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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머신 무료 ㅞ 무료슬롯사이트 ㅞ♪ 52.rdh862.top ∮짙푸른 하늘은 그저 미술관을 돋보이게 하는 소품 같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이는 유동룡미술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평생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자연과 조응하는 건축을 완성해온 이타미 준. 그의 한국 이름을 따 지은 유동룡미술관은 제주 예술 여행의 출발점이다. 박미향 기자
어림잡아 성인 키에 견줘 1.5배 되어 보이는 창 7개 앞에 앉았다. 창 너머엔 폭염이 쏟아졌다. 나무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고통이 전해졌다. 기계의 힘을 빌려 서늘한 실내. 이곳에서 한참을 창밖만 바라봤다. 열정에 온몸을 실었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 갔다. 부질없는 인간관계에 일희일비했던 순간들도 지나갔다. 1초, 2초, 5분, 10분. 시계 침이 재깍재깍 지날수록야마토게임다운로드
내면으로 침잠하는 사색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 공간에서 보낸 무해한 반나절은 ‘묵언 수행’이자 ‘명상’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유동룡미술관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미술관 자체가 고요를 물성화한 행위 예술 작품이다. 이타미 준이란 예명으로 활동한 세계적 건축가 유동룡(1935~2011)의 삶을 오롯이 부려놓았다. 제야마토2게임
주에는 유동룡미술관 이외에도 김창열(1929~2021), 안도 다다오 등 굵직한 세계적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여럿 있다. 제주 서쪽에 몰려 있는 이 공간 투어는 제주 여행의 관점을 바꾼다. ‘나’를 만나 화해하고 격려하며 다음을 설계하게 하는 명상 여행이다.
유동정글북
룡미술관 실내는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명상 장소다. 박미향 기자
‘경계인’ 이타미 준의 세계
지금 유동룡미술관에선 기획 전시 ‘미묘하게 열린 어둠 안에서: 이타미 준’이 열리고 있다. 내년 3월29일까지다. 자신을 경계인으로 칭하며 ‘밝음과 어둠,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며 어렴풋야마토게임다운로드
한 빛을 추구’했던 이타미 준의 생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은 이타미 준의 딸 유이화 건축가가 설계해 2022년에 개관했다.
이타미 준은 일제강점기 때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경남 거창 출신 부모에게서 2남7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생의 출발은 일본이었지만 그의 근간은 한국이다.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나 한국 이름 ‘유동룡’을 고수하며 알라딘바로가기
일본에 귀화하지 않았다. ‘이타미 준’이란 예명에서도 그의 강단을 읽을 수 있다. 건축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앞둔 1960년대 말 그의 성 ‘유’자가 일본 활자에 없어 곤란해지자 스스로 작명했다. 이름엔 한국과 일본을 오갈 수밖에 없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담겼다. 1968년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오사카 이타미공항에서 ‘이타미’를, 당시 친분이 두터웠던 음악가 길옥윤의 일본 이름 요시야 준에서 ‘준’을 따왔다.
유동룡미술관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박미향 기자
유동룡미술관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박미향 기자
유동룡미술관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박미향 기자
미술관은 입구에서 보는 모습과 뒤돌아 뜰에서 보는 풍광이 다르다. 땅을 향해 곡선으로 흐르는 지붕 가운데엔 둥그런 타원형 구조물이 솟아 있는데, 이를 미술관 입구에서 보면 그저 납작한 우주선 같다. 여기엔 세상 이치가 담겼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세상 말이다. 점과 선, 면이 만난 건축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다.
1층엔 이타미 준의 흔적이 새겨진 책과 원고, 사진 등이 한쪽 벽에 가득 꽂혀 있다. 구겨지고 해진 사진에서 태생적 조건을 이겨내고 승화하려 했던 그의 결기가 느껴진다. 그가 매료된 한국의 궁, 자연과 함께한 사진, 일본어와 한국어를 또박또박 적은 노트 등을 살피다 보면 그의 작품에 녹아든 ‘한국’이 보인다. 그가 국내에서 처음 설계한 온양미술관(1982)도 충무공의 땅이란 상징성을 살렸다고 한다.
