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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경 지음
이야기장수

고3 여학생으로 아기를 출산한 인생은 언뜻 생각해 봐도 기구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아기 아빠는 지역 대학교 가을 축제에서 만난 또래 남학생이었다.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아기 엄마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야 했고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당해야 했다. 온갖 구박과 멸시, 가난 속에서도 아이를 꿋꿋하게 지켜 내고 키워 낸 불굴의 여성이 자신의 인생사를 책으로 엮었다.
차이경 작가가 쓴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는 제목 그대로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도배돼 있다. 신인작가 데뷔의 산실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교육과학기술 이 에세이는 눈물 없이는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 어려울 정도로 애틋하다.
40년 전 18세 고등학생으로서 임신한다는 것은 “큰일이었고 아주 부끄러운 일”이었다. 지은이는 산동네 꼭대기 단칸방에서 아기 아빠와 함께 살면서 주변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끼니를 건너뛰기 일쑤였다. 입양 보내라는 강압을 받으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만 보고 합자회사수 악착같이 살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기 아빠와 뒤늦게 결혼식도 올리고 과태료를 물고 아기의 출생신고도 했다.
둘째 아이를 뱃속에 가졌을 때 남편 앞으로 입영통지서가 나오자 동사무소, 병무청을 찾아가 사정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청와대에도 ‘존경하는 영부인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입영을 한 달 연기하는 도움만 받 1억3천만원 을 수 있었다. 그런 삶의 와중에 심한 통증과 설사, 가려움 증세 등으로 고통받는 희귀 난치성 크론병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은이는 “뒤돌아보면 참으로 견디기 힘든 긴 시간이었다”며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어른이 되고 싶어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제2금융권취업 시련이 그를 흔들 수는 있었을지라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지은이는 삶의 힘을 믿으면서 엄마라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 힘든 삶을 견뎌 내고 이겨 낸 차 작가의 용기와 강인한 인내력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한경환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