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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챌린저스’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어릴 때 원작을 읽고 “이건 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꼈다는데, 너바나와 프린스 음악, 이번에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조나단 앤더슨의 의상이 여러모로 작품을 추천하고 싶게 만들었어요. 영화 장면이 원작에선 어떻게 묘사돼 있는지, 가끔 돌출하는 문학적 상징(저 뱀은 뭔데 저기서 울고 릴게임 추천 사이트
있는가)은 무엇인지에 대한 저의 해석도 약간 붙여서 이번 레터 보내드려봅니다.



영화 '퀴어'/누리픽쳐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사랑은 나를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죠. 그렇다면 그가야간선물거래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애초에 사랑이긴 한걸까요. ‘퀴어’는 미국 소설가 윌리엄 S. 버로스(1914~1997)가 인생의 바닥에서 누군가를 애절하게 갈구했던 자전적 경험을 쓴 미완성작입니다. 거기에 구아다니노 감독이 자신의 해석을 영상 언어로 붙여 영화로 만들었고요. 1장에서 3장 형식이고 뒤에 에필로그를 붙였는데, 1~2배산 주식
장은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반영했고, 3장 이후는 원작에 없는 부분이에요.
주인공 윌리엄 리(다니엘 크레이그)는 마약 수사를 피해 멕시코에서 도피 생활 중인데 약물과 술에 빠져서 자기 파괴적인 하루를 살아갑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별로 공감가는 주인공이 아니죠?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그의 외로움에 빠져들수도) 영화가 시작하면 주거래량지표
인공이 망가져서 여기저기 집적대며 다닙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이요. 그러다 운명처럼 유진 앨러튼(드류 스타키)을 만나게 되죠. ‘퀴어’가 취향에 맞는 영화인가는 유진이 등장하는 영화 시작 5분 무렵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올해 최고의 등장신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아래에 유튜브 영상을 붙일 테니 함 보세요.(포털 사이트에선 유튜브 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너바나의 ‘Come as you are’가 이렇게 매혹적인 러브송이었다니. 이 곡을 고른 감각(‘챌린저스’의 트렌트 레즈너와 아티커스 로스)에 아낌없는 박수를.







유진의 등장신은 원작에 비해 영상이 가진 미학적 우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데요, 원작은 다소 평이합니다. (이하 원작 인용은 2009년 펭귄클래식판을 따랐습니다.)
리는 허름하다고 할 만한 평범한 옷차림을 한 일군의 젊은이들도 지나쳤다. 리는 그 사람들 사이에서 유진 앨러턴을 보았다. 앨러턴은 키가 크고 아주 말랐다. 광대뼈가 나오고 입술은 크고 연붉고 황갈색 눈은 술에 취했을 때 희미하게 보랏빛으로 빛났다. <중략> 리는 앨러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앨러턴은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소는 짓지 않았다.
문자로 적으니 구구절절하네요. 영화에선 10초, 아니 5초면 됐는데 말이죠. 너바나, 투계장이라는 배경, 다니엘 크레이그의 표정, 드류 스타키의 옆모습이 한 화면에 담기니 그 누가 설득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한순간에 삶을 뒤흔든 매혹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군요. 다니엘 크레이그의 표정은 좀 더 절제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요.
리는 유진에 반해서 그때부터 가는 곳마다 말을 걸려 합니다. 유진은 시큰둥해요. 여기서 잠깐, 구아다니노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어요. “이 영화는 짝사랑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이든 리가 훨씬 어린 유진에게 반해서 쫓아다니는 이야기, 이런 게 아니라는 거죠. 물론 리가 애정을 갈구하고 유진은 응하는둥 마는둥 하는 건 맞지만, 일방적 애정의 고통을 표현한다기보단 나 아닌 다른 존재와 연결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근원적 외로움이 좀 더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리가 유진을 뮤즈이자 관객으로 삼아 인정 욕구과 충동을 해소하려고 한 거죠. 거기에 사랑이 스며들수도 있겠지만 억지 관객이 된 유진은 떨떠름하고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남 초기, 리가 유진에게 문자 그대로 들이댔다가 외면당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해요. 이 부분은 원작에도 잘 묘사가 돼 있습니다. 보실까요.
리는 고상한 구세계 인사법으로 고개 숙여 절하려고 앨러턴 옆에 섰다. 그러나 대신 벌거벗은 욕망에서 나온, 불행한 육신에 대한 고통과 증오로 뒤틀린 추파가 흘러나왔으며, 그와 동시에, 놀랄 만큼 그 시각과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토막 나고 절망적인, 다정한 아이의 미소처럼 애정과 신뢰를 담은 미소가 이중으로 흘러나왔다. ‘틱 같은 병이 있나 보군.’ 앨러턴은 섬뜩한 나머지 리가 더 끔찍한 짓을 하기 전에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앨러턴이 차갑거나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그저 리를 아예 그 자리에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을 뿐이었다. 리는 앨러턴을 잠시 속절없이 바라보다가, 좌절하고 충격에 휩싸인 채로 바에 돌아갔다.