유동룡미술관 2층에 전시된 방주교회 모형. 박미향 기자
2층에 올라가면 요즘 가장 주목받는 수풍석미술관과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 그의 숱한 작품들이 축소된 모형물로 관람객을 맞는다. 유이화 건축가가 직접 녹음한 해설이 안내한다. 작품마다 돌의 물성이 돋보이는데, 이는 그가 쓴 에세이 ‘돌 이야기’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돌은 돌 나름의 언어를 갖고 있다’고 그는 적었다. 이타미 준의 재능이 건축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시를 통해 알게 된다. 그는 화가이기도 했다. 심연의 어둑한 고뇌를 담은 작품 여러점이 걸려 있다. 라운지엔 그의 생을 집대성한 책 ‘유동룡의 궤적 1970~2011’이 전시돼 있다. 책에 실린 에세이 ‘바람의 노래’가 그가 추구한 건축 철학을 되새김질하게 한다. 자연과 인간의 온기가 서린 건축을 그는 설계했다. 관람을 마친 뒤 라운지 카페에서 입장료에 포함된 차 한잔을 마시면 미술관 명상 여행은 완성된다. 제주 녹차로 만든 차와 한입거리다. 예약은 필수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제주현대미술관 전시 풍경. 박미향 기자
유동룡미술관에서 걸어 2분 거리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있다. 이 둘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최근 몇년 새 제주 대표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는 문화예술인촌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는 이 두 공간 이외에도 제주현대미술관, ‘김흥수 아틀리에’, 방림원, 제주공예박물관 등 예술 여행하기 좋은 공간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우거진 마을 숲길에도 생경한 모양의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예술이 주는 감흥에 취하고야 만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실내 풍경. 박미향 기자
성기령 기자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세계
“김창열 화가가 ‘물방울’에 도달하는 과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많은 것들을 포함한 이미지죠.”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양은희 관장의 첫마디에 ‘물방울 화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김창열 화가가 압축됐다. 4년 전 별세한 뒤 그의 작품 ‘물방울’(1977)이 서울옥션 경매에서 10억4천만원에 낙찰되는 등 숱한 화제를 낳은 화가 김창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현대사를 오롯이 견디며 가난에도 작품 활동에 매달린 그의 생이 이 미술관에 잘 차려져 있다.
그가 물방울을 그리게 된 일화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1960년대 말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그는 “구멍이 숭숭 뚫려 겨울바람 들이치는 데서 생활”하면서도 작업을 이어갔다. “어느 날 세수한 물이 캔버스에 튕겨서 맺혔는데, 그게 아침 햇빛을 받아 너무나 영롱했고 이어 물방울 작품이 탄생했다”고 양 관장이 전했다.
제주 한경면에 있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는 예술여행 하기 좋은 공간이 많다. 대표적인 게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물방울 화가’로 불린 김창열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여행객. 박미향 기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실내 풍경. 포토존이 많다. 박미향 기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실내 풍경. 포토존이 많다. 박미향 기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외관. 박미향 기자
미술관은 2016년에 개관했다. 김창열 화가가 무상으로 기증한 220점이 전시돼 있다. 1957~2013년 작품들이다. 그저 맑은 물방울만을 연상하기 쉬우나 탁한 초기 물방울 작품도 여럿 걸렸다. 글자 위에 물방울을 그리게 된 과정도 소상히 전시돼 있다. 미술관은 작품도 여행하기 좋은 오브제이지만 건축도 여행의 한 축을 담당한다. 돌담에 싸여 있다. “제주 무덤을 보면 봉분이 사각형 돌담에 싸여 있잖아요.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 같죠. 미술관도 어찌 보면 무덤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누군가의 작품을 영원히 담아두는 공간이니까요. 이런 의미를 디자인에 반영했죠.” 홍재승 건축가가 설계했다. “(김창열) 선생님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신 게, 자신의 미술관이 지상에서 높게 위로 솟기를 원하지 않으셨어요.” 미술관엔 여행객이 환호할 만한 포토존이 여러곳 있다. 