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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상대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여자였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동성연애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생각합니다. 이 불륜 관계가 오래가기를. 그녀의 행복이 지속되기를.
동성연애에 빠진 유부녀의 이름은 버지니아 울프. 오늘날 페미니즘의 ‘성경’으로 통하는 ‘자기만의 방’을 쓴 영국 작가였습니다. 울프 부부의 삶은 정 주택담보대출문의 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지만, 문학의 영토를 넓힌 비료였습니다.



“여성에게도, 자기만의 방과 자기만의 펜이 필요해.” 1902년의 버지니아 울프.




불운했던 버지니아의 어린 단수취급명사 시절
버지니아. 그녀의 삶은 날 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 모두 재혼이어서였습니다.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이미 전 결혼에서 딸 하나, 어머니 줄리아는 세 자녀가 있었습니다. 스티븐과 줄리아는 버지니아를 포함해 넷을 낳았습니다. 씨가 다르고, 배가 다른 형제 8명이 한 울타리에서 살아야 했던 셈. 가정에서의 북적거림은 삶의 풍요를 상 부동산 전망 징하지 않았습니다. 타고 나기를 내성적이었던 버지니아게는 버거운 것이었고, 불편한 것이었지요.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지켜보는 버지니아. 뒷쪽 소녀가 버지니아다.



아버지 스 수원개인회생 티븐은 그런 버지니아의 심성을 잘 알았습니다. 그녀를 위한 ‘공간’을 내어줍니다. 자신의 서재였습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금녀의 공간’이었던 곳이었습니다. 스티븐이 작가로서 당대의 고루한 관념에 도전하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버지니아는 아버지가 조용히 비춰주는 촛불을 따라 자기만의 공간으로 들어갔습니다. 소음조차도 발길이 멈추는 곳 신협 예금금리 , 그곳에 버지니아는 스스로를 유배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존재의 위기를 부른 부모의 죽음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

삶에 근본적 위기가 찾아온 건 1895년 5월. 버지니아 나이 고작 13세였을 때였습니다. 어머니 줄리아가 독감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지요. 줄리아를 ‘성녀’처럼 떠받든 남편 스티븐은 삶의 큰 줄기를 잃어버린 상실을 경험합니다. 버지니아 역시 자기 인생에 끝없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버지니아, 굳세게 살아가거라.” 버지니아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



삶의 채도가 낮았을 때, 그녀의 삶을 더욱 어둡게 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자고 있던 버지니아의 침실에 누군가 방문을 두들깁니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들어온 인물은 제럴드 덕워스. 그녀의 의붓오빠였습니다. “잠시 할 얘기가 있다”면서 느닷없이 방으로 들어온 제럴드는 버지니아의 침대에 눕습니다. 그녀가 누워있는 바로 옆자리였습니다.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던 제럴드의 손은 가지 마야 할 곳까지 향합니다.

아버지가 자리에 없을 때면 제럴드는 수시로 버지니아를 찾았습니다. 피하고자, 도망치고자 했지만 어린 버지니아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었지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는 아버지 스티븐은 의지할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어린 버지니아에게 ‘성’이 끔찍한 트라우마로 각인된 이유였습니다. 성은 삶의 즐거움이자 사랑의 방법이어야 했지만 버지니아에겐 그러지 못했습니다.
1904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납니다. 상실의 연속으로 그녀의 삶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지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재난”이라고 그녀가 후에 표현했을 정도였습니다. 신경쇠약과 정신착란까지 찾아왔을 정도였지요.



“사진 앞에서만큼은 웃어야지.” 버지니아의 가족 사진. 윗줄 왼쪽 남자아이가 제럴드, 그 옆이 버지니아다.




‘글쓰기’라는 동아줄
버지니아의 어깨에는 항상 돌덩이가 앉아있었습니다. 우울과 혼돈이었습니다. 우두커니 서 있으면 그 무거운 돌덩이가 그녀를 심연으로 끌고 갑니다. 그녀에게 구명줄이 되어준 건 ‘글쓰기’였습니다. 상처에 붕대를 붙이고, 우울이 가득한 심해로 빠지지 않는 유일한 구원. “내가 물에 빠지지 않고 떠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쓰는 거예요. 펜을 놓는 순간 가라앉아 버리는 기분이 들죠.”