영화 '퀴어'/누리픽쳐스


리는 연결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서 상대의 마음을 컨트롤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등장하는게 야헤라는 식물입니다. 리는 텔레파시가 실제로 있다고 믿는다면서 “야헤를 흡입하면 텔레파시 능력이 커진다”고 주장합니다. 그걸 찾겠다고 유진을 데리고(동반을 애걸복걸 부탁해서) 남미로 떠납니다. 리는 과연 야헤를 찾았을까요. 찾아서 유진과 연결되고 끝나지 않는 외로움에서 벗어났을까요. 거기에 대한 감독의 답은 직접 보시고 확인을.
구아다니노 감독이 자신만의 영상 미학이 확고한 연출자라서 독특하게 몽환적인 장면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리가 유진과 영화를 보다가 상상으로 만지는 신이 있는데요(둘이 함께 보는 영화는 장 콕토의 ‘오르페우스’(1950)입니다), 영화는 이래서 존재해야하는구나, 느끼게 하는,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원문을 읽어보시고 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더 잘 되실 듯 해서 적어드리자면,
어두운 극장에서 리는 자기 몸이 앨러턴을 향해 기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의 몸에 들어가고 싶은, 그의 폐로 숨을 쉬고, 그의 눈으로 보고, 그의 내장과 생식기의 느낌을 익히고 싶은, 맹목적인 벌레 같은 허기로 팽배해진. <중략> 앨러턴이 앉은 자세를 바꾸었다. 리는 날카롭게 쑤시는 아픔을, 영혼이 삐거나 탈골된 기분을 느꼈다. 눈이 아렸다. 안경을 벗고 감은 눈을 손으로 문질렀다. 사랑이나 우정에서 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직감으로 알 수 있는 관계, 무언 속에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려고 늘 애써왔다. 이제 앨러턴이 갑자기 문을 닫았고, 리는 몸으로 아픔을 느꼈다. 자기 몸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향해 망설이며 내밀었다가 그 내민 곳을 잘린 듯했다.



영화 '퀴어'/누리픽쳐스


끝인사를 드리기 전에 영화에 등장하는 상징, 지네(centipede)와 뱀이 뭔가 궁금하실 수 있는데요, 전갈은 버로스 작품에 자주 나오는데 구아다니노 감독은 ‘억압된 욕망’의 상징으로 봤다고 하더군요. “이 영화의 진짜 빌런”이라면서요. 인간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악의 근원이면 빌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많은 다리가 있어도 어디든 가버릴 수 없다면 결국 족쇄와 다름없을테니. 끝부분(영화를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는)에 나오는 울고 있는 뱀, 저는 주인공 리 나아가 갈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든 존재로 봤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외로움의 회귀를 자신의 꼬리를 물고 울고 있는 뱀으로 드러냈구나 했어요.
리가 원하던 건 사실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너랑 얘기하고 싶어. 아무 말 없이.” 이 대사 한 줄에서도 드러나죠. 단순하지만 불가능한 것, 아무 말 없이도 얘기할 수 있는 대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불가능의 영역은 기실 모두의 꿈이겠지요. 그런 꿈을 관객과 소통하려 나서는 것이 영화이기에 우리는 오늘도 영화관에 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뵐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