검은 벽과 한줄기 빛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방탄소년단(BTS) 알엠(RM)이 다녀갔다고 양 관장이 귀띔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박미향 기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박미향 기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본태박물관이 있다. 제주 서쪽 예술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박물관이자 문화 공간이다. 그는 독학으로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다. ‘본태’는 ‘본래의 형태’란 뜻이다.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해 건축 본래의 생김새를 드러내면서 기하학적인 형태를 잘 구현했다. 빛과 물을 자연스럽게 건축에 스미게 하는 안도 다다오 특유의 관점도 잘 녹아 있다. 들머리에서 본격적인 여행에 나서면 물길이 만든 직선과 직선이 만나 면을 만들고, 그 면이 다시 다른 면을 만나면서 꼭짓점을 만드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안경과 보석 등을 활용해 현대인의 부조리를 드러낸 김지희 작가 작품. 제주신화월드 로비에서 무료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미향 기자
제주신화월드 로비에서 무료 전시되고 있는 양종훈 교수의 제주 해녀 시리즈.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인근에 있는 리조트 겸 복합테마파크 제주신화월드에서도 주목할 만한 전시 2개가 열리고 있다. 알이 큰 안경에 보석과 금박 장식 등을 해 현대인의 물질 숭배와 그 이면에 내재된 고독과 부조리를 드러낸 작품으로 ‘영 파워 예술가’ 대표 작가로 등극한 김지희 작가 전시와 양종훈 상명대 교수가 카메라로 포착한 해녀 시리즈다. 김 작가는 존재와 욕망을 드러낸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로 인정받은 뒤 중국, 홍콩 등에서 대형 전시를 하며 유명 아이돌 그룹이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 행사도 해 ‘셀럽’으로 통하는 작가다. 제주가 고향인 양 교수는 30여년간 제주 해녀의 삶을 앵글에 담았다. 숨을 참아가며 물질하는 해녀들이 낯선 이의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수년간 해녀들을 설득했다. 그의 사진에 담긴 해녀들 표정이 친근하고 따스한 이유다. 해녀들의 진짜 삶이 흑백 사진 속에 있다. 지금 제주도립미술관에선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 전시도 열리고 있다. ‘마르크 샤갈: 20세기 그래픽 아트의 거장, 색채와 환상을 노래하다’엔 샤갈 원작 350여점이 전시돼 있다.
작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영감은 인간을 치유하는 예술이 된다. 예술과 인간의 순환구조가 완성된 제주 섬이야말로 근사한 예술 여행지다.
제주/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어림잡아 성인 키에 견줘 1.5배 되어 보이는 창 7개 앞에 앉았다. 창 너머엔 폭염이 쏟아졌다. 나무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고통이 전해졌다. 기계의 힘을 빌려 서늘한 실내. 이곳에서 한참을 창밖만 바라봤다. 열정에 온몸을 실었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 갔다. 부질없는 인간관계에 일희일비했던 순간들도 지나갔다. 1초, 2초, 5분, 10분. 시계 침이 재깍재깍 지날수록야마토게임다운로드
내면으로 침잠하는 사색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 공간에서 보낸 무해한 반나절은 ‘묵언 수행’이자 ‘명상’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유동룡미술관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미술관 자체가 고요를 물성화한 행위 예술 작품이다. 이타미 준이란 예명으로 활동한 세계적 건축가 유동룡(1935~2011)의 삶을 오롯이 부려놓았다. 제야마토2게임
주에는 유동룡미술관 이외에도 김창열(1929~2021), 안도 다다오 등 굵직한 세계적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여럿 있다. 제주 서쪽에 몰려 있는 이 공간 투어는 제주 여행의 관점을 바꾼다. ‘나’를 만나 화해하고 격려하며 다음을 설계하게 하는 명상 여행이다.
유동정글북
룡미술관 실내는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명상 장소다. 박미향 기자
‘경계인’ 이타미 준의 세계
지금 유동룡미술관에선 기획 전시 ‘미묘하게 열린 어둠 안에서: 이타미 준’이 열리고 있다. 내년 3월29일까지다. 자신을 경계인으로 칭하며 ‘밝음과 어둠,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며 어렴풋야마토게임다운로드
한 빛을 추구’했던 이타미 준의 생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은 이타미 준의 딸 유이화 건축가가 설계해 2022년에 개관했다.
