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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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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 무왕리의 낙엽송숲. (사진=박진환 기자)



[양평=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경기도 여주시에서 양평군 지평면 무왕리로 진입하면 고래산(高崍山, 해달 543m)이 바로 보인다. 고래산은 정상에서 우리투자증권 주식
봐라본 능선의 모양새가 고래를 닮았다해 고래산으로 불렸다는 설과 남쪽 산기슭에 신라시대 창건된 고달사의 이름을 따 고달산으로 불리다 고래산이 됐다는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사방으로 열려 있는 고래산의 정상은 주변을 압도하거나 발아래에 두면서 내려다 보기 보다는 그저 어깨를 같이하며 바라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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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산과 우두산, 옥녀봉 등이 이어지는 능선은 편안한 느낌을 주며 최근 서울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의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다.
고래산에는 천년 사찰 ‘고달사’가 있다. 이 절은 신라 경덕왕 23년(764년)에 국가가 관장하는 사찰로 창건됐으며 고려 초 왕사인 원종대사 이래 역대 왕실의 보호를 받아오던 대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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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국보 4호인 고달사지 부도(신라말의 고승 원감국사 현욱스님의 부도로 추정)와 보물 6호인 원종대사 혜진탑비 귀부 및 이수, 석불좌가 보물 8호로 남아있다. 고달사지엔 400년의 수령을 가진 느티나무가 세월의 덧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경기 양평 무왕리의 낙엽송숲 내 임삼성기초소재강국코리아
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천연 식생들이 자라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1964년부터 174㏊ 일대 낙엽송 조림…국내 최대 규모로 다양한 천연 식생들까지 조화

고래산 기슭에는 낙엽송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숲은 1964년부터 조림한 곳으로 규모화·집단화된 인공림이다.
산림청은 이 일대를 목재생산림으로 지정해 경제림육성단지로 관리 중이며 지속적인 숲가꾸기로 생장상태가 양호한 것이 특징이다.
단일수종으로 된 이 숲은 시각적 즐거움 때문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찾아오는 탐방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심리학적으로도 반복되는 패턴과 문양은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경기옛길 8코스 고래산길이기도 한 임도를 걷다보면 울창한 숲에서 나오는 신선한 음이온과 상쾌한 공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게 자란 낙엽송 숲길은 혼자 걷기 아쉬울 정도로 청량했다.
낙엽송을 집중 조림했지만 숲에는 임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신갈나무와 밤나무, 벚나무 등 활엽수가 천연림을 이루고 있었다.
또 생강나무, 당단풍나무, 쪽동백나무 등이 하층식생으로 자라고 있었고 고사리, 개옻나무, 산초나무, 멍석딸기, 칡, 국수나무, 쥐똥나무, 곰딸기, 으름덩굴, 주름조개풀 등이 건강한 숲에 활기를 주고 있었다.
오색찬란한 자연의 향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머물며 천천히 이동했다. 구불구불하고 완만한 능선은 힘들지 않았으며, 가을을 알리는 메시지가 숲속 구석구석 울리고 있었다.



조응현 무왕리 노인회장이 자신의 집앞에서 노거수를 봐라보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우기때마다 반복됐던 산사태도 숲 조성 후 사라져…귀산촌 인기지로 인구 증가 견인

무왕리 낙엽송숲의 면적은 174㏊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숲의 낙엽송은 가슴높이 지름 38㎝, 높이 25m, 임목재적 200㎥/㏊, 나이 51~60년으로 한창 전성기에 이른 상태다.
낙엽송 식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이 일대 주민들의 작품이다. 무왕리 노인회 조응현 회장은 “1960년 전까지 고래산은 산에 나무 하나 없는 벌거숭이 산이었다”면서 “1960년대 들어 산림녹화가 시작됐고 주민들이 직접 산으로 올라가 낙엽송을 심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조 회장은 “당시에는 임도나 장비가 없어 마을 입구에 묘목을 갖다놓으면 주민들이 직접 지게로 지고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심었다”며 “200여명 되는 주민들이 모두 동참해 매일같이 산에 올라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980년쯤에 1차 간벌을 했고 2000년에 2차 간벌을 진행했다”며 “낙엽송만 빽빽했던 숲에 간벌을 진행하면서 나무를 베어 솎아내니 건강한 숲이 됐다”고 덧붙였다.
나무 하나 없던 산에 울창한 숲이 태동하면서 산사태 등 산림재난이 사라졌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조 회장은 “예전에는 해마다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났는데 이제 장마철에도 산사태 피해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양평 무왕리의 낙엽송숲 입구에 설치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입간판. (사진=박진환 기자)



마을에 재난에 사라지자 주민들은 낙엽송 숲을 보물처럼 여기며, 자발적인 산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에는 산에 외지인들이 들어가는 것을 통제하면서 산불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울창한 숲에서 나오는 깨끗한 공기는 살기 좋은 지역으로 명성을 높였고 서울 등지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귀산촌하는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양평군 지평면 무왕리에는 8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이 중 토박이 15가구를 제외하면 모두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간 산림청은 사방댐 건설 및 솎아베기 등 숲가꾸기 사업, 13.35㎞ 구간의 임도 보수 등을 통해 건강한 숲으로 만들었고 2023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으로 지정했다.
박진환 (pow1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