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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실로 엎드려 읽고 그 혜주의 깨우고잘나가는 커플 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왼쪽)는 돈·명예·외모를 다 갖춘 해리(페드로 파스칼)를 만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헤어졌던 전 남자친구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소니 픽쳐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광대한 연애 시장이 열렸다. 소개팅 앱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을 수 있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싱글이 더 늘었다. 무엇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 이 시대에 ‘완벽한 짝’을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셀린 송 감독의 신작 ‘머티리얼리스트’는 이러한 질문을 품고, 현 시대 로맨스의 풍경을 우아하면서도 예리하게 그려낸다.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한국계신천기릴게임
감독 셀린 송이 두 번째 장편 영화를 내놓았다. 커플 매니저로 일하는 주인공 루시(다코타 존슨)는 아홉 쌍을 결혼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의 짝은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루시 앞에 외모·능력·성격까지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모펀드 매니저 해리(페드로 파스칼)와 구질구질하지만 여전히 끌리는 전 남자 친구 존(크리스 에번스)이 동시에 나타나고, 둘 사이에스비엠 주식
에서 갈팡질팡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진다. 수많은 ‘K드라마’에서 봤던 익숙한 삼각 구도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더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소니 픽쳐스


셀린 송 감독이단타
과거 커플 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송 감독은 “그곳에서 일하던 반년 동안,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 사람에 대해 더 많이 배운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속 루시와 상담하는 고객들은 “흑인은 싫어요” “뚱뚱한 사람 싫어요” “연봉은 2억 이상” 등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않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제목인 ‘주식초보공부
머티리얼리스트’는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속물, 물질주의자라는 뜻이다. 자동차나 집을 살 때처럼 계산기를 두드리는 고객들을 본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데이트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사랑은 쉬워요. 사랑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영화 '머티리얼리스황금성배당
트' /소니 픽쳐스


미국판 결혼 정보회사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남자 키가 15㎝ 더 크면 시장 가치가 2배는 뛴다”는 둥 고객의 상품 가치를 따지는 노골적인 대화가 이어진다. 루시는 수많은 남녀를 연결해주며 ‘완벽한 짝을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고민한다.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데이트 상대를 고를 땐 물건을 고르듯 수치화된 조건을 따지는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셀린 송 감독은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보낸 편지에서 “‘사랑의 시장’에서 스스로 상품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진솔하게 담은 로맨틱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리 가볍지도, 그리 무겁지도 않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다. 루시가 누구를 선택해도 납득이 가는 건 배우의 매력 덕이 크다.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번스가 가진 건 없지만 사랑에 진심인 전 남자친구 역을 맡았고,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 페드로 파스칼이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완벽남’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주인공 다코타 존슨이 결혼은 비즈니스라 여기면서도, 사랑도 포기하지 못하는 루시 역을 밉지 않고,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