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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다. 광복 8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거나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독립 운동가들이 많다. 우리 후손들은 36년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 운동가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독립 운동가 중에는 조선 사람보다 조선을 더 사랑하고 조선의 독립을 더 염원했던 외국인들도 있다. 영화 '박열'로 주목 받았던 '가네코 후미코' 역시 조선의 독립을 그 누구보다 염원했던 외국인 중 한 명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독립운동에 헌신한 그녀 한투햇살론 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 2018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질곡의 삶을 살아야 했던 '가네코 후미코'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일본 여성으로, 독립운동가의 아내로서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은 전 청주시청 공무원이자 역사학자인 이규상 가네코 후미코 선양사업 추진위원장의 도움을 받 제주도경기 았다. 부강이 고향인 이 위원장은 평소 가네코 후미코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08년 그가 청원군 부용면장으로 발령나면서 그녀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 했다. 이 위원장은 "30여년 전에 가네코 후미코의 자서전을 번역한 일본인 야마다 쇼지의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란 책을 알게 됐다. 이 책의 5분의 1가량이 부강에 관련된 내용이었다"며 "1910년 자연산약초 ~1920년대 부강면과 관련된 자료는 가네코 후미코 자서전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부강서 보낸 불우한 유년시절충청투데이는 가네코 후미코에가 옛 청주군 부강면(2012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로 편입)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 부강에는 일본에서 먼저 건너 온 그녀의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가 살고 금융권 파업 있었다. 그의 할머니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호적이 없는 무적자(無籍者)였던 그녀를 호적에 올려 주겠다고 꾀어 부강으로 데려왔다. 그의 나이 9살 때인 1912년이다. 이후 1919년까지 7년간을 낯선 이역만리 부강에서 생활했다. 이 위원장은 먼저 가네코 후미코와 부강과의 인연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야 sbi인베스트먼트 마나시현에 살았던 가네코 후미코는 1912년 10월 할머니의 권유로 조선의 고모와 고모부 할머니가 함께 살고 있는 부강 용포부락에 오게 됐다"며 "처음에 부강에 올때는 무적자인 가네코를 호적에 올려 주겠다는 조건으로 왔다. 하지만 할머니와 고모의 갖은 학대와 식모살이 등으로 부강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부강 소학교서 5년간 공부그녀는 부강에서 생활하면서 소학교를 5년간 다닌 사실도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가네코가) 부강에 오던 해인 1912년 12월부터 소학교 4·5·6학년, 고등소학교 1·2학년 등 총 5년을 부강에 있는 심상소학교에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적부를 보면 전 과목 중 도화(그림그리기)만 '을'(현재 성적 '우')이었고 나머지 과목은 모두 '갑'(현재 성적 '수')을 받을 정도로 공부도 뛰어 났다"면서 "자서전에는 1919년 3월 부강역 광장에서 있었던 3·1만세 운동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가네코 후미코가 부강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가네코 후미코가 고모부인 '이와시타 게이자부로'의 이름을 한자로 '암하경삼랑(岩下敬三郞)으로 표기한 것에 착안, 당시 부강의 관할군청인 청원군청 지적과에서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암하경삼랑'이란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토지대장 이름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가네코 후미코가 살던 집 주소와 밤나무단지, 부강심상소학교 위치 등 가네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억압과 불평등에 반감불우한 생활환경에서 자랐지만 특별할 거 없었던 일본 여자 아이가 조선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억압하는 일본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그녀의 청소년시절은 불우한 생활을 보내며 일본 사람의 차별과 불평등을 몸소 경험했고 이러한 경험은 그녀가 권력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그녀가 조선의 양녀로 생활하던 시절 할머니와 고모의 학대를 받고 힘들어 했을 때 조선 여인들이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해 주었다는 사례가 많이 있다"면서 "또 일본 헌병들이 조선인의 엉덩이를 벗기고 회초리로 때리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권력에 대한 반감이 있었으며 내면적으로는 권력에 대한 압박감, 일종의 아나키즘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때부터 조선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박열 의사와 동지로서 동거1919년 3·1만세운동을 직접 목격한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 의사를 만나면서 급진적인 아나키즘사상에 심취하게 된다.
한 편의 시(詩)가 이들 두 사람의 인연을 운명처럼 엮었다.
가네코 후미코는 조선청년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박열의 시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시에서 박열의 비범한 정신과 기개를 느낀 가네코는 그를 찾아가 만남을 제안했고 이후 두 사람은 동지로서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1922년 동지로서의 동거서약을 맺고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이 위원장은 "두 사람은 일본 천황 암살을 계획했다는 대역죄로 체포돼 1926년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변호사 후세 다쯔시의 도움으로 둘은 옥중결혼식을 하게 된다. 옥중 결혼식은 두 사람의 깊은 동지적 유대감과 일제에 대한 저항 의지가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일본 여인이자 조선 독립운동가의 아내로서 불꽃 같은 삶을 산 그녀의 인생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거 100주년 맞아 기념비 건립가네코 후미코 선양사업회는 그녀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내년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 서거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선양사업회는 그녀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가네코가 살았던 집터나 심상소학교 자리에 기념비를 세우고, 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또 가네코 후미코의 흔적을 찾아서 박열을 만났던 일본 동경의 오뎅집, 그녀가 살았던 야마나시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가네코 후미코 선양사업회 추진위원장인 이 위원장은 지난 6월 5일 부강에 가네코 후미코 다실(세종시 부강면 시장1길 6)을 개원했다.
이 위원장은 "가네코 후미코 다실은 여사께서 일본 동경 오뎅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며 그곳에서 박열을 만났던 의미있는 장소"이라며 "이 뜻 깊은 추억을 담고자 그 가게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동, 튀김 등을 부강 가네코 후미코 다실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네코 후미코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실을 찾아주시면 자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