아버지가 죽은 이듬해, 그녀는 언니 바네사와 독립을 결심합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다니는 오빠 스티븐(아버지와 동명)이 살고 있는 런던 블룸즈버리였습니다. 지옥같은 트라우마를 남긴 고향으로부터의 탈주와 같았지요.



“언니, 우리 런던으로 가자.” 버지니아의 동생 바네사 벨.



블룸즈버리에는 허우적거리고 있는 버지니아를 쥐고 잡아주는 ‘동아줄’이 많았습니다. 오빠 스티븐의 대학 친구들이 집에 모여 문학·그림·사회·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직 책을 통해서만 다른 세상을 만나던 버지니아에게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지요.

모임에서는 나이도, 출신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생각, 누구도 생각치 못한 통찰이 있다면 대화에 낄 수 있었습니다. 버지니아가 언제나 꿈꿔왔던 곳, 트라우마를 잠시나마 잊을 만한 곳이었지요.
‘블룸즈버리’ 그룹은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 저항하는 ‘생각의 공장’이기도 했습니다. 영국은 남녀과 유별하고, 남녀에게 주어진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룹은 이를 보란 듯이 비웃었지요. 남자와 남자가 연애하고, 여자와 여자가 키스하는. 때로는 세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것에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기존의 성도덕은 “사회가 강요하는 일종의 억압”이라고 여겼던 것이었지요. 여자라는 이유로 숨어서 책을 읽어야 했고, 남성인 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버지니아에게 블룸즈버리가 주는 지적·성적 자유는 일종의 산소호흡기였습니다.



블룸즈버리 그룹의 아지트였던 찰스턴 농가.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을 얻다
“나와 결혼해주겠소?.”

1912년 버지니아에게 한 남자가 무릎을 꿇습니다. 청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남자는 같은 블룸즈버리‘ 그룹의 레너드 울프. 버지니아의 아픔과 지적 허기를 알면서도 이를 살뜰히 챙겨준 남자였지요. 그녀는 레너드에게 답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육체적으로 끌리지 않아요.” 그가 바로 응수하지요. “괜찮아, 그저 내 옆에만 있어줘.” 버지니아라는 이름 뒤에 울프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그녀가 레너드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이었지요.



“그저 내 옆에만 있어주시오.” 버지니아와 레너드.



레너드는 그에게 최고의 남자였습니다. 문학적 동지이면서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조언자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필치로 당대의 관념에 도전하는 글쓰기를 할 때도 옆에서 응원해준 남자가 레너드였습니다. 버지니아라는 ‘글’의 제 1독자이자 편집자가 레너드였던 셈이지요.

버지니아가 첫 장편 소설 ‘출항’을 출간한 것도 레너드의 공이었습니다. 여성 주인공이 바깥 세상으로 항해하면서 동시에 내면의 세계를 탐색하는 줄거리였지요. 두 사람은 1917년 호가스 출판사까지 함께 설립합니다. 글쓰기만이 버지니아의 구원인 걸 레너드가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레너드와 버지니아가 설립한 호가스 출판사. MaxHund




결혼 후 만난 강렬한 끌림
정신적 유대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대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1922년. 버지니아는 그 동안 잊고 있던 강렬함을 느꼈습니다. 한 저녁 모임에서 비타 색빌 웨스트를 만나면서였습니다. 여류 시인이자 소설가로, 남녀 불문 여러 연애를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지요(그녀 역시 유부녀였습니다).

버지니아는 그녀에게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어떤 사내보다 당당하게 세상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버지니아 자신에게 결여된 것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우정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버지니아, 당당하게 나를 안아줘.” 비타 색빌 웨스트. 영국 화가 윌리엄 스트랭의 1918년 그림.



첫 만남이 있은 지 3년 후부터는 육체적 관계까지 맺었지요. 버지니아는 잊지 못할 황홀함을 느꼈습니다. 의붓오빠로부터 당한 성폭력 이후 남성과의 육체적 관계는 언제나 괴로움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비타와의 관계에서는 오직 여성들만이 주체로, 동등한 관계로, 부드러움을 교환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그리는 밀어를 편지에 담아 서로에게 전했지요.

