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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8월25일(미국 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사진=flickr (백악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두시간반 정도 앞둔 오전 9시20분경(현지시간) 국민은행 햇살론 .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숙청', '혁명' 등의 단어를 쓰면서 “우린 그런 곳에서 사업할 수 없다”고 썼다. 회담 1시간 전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자들에게 이재명 정부가 교회와 미군기지를 압수수색했다는 식의 음모론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당초 12시로 예정된 정상회담에 30분 이상 늦게 나타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와 30분 지각이란 ' 개인회생 기간 외교적 결례'로 정상회담 직전 불안이 고조됐다.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Oval Office, 백악관 웨스트 윙에 위치한 대통령집무실)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기자 질의응답에는 총 22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한국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7명이었다. 미디어오늘은 현장에 참석한 기자 중 5명에게 현장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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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현지시간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양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원래 풀러(대표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 영어에 고배당펀드 능숙한 아리랑TV(아리랑국제방송)와 코리아타임스 기자가 참여하기로 했고, 참관단으로 5명의 기자가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제비뽑기 등을 통해 세계일보, 연합뉴스, 한겨레, CBS, SBS 기자로 정해졌고, 이후 대통령실과 협의로 이들 기자도 질문을 하기로 했다.

7명의 기자들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 회견 영상을 공 마이너스통장 금리 유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현장 분위기를 예상했다. 박영준 세계일보 기자는 지난해 8월까지 3년간 미국 특파원을 다녀오면서 백악관 출입 경험이 있었기에 동료 기자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특파원도 오벌오피스까지 들어갈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기자들은 더욱 긴장하며 준비해야 했다. 질문을 각자 준비하되 겹치지 않도록 조율했다. 한미동맹 강화, 주한미군 주둔 관련 국방비 증액,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 프로젝트 현실화, 관세 협상, 한미일 협력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질문을 다듬었다.
질문을 영어로 할지 한국어로 할지도 고민거리였다. 박지원 코리아타임스 기자(Anna J. Park)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나 미국 문화를 고려하면 영어로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고, 박영준 세계일보 기자도 “트럼프 대통령 프레스룸은 격식을 갖추기 보단 일단 소리를 질러 질문을 해야하는데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말로 질문권을 얻기도 어렵고 그 뒤에 통역을 거치는 게 현실적으로 불리하겠다는 판단이었다.



▲ 지난달 25일 백악관 오벌오피스 한미 정상과 질의응답에 참석한 한국 기자들. 사진=YTN 화면 갈무리



백악관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기자들은 자리 선점부터 쉽지 않았다.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오벌오피스 쪽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이미 미국 기자들이 줄을 섰다. 문이 열리자 미국 기자들부터 양국 대통령 맞은편을 반원 모양으로 둘러쌌다. 1790년대 지은 오벌오피스는 기자들 생각보다 좁았다. 세계일보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 쪽에 앞자리를 잡았고 일단 영어에 익숙한 아리랑TV 기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실제 아리랑TV 기자가 한국 기자 중 첫 질문을 했고, 이후 그 자리에서 연합뉴스 기자가 질문한 뒤 세계일보 기자가 한국 매체로선 마지막 질문을 했다.

현장 질의응답 분위기는 한국의 대통령실이나 국회는 물론, 이전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과도 달랐다. 지난 정부에서 2022년 5월21일 용산 대통령실, 2023년 4월27일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이 있었는데 둘다 한국과 미국 기자 2명씩만 질문을 받았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강인선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이 제약조건을 걸기도 했다. 한국 기자는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 기자는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하라고 했고 질문을 하나만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당시 회견은 17분만에 끝났다. 당시 한미 양국 기자들은 이러한 대통령실 통제에 항의하는 뜻으로 질문 기회를 더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지난 2022년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모습. 사진=대통령실



이번엔 양국 기자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는 기자회견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길을 끄는 기자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7명의 한국 기자들은 '운 좋으면 2~3명 질문하겠다'고 예상했다. 강청완 SBS 기자는 “우리도 예습을 하고 갔지만 미국 기자들은 이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정말 한국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며 “'퀘스천(질문이요)'이란 말도 없이 일단 큰 소리로 (질문권을) 선점해야 했다”고 전했다. 여기저기서 기자들이 소리 지르며 질문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면 나머지 기자들이 조용해지는 식이었다. 미국 기자 중에서도 질문을 여러번 한 기자가 있는 반면 못한 기자도 있었다.

