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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의 모습은 보통 서대문형무소에서 수의를 입고 있는 사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최근 발견된 1915년의 한 여학교의 흑백 단체 사진은 그의 독립운동 정신이 싹튼 ‘뿌리’가 공주에 있었음을 증명한다. 사진 속 앳된 소녀 유관순을 품고 키워낸 것은 바로 이름 없는 별처럼 존재했던 ‘여성 선교사’들이었다.
‘양어머니’를 자처한 사애리시(앨리스 샤프) 선교사는 유관순을 공주 영명여학교로 이끌어 2년간 신식 교육을 시켰고, 자신의 딸처럼 여겨 서울 이화학당 유학길까지 열어주었다. 3.1운동으로 고아가 된 유관순의 두 남동생을 거두어 돌투자전략
본 것 또한 공주의 기독교 공동체였다.



공주 기독교 유적을 찾은 한국교회총연합 총무단이 서만철 한국선교유적연구회장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몰랐던 여성들의 위대한 헌신이 깃든 역사의 현장을 3일 한국교바다이야기 사이트
회총연합(한교총) 총무단과 함께 찾았다. 120년 전 8~9채의 서양식 건물로 북적이던 공주 선교 기지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교육의 문을 연 여성들


이야기의 중심에는 1930년 지어져펀다트랙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주기독교박물관(옛 공주제일교회)이 있다. 답사단을 맞이한 박물관 내부는 붉은 벽돌과 나무 골조가 어우러져 따스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제단 뒤편으로, 한국 최초의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인 이남규가 제작한 삼위일체 스테인드글라스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황금포카성

박보영 공주기독교박물관 부관장이 옛 공주제일교회 예배당에 있는 이남규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 앞에서 공주 선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미국 북감리회가 충청권 선교의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다. 놀랍게도 이 선교 기지에 세워진 최초의 학교는 남학교가 아닌,동양생명 주식
1905년 사애리시(앨리스 샤프) 선교사가 세운 영명여학교였다. 박보영 공주기독교박물관 부관장은 “당시 ‘딸을 서양 부인에게 맡기면 미국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여학생을 모으기 어려웠다”며 “사애리시 선교사는 직접 충청도 일대를 돌며 학생들을 데려왔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모든 것을 책임졌다”고 설명했다.
그의 헌신은 놀라운 인물들을 길러냈다. 유관순뿐만 아니라, 유관순의 사촌 올케이자 광복 후 한국 최초의 여성 경찰서장이 된 노마리아, 미국 시라큐스 음대를 졸업하고 유명 성악가가 된 박화숙, 한국 최초의 여성 목사가 된 전밀라 등이 모두 영명여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이다.



공주기독교박물관에 전시된 초기 선교사들의 사진. 왼쪽부터 샤프 선교사, 그의 아내 사애리시 선교사, 그리고 유관순 열사의 사진이 차례로 보인다.


한 인재를 키워낸 그의 헌신은 개인의 사랑과 소명을 건 선택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선교 훈련을 받던 시절, 그는 동역자였던 로버트 샤프에게 청혼을 받았지만 조선 선교의 소명을 우선하며 결혼을 미뤘다. 하지만 샤프 선교사는 포기하지 않고 목사 안수를 받은 뒤 1903년 한국으로 왔고, 두 사람은 마침내 서울에서 결혼한 뒤 이듬해 함께 공주로 파송됐다.


한 가족의 헌신 위 이뤄진 복음

사애리시가 미래의 인재를 키워냈다면, 또 다른 여성 선교사들은 당장의 어린 생명을 살리고 문화를 일구는 일에 헌신했다. 사진 속 덴마크 출신 간호사 마렌 보딩은 어린 시절 입양아로 자란 아픔을 안고 있었고, 50%가 넘는 공주의 영아 사망률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한국에 최초로 ‘우유 급식’을 시작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영향력은 문화 예술로도 뻗어 나갔다. 설립자 우리암(프랭크 윌리엄스) 선교사의 아내 우애리시(앨리스 윌리엄스)는 이곳에서 음악을 가르쳐 한국에 최초로 오페라를 소개한 성악가 이인선, ‘부름받아 나선 이 몸’을 작곡한 이유선 등 한국 음악계의 거목들을 키워냈다.



붉은 벽돌의 옛 공주제일교회 예배당. 1930년 지어진 이 건물은 현재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사용되며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의 헌신 뒤에는 눈물겨운 희생의 이야기가 있었다. 특히 음악을 가르친 우애리시 선교사는 본래 홀어머니와 두 여동생을 부양한 뒤 선교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공주 선교사의 갑작스러운 순직으로 모든 계획을 접고 조선으로 와야 했다. 서만철 한국선교유적연구회장은 “당시 자료에는 ‘우리는 슬프다. 앨리스가 떠나서. 경제적으로는 파산했다’는 가족의 편지가 남아있다”고 전하며 “부유층이 선교를 하러 오는 줄 알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다. ‘우리가 받은 이 복음이 보통 복음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희생의 기억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주 영명동산 선교사 묘지에 있는 우광복의 묘. 그는 “어린 여동생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뒤쪽에 보이는 동생 올리브 윌리엄스의 묘 가까이에 잠들어 있다.


초록빛 나무들이 우거진 영명동산의 고요한 선교사 묘지는 이들의 희생이 후대에게까지 이어진 역사를 말없이 증명하는 공간이다. 우리암 선교사의 아들 우광복(조지 윌리엄스)은 해방 후 미군정 장교로 돌아와 건국을 도왔고 “나를 어린 여동생이 묻힌 공주 영명동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묘는 8살에 풍토병으로 죽은 어린 동생 올리브의 묘 바로 뒤에 자리했다. 대를 이은 헌신과 사랑의 이야기 앞에서, 답사단은 이들의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하지만 선교 기지의 또 다른 상징이었던 사애리시의 사택 ‘천당집’ 등 수많은 건물은 이제 터만 남고 사라졌다. 박 부관장은 “만약 허물어지지 않았다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될 가치가 충분한 건물이었다”며 “전국에 기독교 유산 중 국보급은 전무하고, 사적도 단 5곳에 불과할 정도로 보존 현실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서만철 한국선교유적연구회장(왼쪽)이 현재 유일하게 남은 중학동 선교사 가옥 앞에서, 사라진 다른 선교사 사택들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선교유적연구회는 이 유산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난 10년간 ‘한국의 기독교 선교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분투해왔다. 마침내 지난 6월, 공주를 포함한 8개 도시의 지방정부협의회가 공식 출범하며 그 오랜 노력이 본궤도에 올랐다.
공주=글·사진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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