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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만 해도 직장에서 성실히 스펙을 쌓으며 안정된 은퇴를 꿈꾸던 평범한 소시민이었다고 한다.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기 전에 열심히 다녀야 한다며 캠핑에 열을 올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이 기소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일은 평범한 가장을 거리의 투사로 내몰았고, 언론에도 숱하게 등장한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달 채 상병 특검을 통해 박 대령의 무죄가 확정되자마자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폭락주식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성 ‘참군인 박정훈 후원회’ 회장은 “지난 2년간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자 ‘낙숫물로 바위 뚫기’와 같은 시간이었지만 결국은 정의가 실현됐다”며 “박 대령을 지지해준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에 보답하는 일을 앞으로 꾸준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해병대 학사장교에 지원했다. “해병대 출캡틴프라이드게임
신인 아버지가 손아래 작은아버지 4명을 모두 해병대로 보내셨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죠.” 박 대령과는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로 만났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동기들이 166명이나 됐던 데다 3개월 훈련 이후엔 다른 부대로 배속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씨는 3년간 복무 뒤 전역해 직장인이 되었고, 박 대령은 계속 군인의 길을 걸었기에 접점이 온라인돈벌기
없었다.
전역 이후 20년간 사실상 동기회장 역할을 해 오던 김씨는 임관 30주년을 앞둔 2023년 7월 공식적인 동기회장으로 뽑혔다. “제가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연구원 생활을 오래 했거든요. 다른 동기보다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동기들의 경조사와 해병대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오랫동안 해 왔죠. 그런데 공식 회장검증완료릴게임
취임 후 한달도 안 돼 채 상병 사건이 터진 거예요.”
그해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된 채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자,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게 상관 명예훼손, 항명 수괴 등의 혐의를체리마스터 비법
씌웠다.



‘참군인 박정훈 후원회’를 이끈 김태성 회장. 본인 제공


“많은 고민 끝에 동기들을 모아 해병대 예비역 최초로 기자회견을 했어요. 2023년 8월 광화문 이순신 장군상 아래에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면서 ‘설혹 절차상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철저한 진상규명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보직해임에 대해 선처하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하게 수사받게 해달라’고 간청했죠. 윤석열 대통령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서 뽑혔으니 박 대령을 방치하진 못할 거라는 전략이었는데, 너무 순진했었죠.”(웃음)
기대와 달리 사건은 더 심각하게 흘러갔다. 법원은 박 대령이 신청한 보직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박 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시민단체와 변호사 등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해보니,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려면 5년은 족히 걸릴 일이라고 했다. 박 대령의 건강과 가족의 생계, 변호사 비용 등 많은 걱정이 앞섰다. 그가 동기회를 중심으로 후원회를 꾸리고 후원회장까지 맡게 된 배경이다.
후원회장으로 가장 핵심적으로 했던 활동은 박 대령이 재판을 받으러 갈 때마다 동행해주는 ‘에스코트 퍼포먼스’였다. “박 대령이 혼자라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수사 거부를 선언하던 날 부슬비를 맞으며 힘없이 걸어오던 박 대령에게 우산을 씌워줬는데, 그때 ‘앞으로 홀로 비 맞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공판 동행을 위해 강제징집 피해자,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성직자, 해병대와 오랜 ‘라이벌’ 관계였던 특전사까지 섭외해 2심 공판까지 10여차례 에스코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 이 사안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중장기 행보로 ‘생명 정의 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 연대의 행군’을 진행했다. 지난해 초부터 한달에 한번 주말을 이용해 김포를 출발해 서울을 거쳐 경기도 수원까지 하루 20∼30㎞씩 도보 행진을 벌였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가족의 걱정과 회사의 압박은 없었을까? “다행히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셨어요. 특히 구순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행군’의 출발지였던 김포까지 오셔서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죠. 제가 직장인이다 보니 박 대령의 모든 일을 다 함께할 순 없어서 원칙을 정했어요. 아버지께서 어려서부터 ‘주변의 경사는 제대로 못 챙겨도 조사는 최대한 챙기라’고 하셨거든요. 박 대령이 재판을 받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꼭 같이하되, 시민단체상을 받을 때는 저도 회사 일에 집중했죠. 회사에선 새로운 업무를 기획·추진하는 등 최선을 다한 덕분인지 별말이 없었어요.”
그가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 사건이 끊임없이 정쟁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사안은 너무나 단순한 사건이에요. 한 병사가 상관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다 죽었고, 그걸 공정하게 수사해 책임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되거든요. 좌우와 여야가 있을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늘 정치인의 개입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행보를 고집했어요. 그래야 더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 활동도 담보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달 9일 박 대령은 무죄가 확정되고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복직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후원회 활동은 당분간 계속한다. “박 대령 사건을 겪으면서 이 땅에 억울한 죽음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특히 군의문사 유가족분들은 사건 초기부터 ‘우리에게도 박 대령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박 대령은 복직했지만, 그분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을 당한 피해자분들이 군에서 의문사를 당한 이들의 사망 장소 등을 거치는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행군’을 하고 있거든요. 작은 보답의 마음으로 저도 참여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박 대령 사건이 그의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물었다. “국가 권력과 법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완전히 깨져 버렸죠. 그냥 열심히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군의문사 유가족들의 트라우마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돼 사이버대학의 군경 심리상담학과에 진학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나 모르겠어요.”(웃음)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