남편 레너드도 버지니아의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당대 빅토리아 시대 남자라면 바람 난 여인에게 체벌을 가하고 공식적인 이혼을 청구하는 게 관례. 그러나 레너드는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 그는 너른 마음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용인합니다. 오히려 비타 부부와 동반 모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개방성은 자연의 모든 걸 품는 너른 들판과 같았지요.



“사랑에 성별이 중요한 걸까.” 비타색빌웨스트의 사진.




불륜을 문학의 불쏘시개로
“당신을 위한 연애편지예요.”

1928년 버지니아가 소설 ‘올랜도’를 발표합니다.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미남 귀족 ‘올랜도’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로 태어난 중간에 성별이 바뀌는 일종의 판타지적 설정. 그러나 성별의 뒤바뀜에도 올랜도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는 데 버지니아의 통찰이 있습니다.
사람을 규정하는 건 타고난 그 사람의 성품이지, 사회가 주입하는 성별이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누구보다 당당했던 사람 ‘비타’를 보고 깨달은 통찰이 ‘올랜도’에 담긴 셈. ‘금지된 사랑’이 버지니아 문학이라는 양초에 심지가 되어준 것이었습니다.



“나는 남자일 때도, 여자일 때도 올랜도지.” 1928년판 올랜도.



여성과의 사랑을 인큐베이터 삼아 엄청난 문학들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1925년 발표한 댈러웨이 부인도 그중 하나입니다. 1차 세계대전 후 런던의 하루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상류층 여성 델러웨이 부인 클라리사의 의식 흐름을 따라갑니다.

별다른 사건이 없어도 기억 속에서 일렁이는 잔물결이 시적인 언어로 구현됩니다. 당대 사회가 강요한 삶을 살아가는 귀족 여성 내면에 시들어가는 꽃을 섬세히 묘사한 것이지요. 1929년 에세이 ‘자기만의 방’까지 발표하면서 그녀의 이름은 전국으로 퍼져갑니다.



페미니즘의 경전으로 통하는 ‘자기만의 방’. 1929년 판.



버지니아 울프는 여러 차례 강단에 섰습니다. 여자를 순종적인 여자로서만 살게 하는 사회에 저항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녀는 얘기합니다.

“셰익스피어 같은 위대한 여성 문호가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셰익스피어와 같은 업적을 남길 펜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우리는 누구보다 훌륭해질 수 있습니다. “
오늘날 문학에서 성별의 경계가 무너진 모습을 봤다면 버지니아는 미소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의 방으로 영원히 돌아가버린 작가
1941년. 버지니아 내면에 다시 죽음의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작품에 대한 혹평과 2차 세계대전이 불러온 전쟁의 기운 탓이었습니다. 삶보다 죽음이 찬양받는 시대. 그녀는 다시 죽음을 생각합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 아빠, 오빠. 꿈에서도, 눈을 뜨고서도 그들의 상흔이 아른거립니다.




1924년 T.S 엘리엇과 기념촬영 중인 버지니아 울프.



호숫가를 걷고 있습니다. 묵직한 돌뭉치가 보입니다. 그녀는 조용히 돌을 주워 코트 주머니에 넣습니다. 하나, 둘, 셋. 주머니가 가득 찼을 때 그녀는 호수로 몸을 던졌습니다.

남편 레너드의 책상에는 편지가 놓여있습니다. 버지니아가 남긴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당신의 삶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우리보다 행복했던 사람은 없을 거예요. V(버지니아의 이니셜).” 여성에게 채워진 족쇄에 도끼질로 저항했던 작가. 그 격렬한 몸짓에 자신마저 침전해 버린 사람.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가 남편 레너드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네줄요약>

ㅇ페미니즘 문학의 거인인 버지니아 울프는 어려서 의붓 오빠에게 성폭행 당하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ㅇ남성과의 성적 접촉을 꺼려했던 그녀는 레너드 울프와의 결혼에서도 육체적인 관계는 거의 맺지 않았다.
ㅇ그녀는 동성 애인과 불륜 관계에 빠지기도 했는데, 이 관계를 문학의 자양분으로 삼기도 했다.
ㅇ말년에 깊은 우울증에 빠진 버지니아는 결국 호숫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문학은 페미니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史)에 색(色)을 더하는 콘텐츠 사색(史色)입니다. 역사 속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명랑히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알찬 지식을 전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 알롱달롱한 역사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