연극 '트랩' 주인공 트랍스로 돌아왔다. '트랩'은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가 1956년에 발표한 희곡이 원작이다. 섬유회사 판매총책임자가 우연히 은퇴한 법조인의 저녁 자리에 초대되고, 장난처럼 시작된 모의 재판을 계기로 삶 전체를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다. 온라인릴게임 트랍스는 우연한 사고를 당하고, 근처에서 묵을 곳을 찾던 중 전직 판사의 대저택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그는 거기서 은퇴한 법조인들의 모의재판에 참여하게 되고, 얼떨결에 피고가 된다.
트랍스는 처음에는 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지만, 재판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검사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그는 결국 스스로 바다이야기프로그램 사형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른다. 박건형은 "5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건형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에서 직업적 성취와 카리스마를 상징하는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다. 트랍스는 이러한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쌓아온 확신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야 하는 인물이다.
황금성슬롯 박건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와 스태프가 이전 시즌 멤버지만, 이전 공연과는 색깔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본의 단어 하나하나를 다시 해석하고 고쳐가며 완전히 새롭게 밭갈이했다"면서 "극을 두고 연출과 정말 많이 부딪친다. 만약 제가 재판을 받는다면 '연출을 너무 괴롭힌 죄'일 것 같다"며 웃었다.
박건형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단단한 바다이야기프로그램 연기로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우리가 무심코 누군가에게 건넸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생긴 상처를 잠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1월 30일까지.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