이타미 준은 일제강점기 때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경남 거창 출신 부모에게서 2남7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생의 출발은 일본이었지만 그의 근간은 한국이다.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나 한국 이름 ‘유동룡’을 고수하며 알라딘바로가기
일본에 귀화하지 않았다. ‘이타미 준’이란 예명에서도 그의 강단을 읽을 수 있다. 건축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앞둔 1960년대 말 그의 성 ‘유’자가 일본 활자에 없어 곤란해지자 스스로 작명했다. 이름엔 한국과 일본을 오갈 수밖에 없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담겼다. 1968년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오사카 이타미공항에서 ‘이타미’를, 당시 친분이 두터웠던 음악가 길옥윤의 일본 이름 요시야 준에서 ‘준’을 따왔다.
유동룡미술관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박미향 기자
유동룡미술관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박미향 기자
유동룡미술관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박미향 기자
미술관은 입구에서 보는 모습과 뒤돌아 뜰에서 보는 풍광이 다르다. 땅을 향해 곡선으로 흐르는 지붕 가운데엔 둥그런 타원형 구조물이 솟아 있는데, 이를 미술관 입구에서 보면 그저 납작한 우주선 같다. 여기엔 세상 이치가 담겼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세상 말이다. 점과 선, 면이 만난 건축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다.
1층엔 이타미 준의 흔적이 새겨진 책과 원고, 사진 등이 한쪽 벽에 가득 꽂혀 있다. 구겨지고 해진 사진에서 태생적 조건을 이겨내고 승화하려 했던 그의 결기가 느껴진다. 그가 매료된 한국의 궁, 자연과 함께한 사진, 일본어와 한국어를 또박또박 적은 노트 등을 살피다 보면 그의 작품에 녹아든 ‘한국’이 보인다. 그가 국내에서 처음 설계한 온양미술관(1982)도 충무공의 땅이란 상징성을 살렸다고 한다.
유동룡미술관 2층에 전시된 방주교회 모형. 박미향 기자
2층에 올라가면 요즘 가장 주목받는 수풍석미술관과 포도호텔, 방주교회 등 그의 숱한 작품들이 축소된 모형물로 관람객을 맞는다. 유이화 건축가가 직접 녹음한 해설이 안내한다. 작품마다 돌의 물성이 돋보이는데, 이는 그가 쓴 에세이 ‘돌 이야기’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돌은 돌 나름의 언어를 갖고 있다’고 그는 적었다. 이타미 준의 재능이 건축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시를 통해 알게 된다. 그는 화가이기도 했다. 심연의 어둑한 고뇌를 담은 작품 여러점이 걸려 있다. 라운지엔 그의 생을 집대성한 책 ‘유동룡의 궤적 1970~2011’이 전시돼 있다. 책에 실린 에세이 ‘바람의 노래’가 그가 추구한 건축 철학을 되새김질하게 한다. 자연과 인간의 온기가 서린 건축을 그는 설계했다. 관람을 마친 뒤 라운지 카페에서 입장료에 포함된 차 한잔을 마시면 미술관 명상 여행은 완성된다. 제주 녹차로 만든 차와 한입거리다. 예약은 필수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풍경. 박미향 기자
제주현대미술관 전시 풍경. 박미향 기자
유동룡미술관에서 걸어 2분 거리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있다. 이 둘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최근 몇년 새 제주 대표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는 문화예술인촌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는 이 두 공간 이외에도 제주현대미술관, ‘김흥수 아틀리에’, 방림원, 제주공예박물관 등 예술 여행하기 좋은 공간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우거진 마을 숲길에도 생경한 모양의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예술이 주는 감흥에 취하고야 만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실내 풍경. 박미향 기자
성기령 기자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세계
“김창열 화가가 ‘물방울’에 도달하는 과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많은 것들을 포함한 이미지죠.”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양은희 관장의 첫마디에 ‘물방울 화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김창열 화가가 압축됐다. 4년 전 별세한 뒤 그의 작품 ‘물방울’(1977)이 서울옥션 경매에서 10억4천만원에 낙찰되는 등 숱한 화제를 낳은 화가 김창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현대사를 오롯이 견디며 가난에도 작품 활동에 매달린 그의 생이 이 미술관에 잘 차려져 있다.