첫 질문부터 한국과 무관한 질문이었다. 미국 기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이 꽤나 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질문이 뒤이어 나왔고, 한국 기자들은 '한국 의제가 지워진다'는 불안함을 느꼈다. 이준규 CBS 기자는 당시 상황을 두고 “미국 기자들은 이런 '무한경쟁 전쟁터'에 적응돼 있어서 트럼프 발언이 끝날 것 같은 느낌, 어디서 대화가 멈춘다는 느낌을 빨리 알아채 바로 질문을 던지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윽고 다섯번째 질문. 한국 기자로선 처음으로 송유진 아리랑TV 기자가 소리쳐 질문 기회를 얻었다. '동맹국으로서 한미 양국의 발전'에 대해 물었다. 그 다음 질문 기회는 박지원 코리아타임스 기자에게 돌아갔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강조하면서 양국 정상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제조업과 조선업 외 역점을 두는 분야에 대해 물었다. 해외 독자·시청자층을 가진 만큼 두 매체는 양국 협력에 초점을 두고 질문을 한 것이다.
박지원 기자는 주변 기자들뿐 아니라 수업을 들었던 국제정치 대학원 교수에게도 질문 내용과 문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백악관에 들어가지 않는 다른 대통령실 기자들과도 질문 문구를 상의했다. 박 기자는 “막상 현장이 좁았고 질문 기회를 잡는데 집중하다보니 전혀 떨리진 않았다”며 “질문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굿'이라고 호응하면서 질문하는 기자를 정면으로 응시해줘서 더욱 긴장하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후 다시 미국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시카고에 군 병력을 보낸 문제, 워싱턴DC의 치안 문제 등 미국 내 현안으로 의제가 넘어갔다. 그러다 이준규 CBS 기자가 이날 오전의 '폭탄',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영어로 물었고, 한국말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란사태 극복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는데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물었다.
이준규 CBS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 SNS 내용을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시간이 꽤 흘러서 해야 했다”라며 “이 질문을 했는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반박하거나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 내가 제대로 반박해야 한다는 부담, 혹시 회담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질문이라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특검 수사를 둘러싼 양국 극우 세력의 음모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였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발언 기회를 제공한 질문이었다.
이후 미국 기자들은 다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가자지구 기아' 문제 질문을 던졌다. 뒤이어 설승은 연합뉴스 기자가 '한국에서 열릴 APEC 정상회담의 트럼프 대통령 참석 여부'를 물었고 답변 이후 '참석시 시진핑 주석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여부'에 대한 꼬리 질문까지 던졌다. 엄지원 한겨레 기자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를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다 듣지도 않고 반가워하며 답을 하기도 했다.



▲ 지난달 25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과 질의응답에서 연합뉴스 기자가 질문하는 장면. 사진=SBS 화면 갈무리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전 일본 총리와 먼저 정상회담을 했다는 점을 짚으며 던진 한미일 협력에 대한 박영준 기자 질문에서는 이 대통령 발언권도 주어졌다. 2~3명 질문을 할 거란 예상과 달리 한국 기자가 질문을 많이 던지며 현장에서 여기저기로 튀는 질의응답을 한국 관련 의제로 끌어 올 수 있었다. 박영준 기자는 “백악관 브리핑 때 가로세로 7자리씩 49자리가 있는데 앞에서 세 번째 줄이 넘어가면 사실상 질문권을 받기 어렵고 '외신기자'로서 힘들게 취재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6명이나 질문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Thank you very much(대단히 감사합니다)”라며 기자회견을 끝내려 하자 미국 기자들이 큰 소리로 추가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말이었던 '땡큐'를 백악관 직원들이 반복해 외치며 질의응답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기대보다 분위기는 좋았고 질의응답(모두발언 포함 53분, 질의응답만 36분)도 길게 진행됐다. 이후 현지시간 오후 1시41분 식사를 겸한 비공개 실무자 회담으로 전환됐고 오후 3시까지 총 2시간20분 가량 회담이 진행됐다.



▲ 지난달 25일 만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이재명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 회견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먼저 얘기 꺼내기 어려운 내용을 대신 묻기도 하고, 한국과 관련 없는 내용으로 분위기가 흐를 때 한국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다면 자칫 한국 대통령이 고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의 적극적 질문은 우리가 의제를 선정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정상회담 전에 진행될 약식 기자회견을 앞두고 회담 전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믿을 수 있는 건 국익을 함께 도모하는 우리 언론인들, 오벌오피스에 한국인의 이름으로 서 있던 사진기자와 영상기자 그리고 7명의 펜기자들 뿐이었다”며 해당 기자들의 이름을 모두 언급한 뒤 “감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