그가 물방울을 그리게 된 일화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1960년대 말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그는 “구멍이 숭숭 뚫려 겨울바람 들이치는 데서 생활”하면서도 작업을 이어갔다. “어느 날 세수한 물이 캔버스에 튕겨서 맺혔는데, 그게 아침 햇빛을 받아 너무나 영롱했고 이어 물방울 작품이 탄생했다”고 양 관장이 전했다.
제주 한경면에 있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는 예술여행 하기 좋은 공간이 많다. 대표적인 게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물방울 화가’로 불린 김창열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여행객. 박미향 기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실내 풍경. 포토존이 많다. 박미향 기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실내 풍경. 포토존이 많다. 박미향 기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외관. 박미향 기자
미술관은 2016년에 개관했다. 김창열 화가가 무상으로 기증한 220점이 전시돼 있다. 1957~2013년 작품들이다. 그저 맑은 물방울만을 연상하기 쉬우나 탁한 초기 물방울 작품도 여럿 걸렸다. 글자 위에 물방울을 그리게 된 과정도 소상히 전시돼 있다. 미술관은 작품도 여행하기 좋은 오브제이지만 건축도 여행의 한 축을 담당한다. 돌담에 싸여 있다. “제주 무덤을 보면 봉분이 사각형 돌담에 싸여 있잖아요.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 같죠. 미술관도 어찌 보면 무덤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누군가의 작품을 영원히 담아두는 공간이니까요. 이런 의미를 디자인에 반영했죠.” 홍재승 건축가가 설계했다. “(김창열) 선생님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신 게, 자신의 미술관이 지상에서 높게 위로 솟기를 원하지 않으셨어요.” 미술관엔 여행객이 환호할 만한 포토존이 여러곳 있다. 검은 벽과 한줄기 빛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방탄소년단(BTS) 알엠(RM)이 다녀갔다고 양 관장이 귀띔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박미향 기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박미향 기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본태박물관이 있다. 제주 서쪽 예술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박물관이자 문화 공간이다. 그는 독학으로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다. ‘본태’는 ‘본래의 형태’란 뜻이다.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해 건축 본래의 생김새를 드러내면서 기하학적인 형태를 잘 구현했다. 빛과 물을 자연스럽게 건축에 스미게 하는 안도 다다오 특유의 관점도 잘 녹아 있다. 들머리에서 본격적인 여행에 나서면 물길이 만든 직선과 직선이 만나 면을 만들고, 그 면이 다시 다른 면을 만나면서 꼭짓점을 만드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안경과 보석 등을 활용해 현대인의 부조리를 드러낸 김지희 작가 작품. 제주신화월드 로비에서 무료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미향 기자
제주신화월드 로비에서 무료 전시되고 있는 양종훈 교수의 제주 해녀 시리즈. 박미향 기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인근에 있는 리조트 겸 복합테마파크 제주신화월드에서도 주목할 만한 전시 2개가 열리고 있다. 알이 큰 안경에 보석과 금박 장식 등을 해 현대인의 물질 숭배와 그 이면에 내재된 고독과 부조리를 드러낸 작품으로 ‘영 파워 예술가’ 대표 작가로 등극한 김지희 작가 전시와 양종훈 상명대 교수가 카메라로 포착한 해녀 시리즈다. 김 작가는 존재와 욕망을 드러낸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로 인정받은 뒤 중국, 홍콩 등에서 대형 전시를 하며 유명 아이돌 그룹이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 행사도 해 ‘셀럽’으로 통하는 작가다. 제주가 고향인 양 교수는 30여년간 제주 해녀의 삶을 앵글에 담았다. 숨을 참아가며 물질하는 해녀들이 낯선 이의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수년간 해녀들을 설득했다. 그의 사진에 담긴 해녀들 표정이 친근하고 따스한 이유다. 해녀들의 진짜 삶이 흑백 사진 속에 있다. 지금 제주도립미술관에선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 전시도 열리고 있다. ‘마르크 샤갈: 20세기 그래픽 아트의 거장, 색채와 환상을 노래하다’엔 샤갈 원작 350여점이 전시돼 있다.
작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영감은 인간을 치유하는 예술이 된다. 예술과 인간의 순환구조가 완성된 제주 섬이야말로 근사한 예술 여행지다.
제주/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